<한국기독신문과 부산YMCA 공동캠페인>
교회와 함께하는 ‘지역가꾸기’
왜 지역인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은 크리스천의 사회적 책임이다. 그러나 ‘네 이웃’의 개념이 때론 추상적인 의미로 다가 온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처럼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진정 우리의 ‘이웃’이라면…내가 속한 그리고 교회가 위치해 있는 ‘지역사회’로 사랑의 시선을 돌려보자 그러면 새로운 선교의 지평이 열릴 것이다. (교회와 함께 하는 ‘지역가꾸기’ 특별취재부)
신학도인 이재안전도사(부산장신 신대원1)는 요즘 생각이 많아졌다. 개척교회를 하려니 열이면 8-9개는 실패한다는 현실도 그렇거니와 격려는 커녕 또 교회냐 하는 주위의 차가운 시선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지역 섬김이로서 ‘지역가꾸기’를 통한 목회를 결심을 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의외로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꿋꿋이 지역을 지키며 목회를 하는 사역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목회를 염두에 두고 지난 10여 년간 시대를 이끄는 사역을 하는 선배님들을 만나보았어요. 지역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역사회 속에 뿌리를 내리는 목회를 하고 있었어요. 저에겐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최근의 사회 각계각층에서 분출되는 한국교회를 향한 본질적인 문제제기에 ‘지역의 재발견’을 통한 교회의 역할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교회가 늘어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교회성장의 둔화로 인한 위기감 속에 교회가 지역 속에 파고들어 마을의 발전과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역가꾸기’라는 목회형태로 새롭게 조명되어 이 시대 또 하나의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의 재발견
이러한 현상은 몸집이 작아 순발력이 있는 작은 교회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8년 전부터 지역밀착형 ‘샘터교육문화원’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어린이전용도서관인 ‘샘터 꿈의 도서관’을 설립 매스컴에도 널리 알려진 안중덕 목사(샘터교회)는 미국의 유명한 교회상담가로 알려진 캐논 캘러한(Kennon L. Callahan)의 ‘영향력으로 남는 교회‘라는 책을 인용하여 ‘21세기는 작고 강한 교회의 시대’라고 전망하면서 이제는 교회의 규모가 아닌 능력, 즉 영향력을 계발하고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가 커진다고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영적인 면과 실제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특징을 더 발전시켜서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규모에 치중하거나 문화에 편승하지 말고 변함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붙들고 능력 있게 나아가는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대형교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부산의 대표적 목회자인 최홍준 목사(호산나교회)는 목회자가 원하는 방향과 평신도의 입장이 다른 점에 주목한다. 최 목사는 “목회자는 말씀의 전파와 양육에 관심을 두지만, 평신도들은 치유사역, 즉 긍휼사역에 관심과 열정이 많다“ 면서 지역사회를 위해서 헌신하는 비중이 클수록 대형교회로 발돋음 한다는 미국의 최근 동향을 인용하여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을 끌어안는 전략과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 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을 자연스러운 현상 중에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길구 사무총장(부산YMCA)은 “자치의 경험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지금 주민자치로 가는 길목에 있다“며 “지역을 보는 의식에서부터 생활패턴 등 모든 면에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자치와 분권의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지만, 지역현안을 발굴하고 조직하여 주민 스스로 해결하려는 주민자치의 시대적 흐름은 거스릴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로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교회가 능동적으로 대처해 지역에서의 선한영향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사회에서 기독교는 더 이상 소수의 종교가 아니다. 민족을 품고 더 나아가 통일한국과 아시아와 세계를 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회가 지역사회와 유리된 채 높은 담을 쌓고 우리만의 외톨이로 전락해서는 안 되며, 우리나라의 복음전래 초기의 역동성을 되살려 서양의 기독교가 아닌 한국 사회 깊숙이 뿌리 내려 우리의 토양에 맞는 목회적 모델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교회의 이러한 시대적·선교적 사명을 재인식하고 지역과 함께 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와 교회연합체들의 활동이 우리의 주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 부천새롬교회(이원돈 담임 목사)의 경우, 약대동에서 목회를 시작한지 10년쯤 되었을 때 자신의 목회를 회고해보다가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어린이집, 공부방, 약대글방 등을 통해 이 지역을 10년 이상 섬겼는데, 교인들이 가정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좀 나아지고 이젠 무언가 함께 나눌 수 있겠다 싶으면 이상하게 다 이사를 가는 것이었다. 처음에 한 두 가정이 이사를 나갈 때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가보다 했으나 이런 일이 반복되자 ‘약대동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아지면 환경이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떠나는 것이 이들의 삶의 목표이구나!’라는 결론에 이르자 ‘이 마을을 살기 좋은 마을,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지 않고서는, 교회도 공동체도 선교도 목회도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마을에 있는 주민자치센터와 연계하여 해체되어 가는 가정과 지역공동체를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전망을 만들어 나갔다.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순수하게 신뢰감을 쌓아가면서 교회가 실제적으로 지역에 영향력을 끼치게 된 것이다. 이원돈 목사는 “떠나는 마을이 아니라 정착하는 마을로, 이 마을의 아동뿐만 아니라, 여성 및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기 삶의 질적 문제, 즉 자기 삶의 프로그램을 짜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고, 교회는 이러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복음적으로, 신앙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부천새롬교회는 지역적 특성을 먼저 통찰한 후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지역의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데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교회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최무열 목사(부산장신대 교수)는 수년 전 국민일보 기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대구의 김윤진 양이 굶어 죽은 채 발견되었는데, 우리를 당혹해 한 것은 김양의 집을 중심으로 반경 50m 안에 6개의 교회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교회가 구제단체는 아니며, 사회적 책임의 한계도 모호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긍정적인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역네트워크가 그것이다. 영도지역의 교회들이 연합하여 만든 영도기독교연합회(회장 박성화 목사)는 지난 3월 24일(월) 러브영도센터 개소예배를 갖고 ‘러브영도’의 출발을 알렸다. ‘러브영도’는 영도기독교연합회가 지역 복음화를 위해 시작하는 사랑실천운동으로 ‘러브영도센터’는 봉래동에 위치한 상설모임장소이다. 현재 행복한 가게, 쌀은행, 연탄은행, 푸드뱅크 등이 운영되고 있다. 러브영도위원장인 김운성 목사를 중심으로 영도기독교연합회는 영도지역 부흥을 위해 6년 전부터 해마다 연합전도집회와 부흥회를 열고 있으며, 또 지역교회 연합을 위해 교회들 간 교파를 초월해 강단교류를 갖고 있다. 특히 올해는 ‘러브영도’를 시작으로 영도구청과 연계해 일대일 구제 운동인 ‘사랑의 사다리’와 성금을 통한 ‘개안 수술’ 등 지역의 안전망을 구축 중이다. 이렇게 지역교회들이 연합하여 지역의 어려운 문제들을 함께 풀어감으로써 교회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교회의 영향력을 확장해 가는 모범적인 사례로 다른 구(區)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확산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연일 매스컴은 일찍이 경험 한바 없는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촉발된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해 올겨울은 어느 때 보다도 차가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이다. 이제는 교회가 지역을 가꾸는 사역에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의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해외선교만큼 중요한 사역이 바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말씀뿐 아니라 구제와 자선을 넘어 섬김과 나눔을 통하여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때 교회도 함께 성장하는 윈윈전략이 될 것이다. 120년 역사의 한국의 기독교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통하여 다시 한번 ‘국민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금 우리는 그 기로에 서있다.
로버트 루이스목사(미국 펠로십바이블교회)가 쓴 ‘교회 밖으로 나온 교회’의 추천사의 일부를 인용함으로 기획특집 제1부 ‘왜 지역인가?’를 마무리 한다.
“ 지금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복음주의교회는 긴 수면 후 전과 다·른· 방·향에서 깨어나고 있다. 나는 이것을 복·음·을 · 증·명·할 · 수 · 있·는 · 방·향이라고 부른다. 우리교회가 다른 몇 교회와 함께 지역공립학교 개혁을 위해 연합했을 때, 이런 방향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교사나 학교당국이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는데 우리가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그들은 그것을 새삼스러운 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교회의 자원봉사자 수 천 명이 학교에 몰려와 운동장을 보수하고, 입구에 조경을 하고, 카펫을 깔고 학교에 꼭 필요했던 사물함을 만들어 주고 복도와 교실에 페인트칠을 하면서 특별한 일이 벌어졌다. … 나는 그때 그 자리에서 아직도 세상은 복음을 향해 귀가 열려있고 복음에 눈이 감겨 있지 않다는 사실과 복음은 진리이며, 증명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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