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시원한 대청마루에 할아버지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생생하고 정겹다. 그의 재기발랄한 이야기 솜씨는 일상적 사건들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소설가 박완서가 그의 소설을 읽으며 “비죽비죽 웃음이 나 지하철에서 황급히 내렸다”고 고백할 정도로 그의 작품은 해학과 풍자로 가득하다. 여행길에 그의 책 한 권 챙긴다면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을 것이다. 특히 자전적 성장소설로 알려진 『아름다운 날들』은 어릴 적 추억 한 자락이 떠올라 아릿한 향수를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다.
작가의 고향은 경북 상주다.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농촌 도시라 유명 관광지를 원하는 여행객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작품에서처럼 정겹고 투박한 시골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올가을 상주에서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상주는 곶감으로 유명한 곳. 가을이면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주홍빛 물결을 이루며 황홀한 풍경을 그려낸다. 특히 감마을로 유명한 남장동에 들어서면 집집마다 감나무에 탐스럽게 감이 영글어 풍성함을 더한다. 물론 만추가 되어야 달콤한 감 맛과 감마을의 황홀경을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정겨움만큼은 언제라도 각별하다.
상주는 감은 물론이고 자전거의 도시로도 유명한데, 남장동 들머리에 있는 자전거박물관에는 세계 최초의 나무 자전거 외에도 옛날 자전거와 다양한 모양의 이색 자전거가 전시되어 있어 자전거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상주 곳곳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작가는 상주를 찾는 이들에게 해질녘의 남장사와 양촌 솔밭 돌담의 오전 햇빛,그리고 북천전적지 침천정에서 내려다보는 북천의 풍경을 꼭 감상하라고 권한다. 남장사 아래의 감나무밭과 낙동강 변 경천대는 상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욕심내는 촬영 포인트.
“방죽에 올라섰지요. 거기서 보면 논둑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영감님 같은, 굴뚝에서 저녁 짓는 연기를 뿜는 동네 집들이 다 보이지요. 방죽과 방죽 사이에는 냇가가 있고요. 냇가 풀밭에는 원두가 아침에 데려다 매어 놓은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지요. 냇가에는 홍수만 나면 떠내려가서 해마다 한 번씩 새로 놓아야 하는 나무 다리가 있었지요.”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상주 시내에서 북쪽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은척이라는 마을. 한가로운 풍경이 시간이 멈춘 듯, 펼쳐져 있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마을 어귀 팽나무 아래 평상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더없이 즐거울 터.
“음, 오늘 저녁은 아주 훌륭했다. 애호박을 기름에 살살 볶았다. 열무김치 어린 것을 쫑쫑 썰어서 겉절이를 만든 다음에 참기름을 듬뿍 쳤다. 뜨끈하게 밥을 해서 고추장을 넣고 커다란 그릇에 썩썩 비벼 가지고 식구들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다.”
맛에 관해서라면 일가견이 있는 작가는 소설 곳곳에 먹음직한 밥상을 맛깔나게도 차려 놓았다. 그는 아직도 고향을 찾을 때면 제일 먼저 소싯적 그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몇몇 음식점에 들러 기필코 그 음식을 맛보고야 만다고 한다. 상주에 간다면 미리 허리띠를 느슨하게 해 놓아야 할 판이다.
Travel Point 자전거 하이킹 자전거박물관(054-534-4973)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 탈 수 있다. 25번 국도에서 남장사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 3km가량 길이 잘 닦여 있고, 오가는 차량이 드물어 한적하다. 자전거 대여 시간은 2시간. 감나무로 가득한 남장동 감마을로 들어서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구불구불 골목길을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자전거 여행의 묘미.
성주봉자연휴양림 흘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아름다운 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은척면 남곡리 성주봉(해발 606m) 기슭에 자리 잡은 자연휴양림. 이곳에는 깊은 계곡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숲속의집 6동과 단체용 산림휴양관 11실이 위치한다.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며 5개의 산행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야생화와 약초 100여 종을 심어 놓은 약초동산과 약초길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문의_054-537-6350
경천대 투어 낙동강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 경천대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는 우거진 노송이 있고 반대편에는 금빛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한다. 드라마 ‘상도’의 촬영 장소로 절벽 위에 서면 낙동강의 유장한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수영장을 비롯한 전망대, 어린이 놀이 시설, 야영장 등의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 좋다. 문의_054-536-7040
추천맛집
작가 성석제가 추천하는 맛집 리스트. 상주시 지천동에 우리밀 칼국수로 유명한 새지천식당(054-534-6402)과 시래기 해장국이 일품인 남성동의 남천식당(054-535-6296)은 상주에 가면 반드시 들르는 단골집. 남적동 세천 돼지석쇠구이식당과 시내 중심부의 막걸리집들(씨멘집 강추)의 은자골막걸리와 배추전도 빼놓을 수 없다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