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논스톱이 국제적인 시상식 본선에 올랐다는 소식에 은근히 수상 가능성을 점쳐보며, 흥분된 기분을 가누지 못하고 스위스로 날아갔는대요.
막상 가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아,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답니다...
본선에 올라온 다른 시트콤 부문 출품작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트의 규모였습니다. 깊이감있는 화면을 만들어주는 대형 스튜디오, 화면속에서 수십명이 움직이는 살아있는 현장같은 세트... 그리고 고정 세트로 지었기에 합판보다는 실제 건축자재로 만들어져 리얼한 배경 그림... 역시 차원이 다르더군요. (뉴논의 세트는 일주일에 하루만 스튜디오 배정이 되어, 새벽부터 몇시간만에 뚝딱 뚝딱 만들고는 밤에 녹화끝나면 후다닥 다시 해체하고 그런 식이지요...흑흑.)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소재의 활용, 특히 성적인 소재를 가볍게 다루는 것이 눈에 띄더군요. 목욕탕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거나, 침대에서 일어나는 남녀간의 소동... 시트콤의 소재로 시선을 끌기에 더 없이 좋은 사건이지만, 한국 공중파에서는 제한된 소재들... 성적인 농담까지 자유자재로 표현해 내는 그들을 보고 은근히 부러웠답니다.
그리고 끝으로 역량있는 연기자들... 미국에서는 코미디언이나 영화 배우들의 희망사항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시트콤을 한 편 만드는게 최고의 영광이라지요. (실제로 미국 시트콤에는 연기자의 이름을 내건 쇼가 많지요. Seinfeld, The Ellen Show-역시 이번 골든 로즈 본선 진출작) 브룩 쉴즈의 경우, '프렌즈'에 카메오 출연했다가 코미디 연기를 인정받아 자신의 시트콤 시리즈 제작 제의를 받게 되었구요. 그들의 화려한 시트콤 연기진을 보고 자괴감이 들었답니다. 한국에서는 시트콤이 드라마의 하위 장르 정도 대접받으며, 신인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데 비해, 역시 외국에서는 슈퍼스타들이 프라임 타임 시청률을 놓고 경쟁하는 메인 장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 어쨌든 결과적으로 뉴논은 본상 시상식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나름대로 수상소감도 영어로 외워갔는데...) 아시아 지역 최초 본선 진출작, 뉴논스톱! 하지만 역시 세계 무대의 벽은 높더군요. 하지만 민시기는 이런 생각으로 쓰린 속을 위로했답니다.
'그래, 니들도 일년에 300편 씩 만들어봐라... 우씨...'
세계적으로 가장 잘 나가는 시트콤 시리즈 '프렌즈'는 8년째 인기 정상 가도를 달리는 시트콤의 명작이지요. 하지만 그들이 한 해에 제작하는 에피소드 수는 24편 정도입니다. 한 주에 한 편 씩, 씨즌 제로 방송하니 6개월 정도(6*4주=24개) 방송하고 6개월은 재충전과 대본 준비의 시간을 갖는거죠.
매주 다섯편씩 쉼없이 만들어서 1년 에피수가 300편에 육박하는 우리로서는 꿈같은 얘기입니다. (미국 친구들은 에피소드 번호가 300번, 이러니까 한 10년 이상 방송한 장수프로그램인줄 알더군요, 쩝...)
자, 그렇다면 뉴논스톱같은 한국형 청춘 시트콤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소재의 고갈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청춘물이라 소재에는 한계가 있고, 매일 매일 3개 방송사에서 경쟁적으로 만들다 보니, 장르에 대해 금방 싫증날 수 있다는 거죠... 시트콤은 완성도 있는 대본과 탄탄한 코믹 연기가 승부처인데, 청춘물이 범람하다 보니 캐릭터의 구분이 안되고, 또 단명하는 시트콤이 많다보니 캐릭터가 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스러운 코미디만 하게되고... 이러다 자칫 청춘 시트콤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사실 요즘 뉴논스톱 2기를 모아,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려는 뉴논스톱 제작진의 가장 큰 고충도 이 점입니다. 앞으로 만만치 않겠구나.
이번 골든 로즈 본선 진출작들을 보고, '역시 우린 아직 멀었구나...이들에게 지지않게 앞으로 더 잘 만들어야겠다...'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싸움은, 지치지 않고 일주일에 다섯편씩, 앞으로 일년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것...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 되겠죠? 흠...
비록 세계 무대에서 뉴논스톱의 이름을 떨치지는 못했지만,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뉴논스톱!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나갈 길에 더 큰 희망과 보람을 걸고, 다시 한번 승부하겠다는 각오로 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