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 극단 ‘와라비자’의 뮤지컬 <제비>
5월 8일~9일, 한국 국립극장에 이틀 동안 날아오른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국토를 유린당한 조선국은 히데요시 사후에 천하를 장악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국교 회복 요청에 응하여 오백여 명의 문화사절단 ‘조선통신사’를 일본국에 파견했다. ‘文’으로 ‘武’를 되갚았다. 나는 극단 와라비자와 협력하여 시대의 바람에 운명을 농락당한 사람들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싶다. 조선통신사의 마음을 우리의 마음으로 하여 ‘文’으로 ‘武’를 극복하고 싶다” - 작.연출 ‘제임스 미키(三木)’ -
일본을 대표하는 극단의 하나로 알려진 극단 ‘와라비자(わらび座)’의 뮤지컬 <제비>(つばめ; 츠바메)가 오는 5월 8일(토)과 9일(일) 이틀 동안 한국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53년 역사를 지닌 극단 ‘와라비자’(대표 코지마 가츠아키)는 일본 민요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북서부 아키타 현에 자리를 잡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순수 민간 집단 예술촌인 ‘타자와코 예술촌’을 이루고 있는 독특한 연극 단체. 극단 이름인 ‘와라비(わらび)’가 ‘고사리’를 나타내듯 산골지방에서 고사리로 연명하면서 어렵게 시작된 이들의 문화운동 정신이 오늘까지 이어져 와라비자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반전(反戰)이나 한일관계, 재일동포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면서 진보적인 역사관으로 일관해 온 와라비자는 특히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그 동안 한국 무용가 최승희를 비롯해 한국 전통 등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자료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뮤지컬 <제비> 역시 와라비자의 이러한 정성과 관심에 의해 탄생된 작품으로, 2002 월드컵 한일 공동 주최와 한일국민교류의 해를 기념해 2002년 8월 25일 일본에서 처음으로 막을 올린 작품이다. NHK 드라마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겸 연출가 ‘제임스 미키’가 쓰고 연출한 <제비>는 ‘조선통신사’라는 상징적인 소재를 통해 한?일 두 나라의 진정한 화해와 새로운 문화교류의 비전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400년 전 조선통신사 소재, 일본에서 2년 동안 350여 회 공연
뮤지컬 <제비>는 400여 년 전 임진왜란이 끝난 후 첫 번째 조선통신사로 일본을 방문한 이경식이 그곳에서 전쟁통에 실종된 아내 연(제비-오엔)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배경이다. 쌍으로 짝지어져 1년 동안 같이 움직이다 이듬해 봄에는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제비’를 통해 주인공들의 사랑과 어긋난 인연을 노래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임진왜란 때 수많은 조선인을 끌고 간 일본인의 악행을 반성하며 오늘날 북한의 일본인 납치와 같은 반대되는 정치적 상황도 함께 풀어보고자 하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의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이 작품을 위해 배우들은 한국춤과 음악, 사물놀이에서 한국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전통을 훈련 받았고, 음악 및 의상 등은 한국 전문가들에게 철저한 고증을 받았다. 2002년 8월 25일 첫 공연을 올린 후 일본 전국 투어를 통해 2004년 7월까지 350여 회 공연을 기록하게 될 뮤지컬 <제비>는 역사적 교훈은 물론이고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연출과 빼어난 앙상블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현대 일본 뮤지컬을 관람하는 재미도 함께 안겨준다. 서울 국립극장 공연에 이어 광주문예회관(11일)과 부산시민회관(14일)에도 올려진다.
뮤지컬 <제비>는 특히 올해 10월 국립창극단에 의해 <창극 제비>(연출 이윤택)로 달오름극장에 올려지며, 이어 2005년 10월에는 한일국교 40주년 기념으로 일본 10개 도시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공연의의
■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의 애정어린 시선 -
조선통신사가 소재, 현재 한일관계에도 시사점을 던져주는 문제작
한국과 일본의 대중문화 개방에 따라 일본에서 한국 연예인에 대한 한류(韓流)열풍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이다. 문화 개방과 교류에 대한 많은 의견들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실천의 문제일 것이다. 5월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르는 일본 극단 와라비자의 뮤지컬 <제비>는 400년 전 무력으로 다가온 일본을 문화로 되갚은 ‘조선통신사’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왜군은 도공(陶工)을 비롯한 수많은 조선인을 납치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막부에 이르러 두 나라의 국교정상화를 위해 조선에서는 대규모 문화외교사절단인 ‘조선통신사(朝鮮通信使使)’를 일본에 보냈는데, 이들의 처음 목적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불법 납치된 조선인을 조사하고 송환한다는 ‘쇄환사(刷還使’)로서의 역할이 컸다. 이후 조선통신사는 200여 년 동안 12차례에 걸쳐 파견되었으며, 일본에게 문물 전수의 창구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
뮤지컬 <제비>는 임진왜란 직후인 선조 40년에 파견된 ‘쇄환사’ 일행을 모델로 한다. 일본으로 간 조선인 이경식이 우연한 자리에서 십년 전 실종된 아내 연(오엔)을 만나게 되나 아내는 이미 일본 무사 미즈시마 젠조와의 사이에 아이까지 있는 몸이다. 이경식과 젠조,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 하는 연의 고통이 바로 ‘제비’에 비유된다. 작가 제임스 미키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시대의 아픔을 재조명했다.
뮤지컬 <제비>는 2002년 8월 25일부터 일본 내에서 350여 회 순회공연을 올렸는데, 이중 절반가량이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상연되어, 교과서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한일 두 나라의 과거 역사를 생생한 무대예술로 보여줬다는 데서 큰 의의를 지닌다. 또한 마침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같은 예민한 사안이 떠오르는 상황에서 뮤지컬 <제비>는 일본인들에게 과거 역사를 비추면서 또 다른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안겨 주는 작품으로 일본 내에서도 평가받고 있다.
철저한 연구와 고증으로 일본인이 재현한 한국 예술
뮤지컬 <제비>는 일본인이 썼지만, 한국인이 쓴 작품이라 해도 믿어질 만큼 상당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당시 상황을 재연한다. 제작 또한 철저한 연구와 고증을 거쳐 한일 두 나라의 전통문화를 잘 살리고 있다. 일본인 배우들은 국악(윤문숙), 사물놀이(서현수 지도)와 진도아리랑과 소리(서현수), 한국춤(정명자 안무)을 비롯해 한국어까지 배우며 철저히 작품 속에 몰입했다. 2001년에는 직접 한국 국립극장을 방문해 의상과 장치를 고증받기도 했다.
■ 국립창극단과의 교환 공연으로 문화교류의 표본 제시
■ 한국 공연에 이어 창극 <제비>로 거듭나 한·일 공연양식 비교 기회 제공
☆ 와라비자의 뮤지컬 <제비>(제임스 미키 작, 연출)
☆ 2002년 8월 25일~7월 약 350여 회 일본 전국 공연
☆ 2004년 5월 8일~9일 / 한국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
☆ 2004년 5월 11일 / 광주문예회관 공연
☆ 2004년 5월 14일 / 부산시민회관 공연
☆ 2004년 6월 / 광주 시와 자매도시인 일본 센다이(仙台) 시 특별 개선 공연
☆ 2004년 7월 / 일본 타자와코 예술촌 귀국 보고 공연
★ 국립창극단의 창극 <제비>(제임스 미키 작, 이윤택 연출, 안숙선 작창)
☆ 2004년 10월 1일~10일 / 한국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
☆ 2005년 10월~ 도쿄를 시작으로 일본 10개 도시 순회공연 예정
뮤지컬 <제비>의 공연은 단순히 일본 극단의 한국 공연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작품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 양식인 ‘창극’으로 만들어져 다시 한국과 일본에서 공연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국립창극단 안숙선 예술감독의 작창과 국립극단 이윤택 예술감독의 연출로 올려지는 창극 <제비>는 2005년 ‘한일수교 40주년’ 기념공연으로 일본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원작가인 제임스 미키는 자신의 대본을 앞으로 5년 동안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에 동의했으며, <제비> 공연의 역사를 소재로 일본 NHK 특집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국가와 국가 간의 교류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또 결실을 맺는지 이번 <제비> 공연이 두 나라에 뚜렷이 보여줄 것이다.
또한 같은 소재를 다른 양식으로 올림으로써 두 나라의 공연 양식과 전통예술의 표현법을 비교, 감상해 볼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국립창극단은 창극 <제비>를 시작으로 창극으로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줄거리
· 제비(於燕,오엔) : 젠조의 부인, 조선인
· 이경식 : 조선국 상판사
· 미즈시마 젠조(水島 善藏) : 일본 히코네한의 무사
“ 자 여러분 모였는가? 중대한 말이 있어.
큰 배를 타고 멀리 바다 건너 이곳에 오는 것은 조선통신사 -
… 조선통신사라고 하는 것은 조선국왕의 사자여,
이번에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고 화평의 교신으로 오신단 말이야 …”
임진왜란이 끝나고 첫 번째 조선통신사(쇄환사)가 일본을 방문한다. 500명의 사절단과 이들이 싣고 오는 화물이 말 일천 두에 달하고 일본인들은 대청소를 하며 통신사 맞이에 분주하다.
이 속에 조선인 이경식이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은 통신사가 아니라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납치된 7만 5천여 명의 동포를 조국으로 귀환시키고자 온 쇄환사(刷還使)”임을 분명히 밝힌다.
통신사를 위한 만찬 자리에서 이경식은 고마춤(高麗踊)을 추는 무희 속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여인을 발견하고는 놀라는데, 바로 10년 전 난리통에 실종되어 익사한 줄로만 안 부인 ‘연’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연은 이미 일본 무사 젠조의 처가 되어 있고, 아이까지 딸린 몸. 연은 10년 전 물에 빠졌지만 왜구의 배에 구조되어 일본으로 실려와 장군의 첩에서 다시 하사품으로 젠조의 처가 되어 있었다. 이경식과 연이 조선에서 부부 사이였음을 알게 된 젠조는 깊은 실의에 빠지고, 이경식은 연에게 조선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재촉한다. 젠조는 하사품을 돌려보내는 것은 명을 어기는 일이지만 목숨을 담보로 연의 귀국을 허락한다. 하지만 연은 자신으로 인해 젠조가 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되는데….
출연진
연(燕 / 오엔) | 츠바키 치요(椿 千代)
34세. 2대에 걸쳐서 와라비자에서 배우를 이어 가고 있으며, 어릴 때부터 무용에 남다른 재주를 지니고 있다. 극단 와라비자의 대표적인 뮤지컬 여주인공.
이경식(李寥植) | 콘도우 스스무(近藤 進)
52세. 북해도 출신의 배우로서, 최근 극단 와라비자의 작품에 주인공으로 출연중이다.
미즈시마 젠조 | 와타나베 테츠(渡? 哲)
41세. 최근에는 배우뿐만 아니라, 예리한 감성을 살려서, 뮤지컬 <아데루이>의 무대감독을 하는 등 다방면에 재주를 보이고 있다.
첫댓글 어제 부산에서 했거든요.. 넘 재밌었어요.. 그래서 소개 해 드리고 싶어서 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