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에서 등장하는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에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인물들이 각각 하나 내지는 두 개의 극히 사소한 특징만을 갖고 등장하며, 재차 한 인물이 언급될 때도 그에 대한 더 이상의 정보는 없고 앞서 특징지은 그 특성만이 반복될 뿐이라는 것이다. 둘째, 모든 등장인물들의 특성이 거의 예외 없이 사물이라는 점이다. 셋째,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소시민인데, 지극히 평범한 그 소시민이 때로는 기상천외한 비범한 인물로 된다는 것이다. 넷째, 어린이나 성직자, 검사, 교사, 의사들이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는 기존의 긍정적 가치평가가 여기서는 부정적으로 하락된다.
인간 자체는 그 본성에 있어 복잡하고 다양한 존재이지만, 오스카의 개구리 시각은 그 개개인의 다양성 중에서, 첫눈으로 봐서, 만져서, 냄새로서, 가장 근접해서 느낄 수 있는 한 가지의 특성만을 포착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45명 이상의 많은 인물들이 대중으로서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 개개인은 하찮다고 생각되는 사소한 특징들을 마치 거대한 징표로 갖고, 하나 하나가 뚜렷한 개성을 가진 개체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양철북 1부에서 어머니 장례식 때 처음 등장하는 슈거 레오는 과거에 신학생이었는데, 정신 이상을 일으킨 후 주로 묘지에서 장례식의 애도객으로 떠도는 인물이다. 그의 특징은 검고 긴 연미복 코트를 입고, 곰팡이가 슨 흰 장갑을 낀 채 침을 질질 흘리면서, 어느 장례식에건 나타나는 것이었다. 처음 브렌타아우어 묘지에서 이와 같이 묘사된 슈거 레오는 두 번째 헤르베르트 트루찐스키가 죽었을 때 랑푸르 묘지에서도 "침을 질질 흘리며, 곰팡이가 슨 흰 장갑을 낀 손을 덜덜 떨며 악수를 청하면서" 애도객을 맞는다. 세 번째로 슈거 레오가 오스카를 얀 브론스키가 총살당한 쟈스페 묘지로 안내할 때도 역시 검고 긴 연미복 코트, 흰 장갑, 침을 흘리는 특징이 반복되며, 네 번째 알프레드 마체라트를 묻을 때도 똑같은 특징을 가진 인물 묘사로써 표현되고, 다른 부가적 묘사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와 같은 반복성은 죽음이 있는 곳, 무덤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슈거 레오와 그의 흰 장갑이 있다는 등식으로 성립되어, 그 후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는 전쟁 이후의 뒤쎌도르프 묘지가 묘사될 때에도 슈거 레오가 등장하는데, 이는 물론 오스카의 심리적인 착각에서 온 현상이다.
한 인물묘사에게 행한 개개의 특징을 끝까지 이끌고 가는 예는 비단 슈거 레오에서 뿐만 아니다. 각 인물들에게서도 반복되는데, 그 예는 다음과 같다.
1.할머니, 안나 콜야이체크--4겹의 치마
2.할아버지, 요제프 콜야이체크--방화범, 성냥
3.빈첸트 브론스키 삼촌--신앙심
4.얀 브론스키--푸른 눈, 트럼프 카드.
5.어머니 아그네스--육감적 여인, 뱀장어.
6.아버지 알프레드 마체라트--요리, 요리용 국자
7.마리아--바닐라 냄새, 비등산.
8.채소상 그래프--보이 스카우트, 동성연애자, 감자저울
9.그래프 부인--불결한 침대
10.빵가게 주인, 세플러--짧은 O형의 다리.
11.베브라--직관력
12.세플러 부인--뜨개질, 말이빨
13.로스비타 라구나--남국적 여인, 나이를 알 수 없는 얼굴
14.하이란트 노인--담배.
15.헤르케르트 투루찐스키--등의 상처.
16.이웃 노인, 라우프샤트--시계.
17.마르쿠스--유태인, 장난감 가게.
18.음악가, 마인--트럼펫, 4마리의 고양이
19.트루친스키 아주머니--작은 머리통 위의 탁구공 만하게 올린 트레머리, 쥐.
20.헤드비히 브론스키--소의 눈
21.루치 렌반트--삼각형의 여우 얼굴
22.브루노--노끈으로 만든 공작품.
23.고르네프--스파게티, 침대.
24.차이들러--고슴도치같은 머리, 양탄자.
25.클래프--목의 종기
26.슈무우--양파, 참새.
27.랑케스--콘크리트 조각, 담배 얻어 피우기
28.울라--긴 다리.
29.파인골트--죽은 아내를 부르는 것. 소독약.
30.여선생, 슈폴렌하우어--안경
31.카우어 아주머니--붉은 끈, 동요
32.우체국장, 미콘박사--양복 윗주머니의 흰 손수건.
33.베루우운--근시안
34.우체국 수위, 코비엘라--용감한 정의감, 목발.
35.구스테 트루찐스키--커피.
36.도로테아 간호원--식초냄새, 옷장, 집게손가락.
37.뢰브자크--등뒤의 혹.
여기에서 보면 인물들의 특징이 모두 사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의 할머니 안나 브론스키는 10월 어느 날 늦은 오후에 여러 벌의 치마를 입은 채 감자밭 가에 앉아 있었다"로부터 시작하여 할머니의 등장 때마다 예외 없이 함께 강조된 치마는 제일 첫 장면 '폭 넓은 치마'의 장편에서 만도 43번이나 반복된다. 또 이 치마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동적이고, 활력에 넘쳐흐르고, 그 묘사의 즐거움에 쫓긴 나머지, 원래 말하고자 했던 할머니라는 인간에 대한 묘사나 서술은 미처 할 겨를이 없어 보인다.
어제 맨 위에 입고 있던 치마는 오늘은 바로 그 밑으로 들어갔고, 어제 두번째이던 것은 오늘은 세 번째로 되었다. 어제 세 번째이던 치마는 오늘은 그녀의 피부에 밀착되었다. 어제 그녀와 가장 근접해 있던 치마는 오늘은 그 겉모양을 분명히 드러냈는데, 아무 무늬가 없는 것이었다.
'치마'라는 물체는 할머니의 묘사를 위해 사용됐던, 본래의 보조적 입장을 벗어나 주인공인 할머니를 압도하며 생동감 있게 나타난다.
그것은 바람이 불어오면 크고 둥글게 부풀어오르고 바람이 충분해지면 느슨해지고, 바람이 스쳐갈 때에는 팔락팔락 소리를 냈고, 할머니가 바람에 등을 대고 서면 치마 네 벌 모두가 그녀의 앞쪽으로 휘날렸다.
또한 할머니의 넓은 치마폭은 일찍이 방화범이었던 요제프 콜야이체크의 생명의 도피처가 되었으며, 오스카의 어머니 아그네스를 탄생시킨 곳이다. '치마'라는 사물이 이와 같이 의미를 갖고 부각됨에 따라 할머니라는 인물은 점차 그 존재가 희미해져 가며, 나중에 독자의 의식 속에는 결국 치마만이 남게 된다; 인간이 사물에 의해 덮혀지는 가치체계의 변화가 오게 된 것이다. 오스카의 심리적 "안식처"인 할머니의 치마폭은 마침내 신화적인 의미를 가져, "그 곳은 천지창조의 첫날이나 마지막 날과도 같이 고요했다" 라고 함으로써 사물은 오히려 인간 세계를 넘어서서 신화적 세계로까지 상승한다.
얀은 폴란드 우체국이 폭격을 당할 때, 그 공포를 피하기 위해 카드놀이를 했다. 얀에게 카드란 곧 아그네스와의 관계를 뜻하는 것으로써 전쟁보다 중요했던 것이다. 그는 전쟁의 와중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과 카드놀이를 하고 카드로 집 짓는 장난을 했는데, 마치 할머니의 네겹 치마가 오스카에게 신화적 안식처였듯이, 얀에게는 이 카드의 집이 "영원한 나라"였다. 그는 최후로 사형장에까지 카드를 지니고 가는데, 사물이 인간 정신세계의 최후의 안식처가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할머니의 네겹 치마와 일맥 상통한다.
주인공 오스카의 개구리 시각은 거시적인 인간사회를 볼 수 없다.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소시민층의 사회이고, 그것도 빵가게 주인, 채소상 그래프 등 근시안적인 개개의 상인 및 이웃들인데, 이는 작가인 그라스가 소시민 출신일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전체보다는 개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라스는 비이네크와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개체의 존재를 믿으려 하지 않는 여러 사회학자들이 만든 학설들을 비참하게도 개체를 같은 것으로 보려한다. 나는 이것을 지지할 수 없다. 나는 만원인 전차 속에서도 대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 개성 있는 하나하나의 개체를 볼뿐이다.
그라스의 개구리 시각 테크닉은 과거 소시민 대중의 평범성에 비범을 부여하게 되었다. 즉 소시민 개개인도 근접해서 파고들어 관찰하면 나름대로 비범한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웃 소시민인 음악가 마인이 어느 날 그가 기르던 고양이 네 마리를 때려죽인 평범한 사건은 마치 동화의 일부분처럼 특수성을 띄고 크로즈업 된다.
옛날 옛날 한 음악가가 있었다. 마인이라는 사람인데, 기르던 네 마리 고양이를 부젓가락으로 때려 죽였다. (...)옛날 옛날 한 음악가가 있었다. 마인이라는 이름으로, 죽지 않았으면 오늘도 여전히 살아서 훌륭하게 트럼펫을 불고 있을 것이다.
고양이를 죽인 사건이 동물 학대죄로 고발되자, 그는 나치당에 의해 숙청되는 것을 모면하기 위해, 앞장을 서서 유대인 학살에 적극 참여한다. 고양이의 사건은 단치히의 유대인 게토가 불바다로 변한 역사적 비극의 날 밤에 마인이 유태인 살해를 위해 종횡무진 활약한 비범한 사건으로 변했던 것이다.
오스카의 개구리 시각에서 서술하는 인간 묘사 가운데 또 하나의 특이한 현상은 귀엽지도, 순진하지도 않은 어린이의 상이다. 정치적 인종차별 의식이 있는 유치원 어린이들, 오물을 강제로 오스카에게 먹이는 악동들, 특히 오스카의 아들 쿠르트의 묘사에게 그 대표적 예를 찾아볼 수 있다. 3살된 쿠르트는 마치 "악인 카인이 아벨을 매질하듯이" 아버지 오스카를 때렸다. 그는 국민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이미 천재적인 장사수완을 갖고 암거래 시장에서 돈을 벌었다.
사물들은 먼저 그 자체에 대한 의미만을 갖는다. 그 외부에 놓인 '정신적' 의미를 가리키지 않는다: 그려진 것이나 아니면 스케치된 사물의 상은 그 사물을 그린 것이며, 그 어떤 부수적인 것 '의미된 것'을 우선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그라스는 이와 같이 사물 자체에 집착한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사물들의 소재는 "일상 생활에서 매일 접하고, 내 주변에 그룹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며, 그는 이 평범한 사물들로부터 진실성을 캐고자 한다.
둘째, 사물에 대한 기존 가치가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갈매기:
아저씨는 담배진으로 더러워진 잇몸을 드러내 웃고는... 침을 공중에서 곤두박질시켜 콜타르와 기름이 덮힌 화강암 사이로 탁한 물 속에다 내뱉았다. (...) 한 마리의 갈매기가 날아와 돌을 교묘히 피해 날아가면서 그것을 채갔다.
어머니가 토하기 시작했을 때 그 주위를 낮게 선회하고 있던 갈매기는 토한 배설물에 달려들었다.
갈매기들은 부두 노동자가 잡아 올린 산 뱀장어를 보고 급강하하여 서로 다투며 달려드는데, 쫓아도 도망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부두에 남겨 놓은 말 대가리위를 갈매기들이 뒤덮었다.
말 대가리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갈매기가 가루처럼 하얗게 그것을 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것은 언제라도 깨끗한 모습으로 그대로 공중으로 올라갈 수 있는 깨끗이 씻어진 구름이었다. (...)
(...) 그래서 흰 것이라고 지칭하는 것, 내가 잉게 간호부의 흰 가운과 동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갈매기의 날개다. (...)
역겨운 동물의 개념이 시각적인 흰색과 어우러져, 마침내 갈매기가 문제가 아니라, 흰색은 역겹고 추한 것으로서 가치변화를 갖게 된다. 비둘기에 대해서도 주인공은:
비둘기는 내게 있어 아무런 존재도 못된다. 갈매기가 오히려 낫다. 평화의 비둘기라는 표현은 내게 역설적으로만 느껴진다. 하늘 밑에 세 들어 살며 싸움만 즐기는 비둘기보다는 보라매나 독수리를 평화의 사절로 믿고 싶다.
사물의 인간심리화: 사물이 인간 세계로 개입하는 경우.
내가 거실과 전 세계의 유리라는 유리는 모조리 표적으로 삼고 악을 쓰려고 했을 때, 마리아는 타올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것을 물자 쇠고기보다 단단했다... 미움은 그 후 계속 남아 마리아가 지금도 내 방에 들어오면 그 이빨 사이의 타올처럼 미움을 느낄 정도다.
이와 같은 현상을 게오르그 유스트는 "현실적으로 일어난 일과 심리적으로 일어난 일 사이에 차이점이 지양된 것"으로 보았다.
진주 목걸이는 인간의 모가지보다 오래 살며, 손목은 야위어도 팔찌는 야위지 않으며, 무덤 위에서 손가락이 없는 반지가 발견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간단히 말해, 보석을 몸에 걸치기에는 다른 인간들은 너무 하찮게 보인다.
이밖에도 비등산, 바닐라 푸딩, 철금, 손풍금, 트럼펫, 벽돌, 편지 등은 의인화된다.
사물이 인간의 모든 감정과 감각을 갖는다는 개념은 때때로 언어의 환유 현상을 가져왔다; 제복들은 반시간 족히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서 사람은 빠지고 제복만 남게 된 현상이다.
그로테스크: 사물의 묘사는 지나치게 세부 묘사가 쌓이고 때로는 과장 되게 부풀어올라 그로테스크 현상을 빚는다. 헤르베르트 트루찐스키의 등에 난 흉터:
등은 둥글고 움직임이 있었다. 근육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주근깨가 뿌려진 장미빛 풍경이었다. 어깨뼈의 밑에는 지방으로 메워진 척추 양쪽에 모두 엷은 갈색의 털이 나 있었다. 곱슬거리는 털은 밑에까지 내려와 헤르베르트가 여름인데도 입고 있는 아래 파자마 밑으로 사라졌다. 바지 상단에서 위쪽으로 목 근육까지를 훑어보면, 등 전면은 부풀어 오른 상처로 덮혀 있었다. 그것은 털의 성장을 중지시키고, 주근깨를 말살시켜 주름이 잡히고, 환절기에는 가려워지고, 검푸른 빛에서 초록빛이 섞인 흰빛까지 여러 층의 빛깔이 섞인 상흔이었다.
가정모랄의 요인:
오스카의 할머니는 요제프 콜야이체크가 뗏목 밑에서 실족해 죽은 후, 시숙인 그레고아 콜야이체크와 재혼했다. 또 어머니는 외사촌인 얀 브론스키와 불륜의 관계를 맺으며, 오스카 자신은 계모 마리아를 사랑하므로써 가정 내의 복잡한 결혼은 3대에 이른다. 마침내 오스카가 자기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쿠르트도 두 명의 추정상의 아버지를 가져, 오스카가 두 명의 췅상의 아버지를 가진 모순은 가계의 대물림으로 된다.
이런 삼각관계는 작품에서 여러 번 언급되고, 마침내 그들 성인들의 불륜의 삼각관계에서 삼각형이란 형태는 오스카에게 하나의 추하고 증오스런 모형으로 진전된다. 즉 여러 청년들을 죽음으로 이끈 악녀 루찌 렌벤트의 삼각형 얼굴과 또 후에 화차안에서 만난 악녀인 레기나 레크의 얼굴도 역시 삼각형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트 놀이--알다시피 그것은 세 사람만이 놀 수 있다.--그것은 어머니와 두 사나이에게 있어 가장 알맞은 놀이에 불과하다.
더 이상 부정한 어머니와 얀의 정사를 보지 않기 위해 그는 아장아장 걸어서 5월의 초원으로 마체라트를 따라가 매번 나치당 집회를 해산시켰던 것이다.
작가 그라스는 이 안락함의 추구와 무분별성을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의 특징으로 삼는데, 비판의식 없는 소시민의 기회주의적 요소를 공격하고, 동시에 극단적인 대중의 경향이나 민중심리에 쉽게 빠져들어가는 그들의 약점을 폭로한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