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성
2015/02/01-02/12
인천-쿤밍(곤명)-따리(대리)-리짱-호도협-상그릴라-쿤밍-석림-인천
첫날 새벽 구미에서 공항 리무진을 타고 인천 공항에 닿으니 일행인듯 싶은 사람을 찾을 수 없다. 너무 일찍 공항에 온 셈이라 한참을 어슬렁 거리다 짝꿍이 된 일행과 합류하다 보니 8명 모두 모인다. 상해 푸동 공항에 도착하여 다시 홍교 공항으로 이동하여 쿤민행 비행기를 탄다. 쿤민에 도착하여 호텔로 가는 길에 해는 긴 그림자를 남기며 사라진다.
2-1 운남 민족촌에서
여행은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레임이 주는 행복한 삶을 경험하는 것이고 세상을 두루 만나는 방랑의 부드러운 흐름이다. 낯선 사람들과 무리를 짓고 낯선 사람사는 곳으로 빨려들어 그들이 주위의 자연들과 화합하며 살아가는 모습에 휩쓸려 시공을 초월한 새로운 삶에 빠지는 것이다. 둘째날 운남성 소수 민족들의 삶을 박물관처럼 모아놓은 민족촌을 찾는다. 사람들은 주변의 자연에 적응하면서 독특한 삶의 양상을 문화로 이어오고 있다. 중국은 광활한 땅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민족들이 살면서도 거대한 하나의 나라 형태를 지니고 있는 힘은 무엇인가. 우리는 작은 땅 안에서 통일된 생각이 아닌 갈등의 양상이 너무 심한데. 아마 중국은 고전에 근거한 어떤 정신이 이를테면 공경이나 화합 효 들이 원초적으로 머리에 공통적으로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어쨌던 다양한 민족들의 독특한 삶의 양식 또한 멋진 볼거리이고 독특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의 독특한 문화들이 얼마나 여러가지이랴만은 함께 공존하는 화합이면 좋으련만 극단의 이문화 배척이 낳는 불행들은 아직도 세상 곳곳에 전화를 일으키고, 참 딱한 인류 아닌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들이 나와 남이 어우러지는 세상일 것을 민족촌은 보여 주는 것 같다.
2-2 용문 석굴로
민족촌의 남문으로 나와서 셔틀 빵차(우리나라 미니 봉고차 같이 생긴 택시)를 타고 나와 호수를 건너는 케이블 카를 탄다.말이 통하지 않아도 생각대로 갈 곳을 다 갈 수 있게 하는 게 베낭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곤명호수가 아래로 바다같이 펼쳐져 있고 우뚝 선 수직 바위 절벽에 굴을 뚫고 문과 석실, 석상, 신전까지 인공으로 만든 중국인들의 억척스러움은 경악이다. 용문 석굴을 지나 서산 마루에서 내려다본 꾼민은 호수와 어울린 하나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정상에서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 시내버스를 탄다.
2-3 숙소 옆 재래 시장 구경을 한다. 사람 사는 모습들이야 저잣 거리를 보면 가장 진솔한 게 아닌가. 여기 저기 생존의 경쟁이 활발한 가운데도 여유로운 사람들도 꽤 많다. 마작을 하거나, 카드, 장기 등 기박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 그들만의 표정이 있다. 지금이라는 시간들에 충실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들은 세월을 잡아 둘 것 같다.
2-4 저녁 식사를 하고 곧 바로 곤명 역에서 22시 29분 따리로 가는 야간열차를 탄다. 운이 좋게 아래층에 자리를 잡는다. 6인실 침대인데 2,3층(중, 상층)보다 아래층이 그래도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따리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나 기차안에서 낭만적인 1박을 한다. 새벽에 내려 따리 고성 부근의 숙소에 오니 숙소는 퍽 낭만적이다. 마당에 풀장이 있고 주인이 화가인지 곳곳이 갤러리 분위기이다. 짐을 내려놓고 숙소 체크인 하고 거리로 나선다.
3-1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식당의 노천 식탁에서 룸메이트와 만두 한접시와 국수 한 그릇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그런대로 한끼 식사로는 훌륭한 편이다. 멀리 따리 고성이 아침을 열고 꽤 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숙소가 가까이 있기에 따리 고성은 수시로 볼 수 있으니 우리는 보이차로 거부가 되어 마을을 이뤘다는 엄가촌으로 간다. 엄가 박물관에서 본 중국인의 상술은 왜 부자로 될 수 있는 지를 잘 말해 주는 것 같다. 대를 이어 가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간 가계보가 눈에 들어온다.
3-2 옛 우리네 어머니들이 일본의 비단을 받아와 실로 묶어 염색을 하던(소위 홀치기라는 염색) 시절을 떠 올리는 천연 염색 공장을 찾는다. 하얀 베가 고운 색깔로 변하기까지 일일이 사람의 손을 수십번 거치고 나온 화려한 무늬들은 매력이 있다. 형형색색 무늬는 바람을 타고 하늘거리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꾄다. 어릴적부터 상인의 기질을 가지는 중국의 아이들, 조그만 소녀가 가판대 앞에서 관광객들을 끌고 있다.
3-3 얼아이호
따리는 북으로 4000고지 이상의 창산이 둘러싸고 남으로는 바다와 같은 얼라이호가 길게 펼쳐져 있어 천혜의 요새이다. 따리 앞에 버틴 호수를 빵차를 타고 한 바퀴 유람을 한다. 호수라고 하지만 하루 종일 여정이니 가히 바다에 가깝다. 눈 덮인 창산을 수면 위에 비추고 유람선이 떠다니는 얼라이 호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거느리고 있는 생명수인 게다.
3-4 얼아이호를 한바퀴 돌고 돌아와서 따리 고성의 야경에 빠진다. 고성이라지만 서민들이 장사나 다른 생업을 하면서 대를 이어 살아가는 마을인 게다. 창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들이 고성의 가운데를 적시며 호수로 내려가고 물을 따라 옛 전통 가옥들에는 관광객과 주민들의 발걸음들이 분주하다.
4-1 창산 운유로 트랙킹에 나선다. 4000여 미터 창산의 준봉들을 하늘에 띄우고 산의 중허리인 2000여고지에 트래킹 길은 모두 납작한 돌을 깔고 옆으로는 소방 호스가 따라 나선다. 길 가는 요소요소마다 소화전까지 설치된 완벽한 트래킹 코스는 아래로 얼아이호를 바라보는 따리라는 도시가 길동무를 한다. 푸른 하늘과 푸른 호수와 자연을 거슬리지 않는 따리 고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공물들은 나를 넣은 한폭의 그림이다. 중간의 칠룡여지의 폭포를 구경하고 아찔아찔한 창산 협곡위의 길을 걷는 건 경이롭기도 하고 참 여유롭다. 몇몇이 고산증세로 내 힘들다 하면서도 사방의 풍경이 고통을 압도하는 것 같다. 놀라움과 환희와 아찔함 등 복합적인 감흥을 듬뿍 안고 봉안대에서 창산 트래킹을 마감하고 창산에서 내린다.
4-2 다시 따리고성을 배회 하면서 고성 문화를 얼핏 정립한 듯하나 고성이라는 의미보다 옛날부터 전통을 버리지 않고 대대로 살아가는 향토색 짙은 마을이라는 느낌이다. 고성의 이곳 저곳을 맴돌다 모처럼 한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따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5-1 아침을 간단히 먹고 리짱가는 버스를 탄다.버스나 기차나 타고 보면 중국의 인구가 실감이 난다. 만원버스, 만원 기차, 대중 교통은 늘 사람들이 포화 상태다. 리짱에 닿아 수허 고성을 돌아보지만 역시 물과 사람과 전통가옥이 옹기종기 역사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감탄이다. 저녁 무렵에는 리짱 고성 맛보기로 정문 앞만 어슬링거리다 일찍 숙소에 들어온다.
수허고성 맛보기
5-2 저녁 무렵 고성의 표본 같은 리짱고성의 상징물 앞에 서 본다. 세계 문화유산이 된 고성 정문에는 물레방아가 쌍으로 돌고 엣 사람들이 남긴 삶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 가고 있다.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쉽게 버리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버리지 않는 문화는 결국 더 깊은 역사를 간직하는 게 아니랴. 밤이 깊어간다.
6-1 다시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아침 일찍 차를 탄다.호도협 트래킹을 위해 차오토우로로 향한다. 호도협 트래킹의 시작점인 챠오토우로로는 상그릴라를 지나 티벳의 라싸까지 이어지는 도로와 호도협으로의 길의 갈림지점이다. 호도협의 기점에서 협곡을 낀 아슬아슬한 벼랑길을 말을 타고 가느냐, 아니면 걸어갈 것이냐가 중요 안건이 된다. 나는 누가 뭐래도 걸어 갈 테니, 고집으로 말을 탄 일행을 앞서 나아간다. 우리 팀보다 앞서 또 한팀은 모두가 걸어 갈 셈인데.
뒤따라 오는 말을 탄 일행과 걷는 가이드 아래로 다랭이 밭 풍경이 정겹다.
협곡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바위에서
점심을 먹은 나시 객잔
말이 되돌아 가는 정점 여기서 부터는 2400 고도를 유지하는 길이
숙소인 차마 객잔 오골계 찜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조금 있다가 아침 까지 정전이다. 바람은 방문을 잠시도 가만 두질 않고 흔들어 댄다. 맑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바람은 객잔을 통째로 날릴 기세이다.
7-1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트랙킹 일정의 시작
비교적 평탄한 길이나 다양한 모습이
새참을 먹은 중도협, 중도객잔, 한국인이 많이 온다는 증거를 보이듯 영어와 함께 한글 간판이 나란히 씌어있다.
트랙킹 길 중 사자 폭포
길은 절벽의 중간을 가로지르기도 하고
트래킹의 끝자락 티나스 객잔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과 볶음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샹그릴라로 이동한다. 2000대에서 3000고지대의 샹그릴라까지 계속 오름길을 가면서 중간지점 쉼터에서 본 설산들
불타버린 샹그릴라는 설렁하기가
8-1 샹글릴라 고성은 2014 화재로 말짱한 건물이라고는 대보사와 몇 건물 뿐이어서 아쉬움이지만 송찬린쓰(송찬사원)은 규모는 적으나 티벳의 포텔라 궁을 많이 닮아있었다. 사원의 누대같은 제일 위층 전망대에서 한눈에 보이는 샹글리라는 불탄 흔적보다 아름다운 자연 속의 숨은 비경이 틀림없다. 누구나 마음에 그리는 낙원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3200여고지의 천국은 내눈에 각인되어 한동안 그리는 추억이 될 것이다.
깨끗한 하늘만큼 맑은 영혼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선 기쁨은
이땅에 살아가는 식생들 모두에게 축복이 아닐까 마는
어디나 독점하고 싶은 권력들 때문에 삶이 엉키는 게지.
이상향은 무념무상의 식생들이 꾸리는 3000고지 하늘 같은
맑음의 세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2015/03/03
경북 문경 아침도시의 산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