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버스터미널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뉘는데,
경부축의 대전IC와 인접한 본대전의 대전시외·고속터미널,
그리고 호남축의 유성IC와 인접한 유성의 유성시외·고속터미널로 나뉜다.
사실 이전에도 언급했듯 대전터미널의 문제가 상당한 수준인데,
유성터미널은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더욱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상당히 노후화한 시설과 열약한 접근성, 좁은 부지 등이 여러가지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터미널이 위치한 유성구가 대전 시세수입의 1/3을 차지하며,
인구 증가율도 대전 5개구 중 가장 빠를 정도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곳이다.
하지만 그런 유성을 대표하는 터미널의 모습은 정말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지역 내에서도 이미 문제로 낙인되어 논란이 일고 있는 터미널. 그 곳으로 잠시 들어가본다.
유성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은 고속터미널과 마찬가지로 구 유성읍내의 모습이 펼쳐진다.
터미널 앞을 가로지르는 4차선의 좁은 길이, 한 때는 유성의 중심가였던 곳이다.
터미널이 처음 지어졌던 3~40년 전에는 굉장히 큰 길이었지만,
이미 광역시로 흡수된 지금은 차량통행이 불편한 좁디좁은 골목으로만 느껴진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밑으로 지하철까지 다니고 있으니 겉모습만 보고 절대 '골목'이란 말을 섵불리 남용할 수는 없다.
유성시외버스터미널은 엄연히 말하자면 '터미널'이 아닌 '정류장'이다.
각종 문제가 들끓는 대전시외버스터미널도 여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할 것이다.
단층의 아담한 건물에 주차장, 승차장의 구분도 거의 없는 협소한 광장.
바로 사진에 보이는 이 광경이 시외터미널이 가진 전부다.
봐도봐도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낙후될 정도로 유성터미널의 입지가 좁은 것도 아니었을텐데,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놔두기만 했던 것이 참 의문이다.
더욱이 고속버스터미널과는 달리 동대전, 유성은 지역별로 딱딱 구분이 되어있는데,
주로 영남권, 충북권, 강원권과 이어지는 동대전에 비하면,
충남권, 호남권으로 이어지는 유성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별다른 정비시설은 물론이요 이렇다할 주차공간, 승차장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서 유성을 거쳐가는 버스들은 대다수가 가변정차를 하고,
승차장은 이미 대합실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그 기능이 변하였다.
가뜩이나 4차선인 도로변에 버스가 장기간 정차를 하기 때문에 도로 혼잡도 상당한 편이다.
이렇게 좁은 골목에 이렇게 좁은 정류장이 남아있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입구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워낙 충격적인지라 내부의 모습은 차라리 충격이 덜하다.
내부가 그나마 낫다고는 해도 워낙 단순한 구조에 공간도 협소하기 때문에,
유성터미널을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전부 수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2008년을 강타했던 고유가.
지금은 배럴당 70달러 내외로 많이 양호해졌지만, 한 때 140달러까지 치솟은 탓에 버스업체의 타격은 상당했다.
그 때문에 적자를 조금이나마 충당하고자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의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인상폭이 상당한 탓에 두 번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상을 하는데,
그런 내용을 조그맣게 복사하여 터미널 내부에 붙여놓았다.
각각 7월, 8월부터 인천행과 성남행의 시간표가 바뀐 것도 새로 복사해서 붙여놓았다.
인천행 40분, 성남행 50분의 배차간격을 유지하고 있는데,
버스터미널 규모에 비하면 정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운행간격이 조밀하다.
유성시외버스터미널을 오면 두 번 경악하게 된다.
첫번째로는 도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작고 협소한 터미널의 초라한 모습,
두번째로는 터미널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다양한 노선 운행이다.
동서울행이 무려 10~25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고,
인천, 성남, 천안행도 전부 1시간 이내의 배차간격이다.
그 중에서 천안행은 직통(고속)운행과 조치원 경유(완행)으로 나뉠 정도다.
신갈/수원행도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운행중이고,
인제-원통-속초행 하루 2회, 원주행 하루 4회, 강릉행도 하루 3회 운행한다.
대전시외터미널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청주행이 시간당 두세대씩 있고,
전주행 버스와 청양-보령행도 청주와 비스무리하게 운행되고 있다.
비록 대전시외터미널의 영향력이 강한 충주, 금산, 논산행의 운행횟수는 적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상당히 다양한 노선이 우후죽순 뻗어있는 꼴이다.
충남 서부권으로의 연결도 무척 잘 되어있어
예산, 청양, 홍성, 서산으로 연결되는 버스가 적잖게 운행되고 있고,
공주 구터미널로 연결되는 버스도 약 20여분의 배차간격으로 조밀하게 운행된다.
이처럼 조밀하게 운행되는 노선만 해도 한 두개가 아니다.
연계가 거의 안 되는 영남권을 제외하면 전국 각지로 노선이 골고루 뻗어있다.
하지만 버스가 네 대만 들어와도 꽉 차는 박차장에서 그 많은 버스들을 전부 수용할 수 있을까...
버스가 오는 만큼 이용객도 무척 많은데 그 사람들을 미처 수용하지도 못하는 암울한 상황...
충남권으로 가는 버스들은 대부분 국도를 경유하므로 요금이 다소 비싼 편이다.
오죽하면 청양을 가는 것이 전주를 가는 것보다 더욱 비쌀까.
그런 반면 동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나 광주의 경우는 가격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략 무궁화호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요금이고, 배차간격 또한 비슷하다.
요금표는 굉장히 안내가 잘 되는데, 각 행선별로 청소년과 어린이 요금까지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매표소에선 아직 전산 처리도 안 되어 단 두 명의 직원이 일일이 펜으로 행선을 써주는 형편이다.
터미널 공간 자체가 너무 협소하여 일평균 이용객도 대전시외터미널의 1/10에 불과한 실정이다.
오죽 공간이 없으면 아예 대로변에 대놓고 정차하여 승객들을 태우고 있을까?
명색이 대전시외터미널을 받춰주면서 공존하는 제2의 터미널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설면에 있어서는 서부터미널의 발끝만큼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성터미널의 문제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현재의 유성시외정류장은 도보 5분 거리의 금호고속터미널과 통합되어,
서쪽으로 500m 떨어진 자리 (구암역-호남고속도로) 사이에 신축될 예정이다.
총합 면적이 대전고속터미널의 무려 10배에 달하는 면적으로서,
2011년 완공되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멋진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이미 비슷한 이유로 멋지게 재탄생한 적이 있는 부천터미널의 사례를 본받아,
유성터미널 또한 지금의 조촐한 간이정류장을 벗어나 거대한 대형터미널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아마도 기존의 대전시외·고속터미널을 제치고 대전의 제1 터미널로 거듭나게 될텐데,
정말 제대로 환골탈태를 할 수 있도록 순조롭게 변화했으면 좋겠다.
첫댓글 그래도 지금의 유성 터미널은 많이 (?) 좋아진거랍니다 ㅋㅋㅋ 전에는 서부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들이 잠시 거쳐가는 정류소의 기능을 하다가 유성의 인구와 인근 서구쪽 (월평동 일부지역) 그리고 유난히 집중된 대학가 (충남대 목원대 카이스트등) 의 영향으로 인해 점점 거대해 진것이 아닌가 싶네요.. 30년전인가 (제가 초등학교 시절) 에는 지금의 위치에서 한블럭 뒤편에 아마 위치상 지금의 금호고속터미널과 같은 블럭으로 기억합니다만 ( 유성 롯데리아 옆편) 에 시내버스 정류장처럼 생겼던 정류장이 언젠가부터 지금의 위치로 이전하게 된거였죠.첨에 저 자리에서 있던 터미널(?)은 대합실은 고사하고
날씨가 궂은날은 비도 피할 장소도 없어서 근처 상점 처마밑에서 궁상떨면서 버스를 기다린적도 있었죠.. 매표소는 컨테이너로 만든 정말 초라했었구요.. 사실 지금의 저 터미널도 제가 지금까지 유성터미널의 변천사를 생각해보면 그나마 많이 좋아진거라 볼 수 있죠
그나마 지금은 많이 양호해진 편이군요...ㅡㅡ;; 비를 피할 장소조차 없는 초라한 정류장이었다는게 너무 놀랍습니다..
유성-논산행 버스는 동대전발 유성 경유 버스입니다^^ 그리고 대전광역시 홈페이지에서는 유성-속초행 버스가 원주, 홍천을 경유하는 것으로 나와있네요
덭붙혀서 유성<->속초나 유성<->강릉은 전부 전주에서 출발합니다.
유성을 시발점이나 종착점으로 삼기엔 부지가 너무 좁기 때문에 중간경유인 차량들이 대부분인 거 같습니다... 유성-속초행 버스에 관련한 추가적인 정보 매우 감사합니다.
수요에 비해 버스편이 여전히 턱없이 모자랍니다. 청주나 천안도 예전보다 증회가 많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차량들만 들어오면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타는 모습을 보여주죠. 이렇다 보니 위험 천만한 장면도 많이 노출이 됩니다. 현재 위치의 정류장도 2002년 월드컵(유성에 대전월드컵경기장이 있죠) 때문에 많이 개선이 된거죠.
2002년 월드컵때 아예 번듯한 대형터미널로 지어놨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흥미롭게 잘봤습니다. 정부청사 간이 고속/시외 정류장도 찾아주셨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네요. ^^
당분간 대전을 방문할 일이 없어서 언제 들리게 될지는 미지수네요...ㅎㅎ
주차공간이 부족하여 유성 시,종착외에는 도로가에서 승하차를 시키는 상황입니다.주말,휴일 특히 유성장날이 겹치면 정체가 정도가 상당히 심합니다.얼른 터미널을 이전해서 주차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속도로가 바로 옆에 있고, 노선망이 무척 발달하고, 배후수요 또한 엄청난데도 아직까지 이런 모습을 유지한다는게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원주행이 4회 아닌가요? 1~2회는 원주를 경유해서 인제,속초로 가는게 아닐런지 나머지는 원주까지만 운행.. 님의글 아주 심도있고 재미있게 잘보고 있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전주발 청주.충주행은 유성을 경유 한다고 알고있어요... 그러면요 유성에서 내리실분하고 유성에서 타실분만 받고 가는건가요?
유성의 수요가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들렀다 갈 겁니다. 사람 많은 날이면 입석까지 꽉 채울 정도입니다...;
터미널 앞 도로도 지하철 공사후 인도 좁혀서 4차선으로 넓힌거죠 예전엔 좀 넓은 2차선 도로였습니다. 어차피 넓혀놔도 택시 및 불법주정차때문에 차선 없는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죠 그리고 유성터미널 2002년도쯤인가 뒤에 건물 부셔서 넓어졌죠
뒷건물 부지를 활용해서 그나마 넓어진 거로군요. 게다가 터미널 앞 도로가 지하철 공사 전만 해도 2차선이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네요. 이런 정보들을 세세히 알려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
앞에 간지나는(?) 상호를 가진 PC방이 있었는데 어느샌가 이름을 바꾼 모양이에요ㅋ 어렸을적 유성으로 온천하러 다니던 때랑(전주에서) 지금이랑 건물 좀 달라지고 길 넓어진 것 빼면 이미지가 변한 게 없네요. 주차장 가장 안쪽에 들어오는 동서울행 버스들 들고 나는거 보면 참 신기해요. 그 좁아터진데서 후진으로 차 집어넣었따가 또 나가고. 이전할 날만을 하루빨리 기대해 봅니다. 글 잘봤습니다~
그 간지났다던 상호가 어떤지 궁금하군요...ㅋ 부지가 너무 좁아서인지 유성을 종착점으로 삼는 버스들은 어떻게 주차하는지 정말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엄마 히드라가 침 뱉었어요. 카페 검색창에 히드라 로 검색하면 많이 나올겁니다. 인터넷에 한 때 유포되었던 그 PC방은 아닌데 이름이 동일했죠.
유성을 종착으로 삼는 시외버스의 주차는 보통 구암역 인근 도로변(유성 터미널 입점예정지) 에 일자로 주차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터미널 주변이 워낙에 협소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그나마 적고 도로가 넓은 구암역 주변 도로가에 일자주차를 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보통 전북고속 광주행이 3~4대가량이 일렬루 쭉 서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광주행 전북고속은 그리 하고 동서울발은 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