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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가을 빛은 점점 감춰지고 제법 겨울이 느껴지는 11월 후반입니다. 며칠사이 내린 가을비 덕분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11월 성지순례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한 5년 동안 느끼는 일이지만 일기가 산란하다가도 출행 당일이 오면 날씨는 최상의 상태로 바뀌는 경험을 수차례 하였습니다. 이런 일은 단 저만 느끼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의 역사를 증거하는 자들에게 베푸시는 은총이라 생각해도 좋을듯합니다. 오늘 찾는 성지는 안동교구 내 여우목 성지입니다. 깊은 산골에 위치한 여우목, 옛 지리적 문헌에 의하면 여우가 많이 살았으며 영남에서 한양으로 오르는 길목인 이화령과 문경새재와 하늘재가 있다 하였습니다. 하늘재는 신라가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하여 충북을 잇는 길목을 열어 놓은 곳이 바로 하늘재입니다. 10월 걸음 여행 당시 다녀온 것이지요. 여우목입구에 난 길을 바로 1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면 하늘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문경새재는 세금을 내야 하고 관군 상주하며 지키고 있어 천주학을 믿는 이들이 사용하기엔 부적절하였습니다. 그래서 험한 이화령을 자주 이용하거나 한실에서 연풍으로 넘어가는 길을 이용하거나 이 부근에서 가장 낮은 하늘재를 넘어 다녔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성지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문경시 문경 읍 중평 리 여우 목에 있습니다. 이곳에 처음 천주교 신자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1827년 정해 박해 후부터 1839년 기해박해 사이에 순교자 박경화(바오로), 순교자 박사의(안드레아)의 아들인 박요한이 경상감영에서 석방된 후 이곳에 정착하면서부터입니다. 또한 충청도 홍주에서 태어난 이윤일(요한) 성인이 박해를 피해 상주 갈 골로 이사를 왔다가 다시 당시 외교인들만 살고 있는 여우 목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1839년 기해박해 후에 서치보(요셉)은 이곳에서 1841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1866년 병인박해 때는 박요한과 일부 신자들은 황간 상 촌으로 가서 충주 포교에게 잡혀 충주 혹은 서울에서 순교하고, 성 이윤 일과 이곳의 많은 신자들은 문경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상주와 대구에서 순교했습니다. 이윤일(요한) 성인은 이곳에서 몇몇 신자들과 함께 외교인 30여 호를 천주교로 귀화시켜 함께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박해가 일어났을 당시 그의 나이는 52세였으며 1867년 대구 남문 밖 관덕정에서 순교하였다. 1984년에 103위 순교성인으로 시성 되었습니다.
거룩하고 기쁜 마음으로 모인 순례자들, 오늘은 17인이 모였습니다. 인사 나눔을 한 후 기흥에서 벨린다 자매님을 픽업, 그리고 예정된 찻길을 이용하여 일정에 착오 없이 문경 성당에 도착하였습니다. 미혹을 뿌리는 것 같은 근사한 안갯속을 달려 도착한 문경 성전, 부근에도 희뿌연 안개가 곳곳에 서려 있었습니다. 1866년 2월 병인년 대 박해 때 12명의 선교사 중 9명이 순교했고, 그때 잡히지 않고 살아남은 선교사 3명 중 깔레 강 신부가 이곳에 숨어서 성사를 집행하였던 곳입니다. 또한 조선의 두 번째 사제셨던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전교 사업 지중 하나였던 곳도 문경 일대입니다. 깔레 신부님에 관한 이 이야기는 강 신부가 소속된 파리 외방 교회 장상에게 보낸 편지에 들어 있습니다. 그 편지 내용을 그의 후손인 ‘모레아의 한 수녀’가 엮어 1956년에 프랑스에서 출판된 책 중의 일부로 실려있습니다. 이것이 발췌되어 서강대학교 종교학 교수인 정양모 신부가 연구한 결과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출판되어 공개되었는데 여기에 문경읍 마성면 상내리에서 숨어 성무를 집행했던 이야기도 나와 있습니다. 여우목에서 붙잡혀 순교한 이들을 보아 문경 지역에 초기 신자들이 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103위 성인 중 문경 여울목 출신 이윤일은 병인박해 순교 성인이며 순교 전 여우목 공소 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또한 동로면 명전리 견학 공소 회장 프란치스코 사베리오가 1866년 순교한 사실로 보아 문경에는 1866년 이전에 한실과 문경, 여우목, 건학 등지에 신자들의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글, 참 인상적이면서 감동을 주기에 족한 글이라, 여러 번 되뇌며 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터에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며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이 넘치는 하느님의 나라를 일군다. 이 말은 제가 지향하며 시작한 작은 자의 순례와 걸음 여행의 모토와 합치되는 말입니다. 이 말을 되새길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였습니다. 이어서 순례자들을 성모님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기도를 하기 위하여 성모님 앞으로 모였습니다.
안개가 낀 성전 한 축을 담당하시는성모님께 드리는 인사와 기도, 성심껏 마음에 가득 모아 드렸습니다. 이 나라와 이웃과 형제들과 나 자신을 위한그리고 개인적으론 테러 종식을 위한 여러 부당한 일에 대하여 진리로 되돌려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토록 기원하는 기도도 포함해 보았습니다. 신자들의 기도를 제일 먼저 들어 주신다는 성모님의 알현과 기도를 끝낸 후 등을 돌려 단체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조촐하고 정겨운 사랑방같은 성전은 주님께서 어려운 시기에 온갖 박해를 이겨내고 살다 끝내 순교한 하느님의 백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허락하여 세워진 성전입니다. 개인적인 묵상과 기도의 시간을 갖은 후 십자가의 길을 열었습니다. 일처를 시작으로 십 사처에서 매듭짓는 십자가의 길, 그 길은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지닌 깊은 그분의 역사(history)입니다.순례를 참가한 형제들끼리 돌아가며 각처의 의미를 되새기며 드리는 기도소리가 성전과 우리들 마음으로 믿음의 꽃향기처럼 퍼져 나갔습니다. 샬롬!
문경 성당에서 모든 순례 절차를 끝낸 후 여우목 성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성지는 늦가을이지만 아직도 나무에 매달려 있는 낙엽송 바늘이 암갈색을 띄우며 숲의 중심이 되어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성지를 향해 열려 있는 작은 오솔길에도 암갈색 참나무 낙엽이 수북하여 밟으며 걷는 순례자들에게 어서오셔요, 잘오셨습니다 라는 인삿말을 건네 오는것 같았습니다. 성지도착 후 커다란 고상을 향해 목례를 드린 후 촬영 포인트를 찾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조촐한 참례의식으로 술을 따라 올리고 절을 하고 기도드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앵글에 모아 보왔습니다.
헌작....
절을 올린 후.....
기도문을 봉송하고 성가를 부르고.....
그 열매들을
낙엽진 성지 숲 곳곳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창조적 질서안에서 이뤄지는 생태안에서 한 축을 이루는 인간의 삶, 그 삶 안에서의 그리스도를 반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당하는 박해와 그들의 힘에 의하여 꺼져간 삶이 바로 순교임을 순례자들은 다시 한번 더 마음에 새기며 순례를 마쳤습니다.
성지를 떠나기 전 성모님을 모시고 .....
성지로 부터 퇴장하는 암갈색 낙엽진 오솔길을 걸어 가는 순례자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불러 등을 돌려 세웠습니다. 여러가지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다시 한번 성지를 원근에서 바라보며 순례를 정리하는 순간을 도모하는 뜻, 그리고 순간 촬영이 만들어 주는 순수한 포맷......
성지순례를 끝낸 후 낙엽송과 참나무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길을 걸어 내려오며 이곳이 첩첩산중임을 다시 자각하게 됩니다. 외교인(外敎人)들 중심으로 구성된 교우촌. 연풍넘어 한실로 그리고 다시 문경, 다시 또 외곽 여우목을 숨어든 교우들은 포졸들에게 쫓기면서 신앙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 결국 순교하게 됩니다. 과연 그와 같은 세상이 다시 온다하면 우리는 선조들과 같은 신앙의 의지를 갖을 수 있을 런지....... 깊은 반성의 마음으로 낙엽을 밟으며 성지에서 나가는 아름다운 길을 나섰습니다. 예수, 마리아 우리를 위하여 비오니 용서하옵시고 변하지 않는 신앙의 마음으로 항상 새롭게 이끌어 주옵소서 하며 뒤를 돌아 아름다운 터를 다시 바라 보았습니다.
평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한장의 사진 같습니다.
걸음여행
오늘 성지참례 후, 걸음여행 할 곳은 대야산 자락에 있는 선유동 계곡 상단입니다. 무당소를 지나 월영대에 이르는 깊은 계곡과 맑은 물, 용추폭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약 4.5km 구간으로 원시적인 형태가 남아 있는 곳입니다. 우선 대야가든에 들러 점심을 산채 비빔밥으로 해결하였습니다. 주인의 배려로 식후 삶은 옥수수 하나씩 나눠 챙겼습니다. 동절기에 접어 든 계절이라,걸음여행 전 준비운동은 필수입니다. 개인적으로 몸풀기를 한 후 걸음여행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적당한 굴곡으로 이어지는 숲 길은 걷기 아주 편합니다. 계곡을 끼고 돌아 나가는 길, 물소리는 끝까지 친구가 되어 따라 따닙니다. 흐린날씨, 비가 혹시 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할 수 있는 하늘색 이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그럴 일은 없지~ 이 신념은 걸음여행 종료할 때 까지 현실로 다가 왔습니다. 적당하게 가려준 하늘과 습도는 적정한 피톤치드의 향을 배출하여 더욱 더 숲의 공기를 맑게해 주었습니다. 지금껏 일기불순으로 고생한 적은 없었던 것처럼, 오늘도 걸음여행 환경적 요인은 최상급이었습니다.
오늘 걸음여행 예정된 목표지인 월영대(月影臺)에 도착하였습니다. 달이 비춘다는 월영대 이곳에서 하는 달맞이는 두 개의 달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하늘에 걸려 있는 달과 월영대 소담한 沼에 비추는 달, 흐르는 물에 비추는 달도 있으니 그 또한 月影, 월영보다는 월탄(月灘)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월영대에서 행동식을 나누고 자연을 마음껏 차경(借景)한 후 휴식을 취하다 단체사진과 개별적인 사진을 촬영 후 원점회귀하였습니다. 하산 길은 계곡건너 길로 잡았습니다.
파스칼 형제님도 한컷을~~
자연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섬기며 예술적 혼으로 음악을 만들어 내고 그 마음으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펠레지아 자매님도 한 ~컷을..
방4 성전 식구들로 구성된 자매님들도..... 한 컷을~~
안젤라 자매님은, 불편한 발, 이끄시고 완주하셨습니다.
조릿대가 좋고 참나무 낙엽들이 수북하게 깔린 숲 길이 좋아 그 배경으로 ~~~ 거북이 걸음으로 후미를 책임져 주시는 체칠리아 자매님, 데레사, 벨린다 자매님들 모시고 한 컷을.....
다시 용추폭포을 배경으로~~
약4,5km 구간 걸음여행을 끝낸 후 잠시 대야가든에서 쉬어 가기로 하였습니다. 주인께서 감따는 장 대를 주셔서 세베리노의 노련한 솜씨로 열여덟개의 감 수확이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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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늦 가을 문경성당 여우목 성지 대야산 산행....최상에 ..날씨까지 걸음여행에
행복지수 최상,,,,모두들 행복해 하면서,,,연신감탄사....세베리노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본당사목 업무로 분주하신데... 복귀해 주셔서 감사, 제물 준비도 감사~~~ 수고많으셨습니다.
순례단의 환한 미소에 은혜와
축복이 넘치십니다....
성지와 대야산 사진으로 봐도
아름답다....
멋지다....
감탄사가~~~~
낙엽소리~
흐르는 맑은물 소리~
주옥같은 바위~
가고파라, 곳
아쉽네요 리더님 님 님~~~~
행사는 잘 치루셨는지요?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부근 성지를 또 다녀와야 함으로 그 때 동행하시면 다시 갈 수 있으니 염려 놓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