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종목이 번창하려면 대중화를 위한 스포츠를 지향할 수 밖에 없다.
스포츠는 경쟁을 통한 놀이방식으로 희노애락을 생산한다.
무도가 스포츠화되면 필연적으로 본질을 이탈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기는 기술은 발달되고 득점이 힘든 기술은 도태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기는 기술에 방어술이 개발되어 지루함에 퇴출위기를 맞게 된다.
협회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득점에 변화를 줌으로 점차 무도본연의 모습은 사라지고 재미위주의 스포츠만 남는 것이다.
지도자의 생존은 선수의 승수에 의해 좌우되며 최단 시일 내에 전적을 내놓아야 한다.
상기와 같은 현상은 악순환이 되면서 계고문화는 사라지고 승리지상주의가 우선이 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무도문화는 도태되며 사람과 과정은 없고 관중이 사라진 경기장에서 선수와 전적만 있을 뿐이다.
득점이 스포츠화되어 있는 태권도가 실전격투기에서 맥을 못추거나, 정신이나 멋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무도의 본질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아마 권투가 오픈 블로우(open blow)를 주의를 주는 것은 본질의 이탈을 막기 위함이다.
한국의 검도가 이기기 위하여 맞추는 식의 경기운영을 선호한다면 검도의 본질에 이탈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현상은 권위있는 대회에서조차 감동 있는 한 판이 나오지 않는다.
정신과 감동이 사라지는 검도는 생활체육종목으로도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시합을 잘하는 것>과 <계고가 강하다>는 것은 다른 것이다.
스포츠에서는 승부가 최고의 관심사이나 계고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쟁취한 경기는 관중들에게 감동 있는 한 판을 줄 수가 없다.
승부보다는 품위있는 자세에서 나오는 공세와 어떤 한판이었냐가 관심이 있는 것이다.
역대 세계검도대회를 치루고 나면 선수와 집행부는 한 목소리로 심판 배정과 판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국내대회에서의 한 판이 세계대회에서 제3국의 심판과 관중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역대 코칭스테프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 소수의 선수를 제외하고 한 판에 관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에 있다.
궁여지책으로 단체전 명단은 경기력이 떨어지더라도 체격이 큰 선수로 구성한다.
한국선수들이 경기를 잘할수록 세계검도연맹은 한 판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한국은 세계대회에서의 우승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2006년 제 13회 wkc대만대회 우승으로 무엇이 달라졌나를 반문할 필요가 있다.
우승이 일본 검도계를 긴장시킬 수는 있으나 세계검도계의 표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검도를 선택한 세계검도인들의 취향은 서양의 역동적인 스포츠보다는 동양의 禪문화를 선호하는 그룹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들이 검도를 하는 것은 승부도 수신(修身)의 일종으로 보는 계고문화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검도가 올림픽이나 아시안 경기에 들어가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다.
지나친 경쟁이 검도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명분이다.
그들은 검도의 장점을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전 세계인들과 공유하기보다는 검도문화의 보존성에 더 비중을 둔다.
세계대회가 끝나면 뒤풀이 파티를 한다.
한국과 일본선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아마추어들이다.
아마추어들은 수련의 한 부분으로 경기를 즐기며 사람을 사귀는 것을 기쁨으로 삼는다.
뒤풀이파티에서 가장 어울리지 못하고 놀 줄 모르는 선수가 한국이다.
잘 노는 팀 중에 미국대표팀을 눈여겨 볼 만하다.
각자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검도를 열심히 하면서 즐긴다.
세계대회 준비도 1년 전에 선발된 10여 명의 선수들이 비행기와 차를 이용하여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합동연습으로 대신한다.
그러고도 13회에 이어 14회에서도 남자단체전 준우승을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대회직후 일부를 제외하고는 계고하러 일본에 간다.
몇년 전부터 한일대학교류전에서 한국이 우세를 나타낸다.
그 이면에는 일본대학선수는 훈련을 2시간 이상을 넘기지 않고 학업에 전념한다는 사실이 있다.
우리 지도자들은 스스로 반문해 보아야 한다.
어느 나라 선수들이 글로벌 시대에 국제경쟁력이 있는가?
누가 진정 생애 마지막까지 검도를 예찬하면서 계고를 즐기는가?
우리는 검도를 통해 훌륭한 인품을 갖춘 인간으로 키우는가?
선수를 위한답시고 자기의 보신을 위해 승리를 갈망하지 않는가?
의무감에서 하는 검도와 자존감으로 하는 검도 중 누가 진정한 검도를 하는가?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