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와인학교 '에꼴뒤뱅' 왕도열 원장
“마음을 움직여주는 와인 한 잔 어때요”
20년 이상 와인과 동고동락 … 와인 문화 전파에 힘써
2014-07-08 10:52:30 게재
와인은 특별한 날 품격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고급술의 이미지가 강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술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라고 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어느새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와인을 막상 고르거나 레스토랑에 가서 주문하려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코르크 마개를 개봉할 때까지 유리병 속에 담긴 와인의 맛은 그저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신의 물방울’이라고도 불리는 와인에 푹 빠져 20년 이상 와인과 동고동락중인 와인전문교육기관 ‘에꼴뒤뱅’의 왕도열 원장을 만났다. 프랑스어로 에꼴은 ‘학교’ 뒤뱅은 ‘와인’이라는 뜻이다.
프랑스 유학 중에 만난 와인의 세계
90년대 초반 관광경영학에 깊은 뜻을 품고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던 왕도열(48) 원장. 세계적인 포도주 산지로 손꼽히는 보르도지방에서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와인과 가까워졌다.
“90년대 초에 한국에 보급된 와인은 마주앙 정도였어요.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학교 식당에서도 호리병에 와인을 담아 1000~2000원에 판매할 만큼 대중화가 많이 됐었죠. 대형마트에 가보면 와인 코너가 정말 컸는데 신기하게 맛과 향이 다 다르고 풍미가 있었어요. 이런 프랑스의 매력에 빠져 10년을 보냈답니다.”
파리로 거처를 옮겨 파리 고등관광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가던 시기에도 와인은 늘 곁에 있었고 어느새 와인 애호가가 되어 있었다.
기나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대학에서 관광경영분야 강의를 하며 와인수입업을 시작했다. 2000년에는 한국에도 와인 붐이 한창 일어났던 시기였고 와인에 대해서는 스스로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했기에 자신 있었다.
“사업 경험도 없고 공부만 하던 사람이 와인에 대한 열정 하나로 시작했는데 사업이 쉽지 않더라고요. 와인을 배우기 위해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경험이 됐죠.”
이후 서울의 대형 와인유통회사에 스카우트되어 와인 유통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으며 와인 공부를 계속했다. 자신이 터득한 와인에 대한 지식을 집약한 책 『와인사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를 기점으로 그는 고향 대전으로 내려와 본격적으로 와인 교육 분야로 방향을 틀어 와인전도사 노릇을 자처하게 된다.
격식보다 마음을 읽어 주는 와인의 매력
“와인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와인 라벨을 읽다보면 유럽의 건축과 예술, 미술사가 이어져 있어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죠. 와인 한 잔이면 서로 가까워지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어요.” 그가 밝히는 와인의 매력이다.
와인 문화 보급에 발 벗고 나선 그이기에 와인을 알리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는다. 201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대전 국제 푸드&와인 축제’에서도 와인 분야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와인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올해는 10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대전컨벤션센터와 무역전시관, 엑스포 한빛광장 일원에서 축제가 열린다. 이에 앞서 9월 27일부터 30일까지는 전 세계 3000여 종의 와인이 출품되는 ‘아시아와인트로피’ 행사도 있다. 그는 “대전 푸드&와인 축제에서는 와인 시음행사와 세미나, 푸드 코트 운영을 하는데 전 세계의 다양한 와인을 맛보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둔산동에 있는 와인전문교육기관 에꼴뒤뱅에는 와인과 커피, 칵테일을 배우려는 학생과 일반인들이 많이 찾아온다. 배재대 호텔컨벤션학과 겸임 교수로도 출강해 와인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음식문화가 발전하면서 식음료가 부각됐고 음료를 선택할 때 건강이나 분위기, 장식 등을 고려할 만큼 수준이 높아졌어요. 와인은 격식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조금만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 평생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술이 어떤 문화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이런 맛을 내는지, 제대로 마시려면 어떤 에티켓이 필요한지를 알면 훨씬 풍성하게 와인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와인 문화 계속 전파하고 싶어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향이 묻어나는 그의 공간 에꼴뒤뱅에는 와인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벽면 한쪽은 아예 와인저장실로 꾸며 200여종의 와인이 구비되어 있다. “지금은 지인들이 주로 방문해 와인 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앞으로 누구나 편하고 합리적으로 가볍게 와인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오픈할 생각”이라고 했다.
와인마니아에서 와인사업가, 와인전문가로 지금은 커피와 칵테일까지 섭렵해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그에게 꿈을 물었다. “계속해서 와인과 함께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와인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습니다.”
잘 숙성된 와인이 깊고 풍부한 맛을 내듯 와인과 함께 여전히 숙성 중인 그의 인생은 와인을 닮아있었다.
tip. 왕도열 원장이 전하는 와인 쉽게 즐기는 법
1. 와인에는 생산된 지역의 기후나 토양, 문화의 특징이 담겨있다. 따라서 이탈리아 음식에는 이탈리아 와인이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은 그 지역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2. 와인을 마실 때는 바로 넘기지 않고 향과 맛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머금은 뒤 입 안에서 굴리며 맛을 즐긴다.
3. 와인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와인 시음 온도가 매우 중요하며 너무 높거나 낮지 않은 온도여야 한다. 화이트와인은 6~12도 정도로 시원하게 마시는 것이 좋으며 레드와인은 16~20도 가 적정 온도이다. 너무 차가우면 떫은맛이 거칠게 느껴질 수 있어 떫은 와인일수록 온도를 조금 올려 시음하는 것이 좋다.
4. 레드와인의 경우 타닌이 떫게 느껴지지 않도록 공기와 접촉을 많이 할 수 있는 넓은 튤립 모양의 잔에 마신다. 와인이 공기와 만나면 타닌이 부드러워지고 향이 풍부해진다.
5. 특별히 예의를 갖추어야할 자리가 아니면 와인 테이블 예절에 구애받지 마라. 좋은 사람과는 격식에 치우치면 자칫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출처 :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