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행은 검단산이라서 집결지는 강동역(1번 출구)옆이다. 한참의 더위로 여러 산우들이 휴가 중인지 참석하는 인원은 5명밖에 되지 않았었다. 개인적인 일로 조금 늦겠다는 종화는 산행 중에 만나기로 하고 산행의 들머리인 애니메이션고교 앞까지 버스로 이동하였다.
34~35도를 오르내리는 한 여름철의 산행은 계곡에 물이 흐르는 산을 찾아야 한다. 검단산 계곡 선택도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그동안 검단산은 매년 1회 이상 산행을 하였으며, 거의 대부분 산곡초등학교 앞을 들머리로 하였으나 이번에는 애니메이션고교 앞을 들머리로 하였다. 날씨가 더워서 땀을 많이 흐를 것 같아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았다.
지난 달 중순부터 장마기간은 시작됐지만 간혹 비가 오는 날에는 무더위를 삭혀주기도 하였으나 무더운 날씨가 보름 이상 계속되고 밤에는 열대야 현상이 그치지 않았다. 우리 시산회 뿐만 아니라 산행을 좋아하는 산객이라도 여름철에는 산을 즐겨서 찾지를 않는다. 나는 매주 3~4회씩 산행을 하고 있다. 어제는 무더운 날씨이지만, 몇몇 산우들과 북한산 삼천사계곡 산행을 하였다. 무더웠지만 계곡에서 더위를 피했다.
오늘이 입추(立秋)날이다. 입추는 가을 절기가 시작되는 날이며, 24절기의 열세 번째로 말복 앞에 찾아온다. 생각 같아서는 말복(8/16일 임)이 오고 입추가 올 것 같지만, 실제는 입추가 먼저 온다. 주역을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지 않으며, 조금씩은 겹쳐 있다고 하는데 계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을로 들어서는 입추이지만 아직 더위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불볕더위에 날이 바닷가나 계곡을 찾느라 길에서 고생하지만, 입추는 갈바람을 예약하는 날임을 생각하면 여름 고생도 머지 않았다.
낙엽송(일본잎갈나무)이 가득 식재되어 있는 산골과 호국사 옆의 삼거리 산행길에서 종화와 합류하여 물소리가 요란하고 탁족하기에 좋은 이 계곡의 쉼터를 찾았다. 하지만, 벌써부터 먼저 온 산객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산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좋았고, 새들이 울어대는 소리가 매미의 울음과 하모니가 되어 무더움을 애타게 탄원하는 듯 하였다. 산 계곡의 물가에는 일부의 산객들이 더위를 참지 못하고 웃옷을 벗고 목욕을 하거나 족욕을 하고 있었으며, 누워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산우들이 탁족을 하며 쉴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았다. 마침 한 아줌마 그룹이 쉬었던 좌석을 걷어주며, 잠시나마 빌려드리겠다며 세금을 요청한다. 막걸리 한 잔을 드리겠다고 하며, 몇 분이 안 되니 옆에 잠시 앉으시라 해도 갈길이 바쁘다 하며 송구스럽게도 잡기 어려운 쉼터를 비켜 주신다.
산우들이 돗자리를 깔다 말고 시원한 물가에 쉼터를 마련하고 막걸리를 흐르는 물에 담고, 준비해 온 먹거리를 끄집어 낸 후 항상 그랬듯이 먼저 준비한 동반시<다산(茶山) 정약용의 동백꽃 / 도봉별곡>를 오늘의 기자인 내가 낭송하였다.
"다산(茶山) 정약용의 동백꽃" / 도봉별곡(김정남)
강진
남도 천리 유배(流配)길
다산(茶山)을 사랑한 추백(秋栢)꽃이 반긴다
늦겨울
봄눈 사랑삼아
겨울과 봄의 틈 곡우(穀雨)마다
우전차(雨前茶) 곁에 두고
17년의 억울(抑鬱)
서학(西學)이 죄이런가
월출산 새벽 그믐달 뜨면
억울(抑鬱)은 꽃이 되어
초당(艸堂) 위에 뿌리고
도갑사(道岬寺) 부도 옆에
봄 바람,
여름 비,
가을 달,
겨울 눈
마주보고 詩友 있으니
독소, 독 소(獨笑, 獨笑), 홀로 웃으며
어찌
한잔 술에 취하지 않으랴
서울(徐菀) 가는
먼 해배(解配)길 춘백(春栢)꽃 지고
동박새 배웅한다
※ 徐菀 : 서울의 한자
獨笑 : 다산의 시
춘백(春栢) : 봄에 피는 동백꽃
추백(秋栢) : 가을 피는 동백꽃
詩友 : 여기서는 친구 같은 詩
동반시는 정남이가 그동안 시인 선생의 강권에 못 이겨 문우들 중 다섯 분이 11월경에 시집을 내기로 해서 주어진 시제로 일주일에 한 편의 숙제도 빼지않고 쓰다 보니 80여 편이 모였다고 한다. 이 시도 그 작업중에 태어났으나 일단 지금까지 쓴 시는 모두 털고 가자는 시를 함께 배우는 분들의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정남 산우가 시집을 낸다는 말을 내뱉지 않았다면 망설일 만큼 마음에 차지는 않지만, 어렵지 않게 썼으니 시집을 내야하는 마음은 모두 훌훌 털고간다는 점에서 후련하게 한편으로는 다듬어지지 않은 시를 모아 시집을 낸다고 작정하니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을 둘 데가 없을 만큼 무겁고 또 무겁다고 한다. 남도 천리 먼 길 유배길을 걷는 다산의 마음이 이랬을까. 산우들이 따끈한 일침을 해 주면 마다하질 않고 훗날 기름진 거름으로 삼겠다고 하였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산우들이 준비를 해 온 홍어무침, 꼬들배기 김치, 떡, 과일 등 야식과 함께 막걸리를 맛있게 마시고, 산우들의 정담도 나누고 커피도 한 잔씩 하니 배도 부르고 시원한 탁족에 흐르던 땀도 다 마르고 말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부러운 게 없었다.
한참을 쉬다가 그곳이 명당인 듯 다른 산객들이 옆에서 불편한 듯 우리들이 자리를 비워주길 원하는 것 같아 뒤풀이는 정한 산우가 전화로 추천한 완도세꼬시집으로 결정하고 오늘 인증사진을 촬영해 달라하고 자리를 비워 주었다. 뒤풀이 성찬은 가자미 세꼬시회로 지난번 아차산 산행 후 맛있게 먹어봤기에 얼른 하산하여 맛보고 싶은 마음에서 걸음을 서둘렀다.
검단산 인근에 살며 야채를 가꾸어 산행길에서 팔고 있는 좌판상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이고추, 토마토, 오이, 상치, 열무우 등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는데, 한 산우는 마나님께 잘 보이려고 그러는지 싱싱한 오이고추와 열무우를 한 웅큼 사서 배낭에 넣는다.
버스를 타고 강동역으로 이동한 후 뒤풀이인 완도세꼬시 식당까지는 걸어서 갔다. 벌써부터 정한 산우가 기다리고 있었으며, 영훈 산우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뒤풀이의 끝에 참석하였다. 다음 산행은 8. 21(일) 청계산이며, 그동안 실행치 못한 울릉도(성인봉) 여행도 9. 4일(일)~6일(화) 2박3일의 일정으로 갈 계획인데, 많은 산우들이 동참하시길 기원해 본다.
오늘 무더위에도 참석한 산우들에게 고마움을 보내며, 여름철의 날씨(장마와 불볕더위)에 항상 건강 관리를 잘 하시길 바랍니다. 잠깐 쉬면서 나를 먼저 돌아보시고, 내가 보일 때 행복과 기쁨도 찾아온다고 합니다. 오늘도 잠깐 돌아보고 출발하시길 바라며, 시산회여 영원하라!
2016년 8월 10일 위윤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