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여행
# 5 (강진 고려청자 가마터- 푸조나무-마량 까막섬)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해남을 거쳐 강진을 향했다. 저 길로 빠지면 다산초당과 백련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미 지난 겨울에 거쳐 갔으니 아쉽지만 통과....
강진시내를
접어드니까....'청자 도요지'라는 고동색 이정표가 나를 유혹한다. '저기 들어가면
이번 일정에 차질이 난다. 가면 안돼..' 라고 마음 속으로 외쳤지만...,. 나도 모르게
그 쪽으로 핸들이 꺽는다. 왜 그랬을까? 그 순간 국립박물관에서 봤던
비색청자의 모습이 불연듯 떠 올랐기 때문이다.
지금 한창 청자도요지 축제를 위한 준비가 대단하다. 곳곳에
플랭카드를 내걸고, 한복 입은 허수아비들이 곳곳에서 환영한다. 칠랑 앞바다가 나온다.
탐진강이 흘러 흘러 이 바다를 만들었구나. 저 길죽한 바다 건너에 정약용의
'다산초당'과 동백꽃이 아름다운 '백련사' 가 자리잡고 있겠구나.. 강진-칠량-대구-마량까지
해안길은 가히 환상적이다. 통통배가 한가로이 미역을 캐고 있고, 곳곳이 섬들이
점을 찍고 있다. 오..이런 멋진 경관이...
대구면 고려 청자
가마터
서양에서는
금이 가장 귀한 보석으로 여겨졌고 동양에서는 옥이 가장 귀한 보석으로 추앙받는다.
서양엔 금빛을 내고자 연금술이 발달했고, 동양엔 옥과 비슷한 색을 내고자 필사의
노력을 했다. 바로 그 결정체가 고려청자다. 오늘날까지 그 오묘한 색과 문양을 흉내낼
수 없다니 고려청자는 예술의 결정체요. 과학의 집약이라고 할수 있다.
몇 년 전 국립박물관의 여러 유물관을 마냥 다니다가 '고려자기실'에
들른 적이 있다. 청자의 그윽한 맛에 취해 있는데... 한 작품에 그만 숨이 멎을 번
했다. 바로 국보 96호인 '청자투각칠보향로'다. 1천의 세월을 두고...우리의 도공은
이런 오묘한 멋진 도자기를 만들었구나. 그리고 그런 도자기를 만든 곳은 어디며,
어떤 환경에서 그런 명품을 빚었는지 궁금했었고, 그 의문은 마음 속의
숙제로 간직하고 있었다.
바로 강진 대구면 고려 청자 가마터가 천년의 신비를
풀어줄 답안지인 것이다. 대구면 일대에는 고려청자의 발상지로서 통일신라 9세기부터
고려 14세기까지 약 500여년 동안 청자를 생산한 지역이다. 이렇게 많은 가마터가
몰려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곳은 땔감으로 쓰는 나무와 질 좋은 도자기
흙이 풍부했고, 가마터를 만드는데 적당한 경사지가 있으며 제품을 운반하는 뱃길이
발달되었기 때문이란다. 때문에 이 일대에는 총 188기의 청자도요지가 있다. 사적
68호
근래에
완공한 듯한 '청자자료박물관'이 보인다. 강진 사람들의 자부심의 집약이랄까? 국내
유일의 청자박물관으로 이 지역에서 제작된 청자를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몇 작품은
근래 기증을 받은 모양이다. 그러나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은 완성된 청자보다는 잘게
조각난 파편들이다. 천년의 세월동안 고향 땅을 지켰왔고, 그런 사금파리들이 오히려
흩어진 예술 혼들을 엮어주기 때문이다. 저런 파편들이 하나가 되어 찬란한
귀족문화를 일궈냈을 것이다.
만들어내 도자기는 이곳을 출발하여 진도-목포-부안-태안-강화도를
거쳐 개성의 권력층까지 험난한 뱃길을 이용했을 것이다. 가끔 풍랑 때문에 좌초
되기도 한다. 그 해저 유물들이 우리를 흥분하게 한다.근래에 발견된 부안앞바다의
고려청자...선조의 희생(?) 덕에 우리는 완벽한 고려청자를 다시금 접할 수 있었다.
반면 일부 몰지각한 어민들은 밤에 몰래 건져내어 팔려고 한다니.. 인간의 탐욕을
끝이 없는가보다.
가마터
인간탄생의 원류가 어머니 자궁 속이라면, 도자기의 원류는 바로
가마터다. 역시 여인네 자궁처럼 생겼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도자기가 이 가마터에서
나왔다니 감동이 솟구쳐 오른다. 초벌구이때는 섭씨 800도의 온도로, 이틀동안 불을
땐 후 4-5일 동안 가마 안에서 식히고, 다시 본벌구이 때는 섭씨 1300도로 이틀 구운
후 1주일을 식힌다고 한다. 그런 정성과 기다림만이 순수한 비색청자를 구워냈을
것이다.
고려사람들의 오랜 시름과 염원, 그리고 가냘픈 애환을 한꺼번에
걸러낸 것만 같은 푸른빛, 으스댈 줄도 모르는, 그리고 때로는 미소하고 때로는 속삭이는,
또 때로는 깊은 생각에 호젓이 잠겨 있는 이 푸른 빛이 자랑스러워 고려 사람들은
비색(翡色)이라고 이름 지어 주었다.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박물관엔 청자전시판매장, 청자빗기 체험장도 있으며, 민속옹기
전시장엔 질박한 옹기들이 가득하다.
* 고려청자가마터 여행정보
승용차 : 강진읍에서 마량쪽으로 23번국도이용 미산에서 좌회전 (강진에서 20분
소요)
군내버스 : 강진공용터미널에서 마량행 버스 이용하여 미산하차 (도보 2분)
입장료 ; 1천원/주차비 없음
사당리 푸조나무 (천연기념물
35호)
푸조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외국나무이름인가? 무슨 자동차
이름같기도하고 그러나 느릅나무과에속하는 활엽수란다. 주로 전남과 경남 따뜻한
바닷가나 마을근처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처음 보는 순간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높이가 16미터이며 둘레가 8.16미터나 된다. 더욱 웅장하게 보이는 것은
땅에서 1미터도 안되는 곳에서 여섯 갈래로 갈라져 고르게 퍼져 하늘을 까맣게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사람들은 신목으로 여기고 정월대보름 자정에서
1시까지 동제를 지낸다고 한다.
마량 까막섬
대구면에서 마량까지의 드라이브코스가 일품이다. 좌측에는 천관산자락의
산줄기가 놓여있고 우측엔 환상적인 남해바다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마량항은
서남부 최남단에 위치해 있으며, 바로 앞에는 고금도가 자리잡고 있다. 완도 다도해및
제주도를 연결하는 청정해역으로 돔. 농어. 우럭등 바다낚시의 보고이다. `95년 7월초
전국 낚시대회가 개최되어 많은 전국 각지의 많은 낚시꾼들이 다녀가 인기가 높은
천혜의 낚시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까막섬이다. 이 섬은 본래 가마섬이었는데
와전되어 까막섬으로 불리게 되었다. 설물 때는 걸어서도 접근할 수 있는 육지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우리나라 남쪽 상록활엽수림의 전형적 모습을 지니고
있어 높은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첫댓글 강진에 대해서 극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글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