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도 굳게 닫힌 상가들 곳곳에
현충일인 지난 6일 순천 중앙로를 찾았다. 중앙로는 과거 서울의 명동, 광주의 충장로처럼 순천을 대표하는 번화가로 화려함을 자랑했던 곳. 그러나 명동이 압구정동과 청담동에 밀리고, 충장로가 상무ㆍ첨단지구 등에 상권의 주도권을 뺏긴 것처럼 순천 최대 상권이었던 중앙로도 연향동과 왕조동 등 신(新) 시가지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휴일 점심시간임에도 중앙로에는 행인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의류매장과 휴대전화 대리점 등의 벽면을 커다랗게 장식한 '할인판매' 문구만이 외롭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거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켜준 국도극장은 현관에 굳게 자물쇠가 채워진 채 건물 곳곳이 쓰레기와 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반쯤 부서진 영화 간판엔 권상우가 주연한 '말죽거리 잔혹사'가 그려져 있어 극장이 문을 닫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짐작케 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간판이 더욱 커지고, 더욱 많아지고, 더욱 화려해진다는 속설을 입증이라도 하듯 중앙로에는 업소마다 전면 부착용 간판과 측면간판부터 길거리의 입간판까지 경쟁적으로 내놓아 거리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보행자에게도 불편을 초래하고 있었다.
신시가지 인규유출로 상권 위축
중앙로에서 5년째 500원짜리 '달고나(일명 띄기)'를 팔고 있는 노점상 김모(55ㆍ여)씨는 "초창기에는 하루 평균 5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지만 요즘엔 5000원 벌기도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중앙로 상가들이 연향동이나 왕조동 등 신흥 상권으로 많이 옮겨가면서 경제력을 갖춘 20~30대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그나마 중ㆍ고생들이 이곳을 찾고 있지만 구매력이 떨어져 업소마다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로 곳곳에 '매매', '임대'라는 안내문이 붙여진 빈 상가들이 많아 중앙로 상권 위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중앙시장 상인들의 하소연도 이어졌다. 과거 중앙로를 찾은 시민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중앙시장으로 향하면서 동반상승효과를 누렸지만 구도심 인구 유출과 신흥 상권 형성으로 손님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중앙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중앙동 상가연합회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매주 둘째주 토요일 청소년 대상 문화공연을 개최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손님 북적였던 터미널 주변 먹자골목도 한산
순천종합버스터미널이 위치한 장천동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막걸리에 돼지 머리고기와 곱창 등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주머니가 가벼운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천 먹거리 골목을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추억과 낭만이 있는 장천 먹거리 골목'이라는 간판만 손님들로 북적였던 옛 '추억'을 알려주고 있는 듯 했다.
먹거리 골목 앞 공터에는 터미널 주차장 확장을 위해 기존 건물 철거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주변 상인들은 큰 관심을 나타냈다. 터미널 내 주차공간 부족 문제가 해소돼 이용객이 늘어나면 상권이 되살아나지 않을 까 하는 기대감이 작용한 듯 했다.
택시 기사 김모(56)씨는 "순천의 관문인 종합버스터미널 주변은 과거 이용객들로 북적거리면서 구도심을 대표하는 상권 중 하나로 자리잡았지만 자가용 보급 확대와 인구 감소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며 "상권 회복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주민참여 활성화 추진위 구성 등 다각 노력
순천 구도심의 침체요인으로는 시가 인구 50만명을 기준으로 수립해 시행한 신도심 위주의 택지개발 정책이 첫 손에 꼽힌다. 지난 4월 기준 순천시 전체 인구는 26만8732명에 그쳤다. 주거환경개선사업 역시 도로 확장 등에 치우치면서 상주 인구가 신도심으로 이주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가운데 순천시가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원도심 활성화 추진위원회를 구성, 도시 재생사업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시가 원도심 활성화 사업의 특성상 지역 주민과 상인 등 이해 당사자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다각적인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다. 시는 도로, 광장, 주차장, 공원 등 도시 인프라 확충을 비롯해 지역민 취업 기회 부여 및 교육 훈련, 생활이 어려운 주민에 대한 보호 등 다각적인 구도심 활성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순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지역 시민ㆍ사회단체의 참여도 활기를 띠고 있다. 순천 경실련과 순천 YMCA 등 1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살기좋은 원도심 시민포럼준비위원회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원도심 개발관련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개발사업 등의 논의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사례를 방지하고, 지역별 특성을 살린 맞춤형 도시재생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는 모습이다.
순천시는 중앙동, 저전동, 장천동, 향동 등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의 참여와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지역 실정에 맞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민 참여를 통한 순천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로 자리매김할 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순천시는 민선4기 들어 구도심 활성화 방안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산인구 유출과 고령화, 학생 수 급감, 공공기관 및 도시기능의 신도심 이전 등으로 구도심 인구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 나선 것.
순천시의 도시재생 및 활성화 사업은 크게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상징ㆍ특화거리 가로공간 조성 △도심 속 공원 및 오픈스페이스 조성 △상징구조물의 야간 경관 연출(대교 등) △주거환경개선사업 △상권 활성화 사업 지원(상가 및 재래시장) △도심하천의 자연친화적 정비 등으로 나뉜다.
세부사업별로는 구도심에 상주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 대학가 주변에 원룸 및 소규모 임대아파트 등 주택개발을 유도하고 중앙동 일부지역을 청소년 전문 상점가로를 지정 운영하는 계획을 세웠다.
또 매곡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조기에 완공하고 향동 주변의 주택을 철거한 후 고급주택, 고급빌라 전문 주거단지로 조성하며, 구도심지역 빈 건물에 농산물 가공, 가내 수공업, 전통음식업 등 중ㆍ소기업을 유치하는 등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쾌적한 정주공간을 조성한다는 방안이다.
중앙시장과 남부ㆍ북부시장, 역전시장 등 재래시장 활성화와 영세 상인의 경쟁력 강화을 위해 5인 이하 소상공인 또는 창업희망자를 대상으로 창업 컨설팅, 경영혁신, 성공사례 프로그램 운영, 현장교육 비중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 경영혁신 능력향상 프로그램을 상설 운영하는 한편 상인회 교육을 실시하는 등 조직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시는 교육도시로서의 이미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사업비 40억원을 들여 오는 2015년까지 16개 학교가 집중돼 있는 순천대~청암대 구간 5㎞를 교육ㆍ문화벨트로 조성키로 했다.
순천시 행동 일대 순천부읍성 일원에는 96억원을 들여 문화의 거리를 조성한다. 이곳에는 유니버셜 디자인 거리와 서문광장, 청소년수련관, 쌈지공원 등을 만들어 예술인 입주 및 공방을 유치하고 걸으면서 배우는 순천 원도심 문화탐방, 목요열린무대, 한옥글방 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침체된 중앙로 지하상가는 '시끌벅적 도시디자인 사업'을 통해 상권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지하상가 벽면 벽화 디자인과 음악ㆍ댄스 등 게릴라 공연 등이 펼쳐지는 이 사업은 순천 YMCA에서 원도심 재생을 위한 시민네트워크 구성과 함께 공공미술을 접목시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사람 중심의 녹색도로 개설을 목표로 시민로, 장명로를 녹색 시범도로로 추진하고 도심에서 동천 및 옥천으로 연결된 웰빙로 및 자전거도로를 확충, 자동차 우선정책에서 사람중심의 교통정책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첫댓글 2009년도에 쓰신글이네요~~ngo황막사?
국도극장은 현관에 굳게 자물쇠가 채워진 채 건물 곳곳이 쓰레기와 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반쯤 부서진 영화 간판엔 권상우가 주연한 '말죽거리 잔혹사'가 그려져 있어
정말 오래 걸려져 있었습니다 정말정말 그림은 권상우보단 남창희 모습 이었던 기억
갈 길이 멀지만 한걸음 한걸음 앞만 보고 가면 되지않겠습니까^^
음.. 제가 2001년도에 순천에 올라와서 제일대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그때 맘모스 극장이 생각나네요.. 군입대 했다가 휴가 나왔더니 맘모스 극장은 사라지고 철골들이 세워져있던게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