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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딸과 함께 어제 저녁에 대구 공연(봉산문화회관)을 찾았다. 유명한 연예인(남편:조재현/노인:이한위)의 출연이 관객을 끄는 마력이 되었나 보다. 객석은 가득 매워졌고 특히 여자관객들이 많았다.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남편(조재현 역)은 역경이 있을 때 마다 죽은 아내가 그리워 무덤을 찾는다. 승진에 누락될 때, 새 여자를 만나 재혼해야 할 때, 딸이 속 썩이고 11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연애하고 또 결혼할 때.. 무대는 두 개의 무덤과 억세풀 그리고 한 그루의 나무로 단촐하게 꾸며져 있다. 무덤 앞에서 늙어가는 이승의 남편과 나이가 정지된 저승의 아내가 섞는 말들은 때로는 공허한 독백처럼 때로는 대화처럼 관객에게 혼란스럽게 들려오면서 죽음으로 갈라진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애절하게 느끼게 한다. 허공을 향해 죽은 아내가 앞에 있는 듯이 남편은 푸념과 하소연 그리고 장난을 치는데, 그런 장면에서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딸과 아내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우린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 보낸 산 사람의 상실감과 고통에 대해서는 잘 안다. 주변에서 보고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연극은 저승으로 간 사랑하는 사람이 이승에서 남은 삶을 지켜보고 애뜻해하고 도와줄 것이라는 종교적 믿음에 근거한 설정을 하고 있는데, 이는 관계를 상실한 대부분의 인간이 믿고 싶어하는 보편적 믿음에 근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간 어머니, 아버지, 남편, 아내가 나의 삶을 지켜보고 개입할 것이라는 믿음은 산 사람의 삶에 때로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연극을 보며 내내 아내(어머니)를 먼저 보내시고 그 아내를 못내 그리워 하시는 아버지가 생각났다. 새 여자를 만나 부부생활을 하신지 3년이 다 되어가고 있음에도 아버지는 내게 가끔 어머니가 그립다는 말씀을 하셨다. 새 여자(새어머니)가 아버지를 40년을 가까이 함께 사셨던 어머니가 챙겨주시듯 살뜰하게 챙겨주실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는가?
또 다른 무덤에 묻힌 노부부(이한위 역)의 익살스런 말과 장난은 무거운 주제의 중압감을 덜면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노부부의 대화 속에서 위선적 삶을 산 교회 장로의 모습이 우스광스럽게 그려지고 있는데, 종교인들의 위선을 풍자하는 이런 내용들이 신과 종교에 대한 폄하와 부정의 근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스타 마케팅이 연극계의 물도 흐릴까 다소 우려가 되었다. 소박한 무대장치와 4명이 출연하는 연극에 비해 입장료는 결코 싸지 않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잘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연극에 스타까지 출연하여 입장료를 높여야 할 필요가 굳이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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