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날이면 깊은 계곡으로 가서 더위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계곡으로 가는 길에는 맛있는 음식도 함께 한다. 계곡으로 가는 길에는 주로 계곡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는 들마루가 있는 닭요리집이 있다.
들마루에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며 막걸리 한잔과 닭도리탕을 먹노라면 더위는 씻은 듯이 잊혀지고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진다. 하지만 계곡을 가기에는 마음먹고 시간을 내야하니 그럴 여유가 없을 때에는 청주 시내 안에서도 무릉도원처럼 닭도리탕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청주 박물관 근처에 위치한 산성가든은 바로 이러한 도심속 무릉도원이다. 계곡물이 흐르고 있지는 않지만 도심속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어서 매미 소리와 커다란 나무들 아래에서 닭도리탕을 먹을 수 있다. 이러한 자연적인 환경 덕분에 이곳의 닭은 뒷마당에서 직접 키우는 토종닭을 갓 잡아 토막 내어 요리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닭도리탕은 지금은 닭매운찜으로 표준어 표기를 하도록 하지만 사실 ‘닭도리탕’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닭도리탕이 ‘닭볶음탕’을 거쳐 ‘닭매운찜’으로 불리게 된 과정에는 사연이 많다. 시작은 국립국어원이 ‘도리’는 ‘새’를 뜻하는 일본어이므로 ‘닭도리탕’이라는 이름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부터였다. 그 뒤 ‘닭볶음탕’으로 불리기 시작하다가 나중에 ‘닭매운찜’으로 바뀌었다. 최근 들어 ‘도리’는 일본어가 아니며 ‘도려내다’의 ‘도리다’이므로 닭도리탕이라는 이름은 우리 고유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닭도리탕은 형태상 조림에 가까운 요리이지만 산성가든의 닭도리탕은 국물을 넉넉하게 잡아 끓여가며 먹는 푸짐한 시골식 닭도리탕이다. 갓 잡은 토종닭의 살이 쫄깃하며 커다란 토종닭 한 마리의 양은 푸짐하다. 함께 나오는 밑반찬은 솜씨 좋은 주인장의 손맛이 배어 있는 시골식 반찬이다. 국물이 자작해져 맛깔스러운 양념이 적당히 스며들었을 때 함께 주문한 막걸리 한되와 함께 닭다리를 뜯으니 이곳이 무릉도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성가든은 메밀막국수, 메밀부침전, 묵부침등 메밀류의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산성가든은 청주박물관에서 동물원 가는 방향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산중턱에 한가로이 있어서 주차할 공간은 넉넉하다.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에 시간 내어 멀리 다녀올 여유가 없다면 이곳에서 닭도리탕과 막걸리 한잔으로 무릉도원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