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이 조명하는 心身一元論
우울증-만병의 뿌리, “지친 마음이 육신을 좀 먹는다”
정신력이 건강의 초석…스트레스가 암, 심장병, 골다공증 등 유발
Michael D. Lemonick :
독자가 두 눈을 감고 수백년간 철학자나 종교적인 수도사, 또는 심산유곡에서 도를 닦는 도사처럼 명상에 잠겨 본다면 마음의 세계가 현실 세계와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으로 느껴질 것이다. 사람의 두뇌 속 정신적 공간은 무한정하고 영묘(靈妙, ethereal)한 세계이다. 두뇌는 인체의 다른 장기들과는 다른 특이한 물질로 구성된 것이 분명한 것처럼 보인다. 외과 수술용 메스로 육체를 절개하면 혈액이 분출되지만 뇌 속은 절개해도 생각이나 감정, 환상 등이 수술대 위로 쏟아져 나오지 않는다. 또한 사랑과 분노도 시험관에 모아서 중량을 달거나 부피를 잴 수 없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데카르트(1596~1650)는 이같은 형이상학적인 구별을 서구 철학계에서는 나중에 세계가 정신과 물질로 이루어졌다는 심신이원주의(心身二元主義)로 알려진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를 남겼다. 이와 동일한 육체 내부의 정신공간을 깊이 성찰해 온 다양한 동양철학과 신비스런 각종 종교적 구도의 성찰과정에서는 데카르트와는 다른 결론을 이끌어 냈다. 그들은 마음과 육체는 ‘불가분리(不可分離)의 연속체’라고 가르쳤다.
과거에 의학자와 과학자들은 이같은 견해를 ‘엉터리 속설’이라고 일축했었다. 그러나 최근 그들이 사람의 마음 속 세계를 깊이 배우고 탐구할수록 이런 주장에 관해서는 일리가 있으며 동양의 신비론 주장이 옳고 데카르트의 이원론(二元論)적 명제는 전적으로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음과 육체(Mind and Body)는 그다지 판이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심리학자와 신경학자들도 수긍하고 있다. 물론 뇌(腦)가 인체의 또 하나의 장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다른 어떤 인체기관 보다도 오묘하고 복잡하다.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신경세포의 내부 또는 세포간의 복잡 다양한 전기화학적인 상호작용의 종합적 산물인 것 같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육체적 환경과는 동떨어지게 뱉어내는 목소리, 그리고 우울증에 수반되는 가치 상실감과 자기 혐오감은 그들이 비록 현실세계에 뿌리내린 것처럼 보일지라도 뇌 전기화학 계통의 심한 왜곡(교란)현상일 따름이다. 연구자들은 이같은 왜곡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며 증상을 어떻게 경감시키고 그 중 몇 가지 증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를 지금 알아내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다른 분야에서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마음은 다른 신체기관과 비슷할 뿐 아니라 마음과 신체기관 간에는 건강유지면에서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것은 한 사람의 마음과 육체가 동일한 시스템, 즉 신경계통, 순환기계통, 내분비계통, 그리고 면역계통을 함께 누리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췌장이나 간장의 건강상태가 뇌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뇌 속의 질환이 생화학적인 충격파를 발신해서 육체의 다른 기관들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
최근 도착한 외지에서는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의 크게 잘못된 이원론적(二元論的)명제는 멀리 뛰어 넘은 현대 의학자와 과학자들이 사람의 뇌 활동 메커니즘을 탐구하고 마음이 병들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에 관해 ‘마음과 육체’의 최신 연구성과들을 특집으로 소개하고 있다. 다음에 그 내용을 간추려 본다.
우울증
감정의 힘 ‘밝은 마음’이 만병통치약
1980년대 ‘프로작’개발로 돌파구 마련, 우울증 치료 새 시대 임박
David Bjerklie :
미국 육군에서 22년간 복무 후 지난 10년간 버지니어주 페어팩스시의 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서 근무해 온 컴퓨터기술자 빌 발보씨는 업무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건강에 이상이 생겼음을 느꼈다. 올해로 55세인 발보씨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했으나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육체적, 생리적 타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느낌은 적중했다. 그는 관동맥질환으로 진단받고 바이패스(By-pass)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 증상이 나빠졌다 좋아졌다를 되풀이하는 심각한 우울증의 악순환에 시달리게 되었다.
끝내 발보씨의 주치의는 항울증 치료법을 시작했다. 이 치료법은 환자에게 항우울제 투여의 약물요법 뿐 아니라 질병과 건강에 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바꾸는 정신요법도 함께 시행되었다. 그리고 이 치료 덕분에 그는 우울증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질병과 건강에 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는 최근 심장병 환자와 그 가족을 돕기 위한 ‘멘디드 하트(치유된 심장)’라는 단체의 한 기관지(紙)에 실린 투고에서 ‘내가 체험한 우울증은 과연 내가 받은 심장수술에 기인(起因)했는가’라고 먼저 의문을 제기하고 이보다 앞서 ‘내 우울증이 내 심장병을 촉발했는가’라는 의심도 생긴다면서 이 두 가지 의문의 정답은 모두 ‘그렇다’라고 결론지었다.
심신의 병은 ‘상호관련성’ 지녀
2~3년전만 해도 의사들은 발보씨의 이런 생각을 ‘새시대의 기발한 망상(妄想)’으로 일소에 붙였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와서는 그의 이같은 소견이 의학계 공식견해의 주류(主流)를 이루고 있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의사들, 그리고 환자들이 인간의 정신상태와 건강상태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불건강한 신체는 불건강한 마음을 촉진시키며 마음의 병은 육체의 질환을 악화시킨다. 심신의 상호관련된 인과관계를 푸는데는 우선 한쪽 분야로 문제의 초점을 국한시킨 다음 실마리를 풀기 시작해야 해결이 훨씬 수월해진다. 결론적으로 뇌(腦)도 다른 신체기관들, 예컨데 갑상선이나 비장과 같은 장기와 다를바 없는 하나의 인체기관이며 이들과 똑같은 생물화학적인 원리에 따라 가동된다. 좋든 나쁘든간에 우리가 체험하는 느낌은 신경세포차원에서는 생물화학적 또는 생물전기학적인 활동의 복잡한 상호작용 양상의 테두리를 못 벗어난다. 우울증은 눈에 잘 띄는 육체적 질환 못지 않게 인명을 직접적으로 살해할 수 있는 신경세포기능의 균형 파탄을 뜻한다. 미국에서만도 매년 약 3만명이 자살을 하는데 그 중 과반수가 우울증에 기인한 자살이다. 그러나 우울증의 피해는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는 자살자의 인명피해를 훨씬 능가하며, 심지어 우울증 환자의 원만하지 못한 대인관계나 생산성 피해(미국에서만 우울증이 끼치는 생산성 저해 피해액이 연간 약 500억달러, 55조원에 달한다)로 인한 손실도 엄청나다.
우울증의 병리학적 최신 지견과 해부학적 연구에 따르면, 마음과 육신의 상호관련성을 부인하거나 마음과 몸을 딱 잘라서 구분짓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더욱 명백해졌으며 ‘심신동체(心身同體)’로 이 둘이 단일 시스템(Single System)의 두 가지 부분을 구성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울증의 경우, 심신동체의 상호관련성은 관련 상대방의 질환을 한층 더 악화시키는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심장발작을 일으킨 환자 가운데 우울증을 합병증으로 지닌 환자는 심혈관계(心血管系)질환 때문에 사망할 위험성이 우울증을 안 가진 심장발작 환자 보다 4배 내지 6배나 높다고 한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정신병의학 및 신경과학 담당교수인 드와이트 에반스(Dwight Evans)박사는 사망률상에 이같은 차이가 생기는 것은 환자가 ‘생명을 위협하는 중병에 걸렸구나’하는 우울증에 빠지거나 그런 환자가 절망감으로 무기력해져서 복약을 태만히 하거나 또는, 식사와 운동을 올바르게 하지 않는다는 등의 장해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에반스 박사는 이제 “우울증은 심장병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부각됐으며 우울증은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에 미치는 나쁜 영향 못지 않게 위험한 존재”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심장병은 우울증 때문에 악화될 수 있는 많은 육체질환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심장병 말고도 암, 당뇨병, 전간(Epilepsy) 및 골다공증과 같은 질병도 환자가 우울증이 동반됐을 경우 장애인이 되거나 조사(早死, Premature Death)하는 위험률이 높아진다.
이런 위험요인이 너무나 확연하기 때문에 의료종사자들은 이 문제에 예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그 실상 파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전국 전문가회의가 소집되어 앞에서 인용한 펜실베니아대학의 드와이트 에반스 박사가 공동대회장직을 맡았다. 비영리단체인 DBSA (Dipression and Biopolar Support Alliance)측이 후원한 이 모임은 여러 가지 질병과 관련된 우울증 문제가 얼마나 널리 확산되어 있는가를 가늠해 보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워싱턴회의는 2일간 암, 에이즈, 심장질환, 당뇨병, 그리고 기타질환의 전문가들이 우울증 전공의사들과 합석해서 관련 환자단체 대표들이 방청하는 가운데 우울증과 기타 질환과의 관련성과 인과관계를 파헤친 다양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했다.
최근 다행스럽게도 과학자들이 우울증의 숨어 있는 원인들을 가려내는데 장족의 진보를 이룩했다. 즉, 그것은 중요한 우울증 발병관련 유전자가 그 발병에 알맞은 환경조건의 조성으로 활성화되는 등 적절한 발병조건의 조합으로 우울증이 촉발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공통된 의견이 도출되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이와 함께 일부 유망한 우울증 치료법을 제시했는데 그 중에는 의약품과 일부 기존의 보조의약품들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우울증과 신체질병들간의 관련성이 더욱 분명해지는 가운데 이런 관련성을 어떻게 차단하느냐하는 치료법은 아직도 미개척분야이다.
미국국립정신보건원(NIMH)의 정서장애 및 불안증 연구과장인 데니스 채니(Dennis Charney)박사는 “우울증과 기타질병간의 부정적인 상호관련성이 그동안 개발되어온 새로운 치료법 덕분에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우리 연구진들은 아직도 이런 치료법이 유효하다는 입증자료를 갖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수심치료(修心治療)할 수 있을까
마음의 병인 우울증을 치료함으로써 다른 신체 질병의 중증도(重症度)를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기본적인 생물화학적 논리상으로도 타당하다. 일상적인 경험에 비추어 뇌화학적인 움직임은 단순히 사람의 정서를 지배하는데만 그치지 않는다. 마음이 공포를 느낄때는 아드레날린(adrenaline)이 급히 분비되어서 배 속을 휘젖게 된다. 마음이 성적 충동을 느낄 때는 몸의 생식기관들을 비롯해 틀림없는 반응이 나타난다. 특히 신경전달 물질(neurotransmitters), 즉 흥분시에 접합부전(接合部前)뉴론의 축색(軸索)종말에서 유리되고 접합부열(接合部裂)을 넘어서 표적세포를 흥분 또는 억제시키는 물질을 포함해 약 60종류의 메시지전달 화학물질의 경우, 마음의 변화로 직접적이고 예민하게 신체적 변화를 촉발시키는 매개체이다.
뇌 중추신경계를 중심으로 장관점막 송과체등 많은 신체조직내에 존재하는 세로토닌(Serotonin)도 신경전달 물질이며 위액분비를 억제하고 평활근을 자극해서 혈관수축을 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생리적 변화를 뇌신경의 지시에 따라 유도한다. 에반스 박사는 사실상 “우울증을 전신적인 성격의 질환”이라고 규정하고 “우리는 많은 종류의 신경전달 물질들이 우울증 병태에 관여해서 육신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아직은 이처럼 강력한 생리화학적인 활성물질들이 정확히 어떻게 심장병, 암, 그리고 기타 여러 가지 질환의 발병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초보적인 연구결과들로 일부 강력한 실마리들이 포착되었다. 예를 들면 세로토닌의 경우, 혈류속에 섞여 순환기계통을 따라 전신을 유통할 때 혈소판을 덜 끈적거리게 만들어(점도 감축) 심장병, 뇌경색의 원인인 혈전형성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 같다. 여러해 전부터 심장발작에서 살아남은 환자들에게는 이런 혈전증 방지를 위해 어린이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도록 권장되어 왔다. 상품명 프로작(Prozac)은 순환기계 혈류속의 세로토닌 농도를 유지시켜 아스피린 투여와 비슷한 효과를 거두는 것 같다.
마음과 신체 건강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징검다리 역할의 메커니즘을 또 한가지 찾아보자. 흔히 우울증환자의 심장고동(心拍數)은 이상하리만큼 꾸준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반드시 좋은 일이 못된다고 BBSA회의에서 에반스 박사와 공동대회장직을 맡았던 NIMH의 채니 박사는 말 한다. 그는 “수시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당연히 사람의 심장박동수도 변하는 것이 이상적이며 그것은 신체방응이 요구되는 여러가지 환경적응 임무에 심장이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울증 환자의 경직된 맥박은 이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심장병과 우울증을 관련짓는 또 하나의 연결 고리로 지목되는 화학물질로 CRP(C -Reactive Protein)가 있다. 보통 간장에서 분비되는 CRP는 신체부위가 감염되거나 부상당했을 때 울리는 면역시스템의 경보에 대응해서 방출되며 CRP는 따라서 염증과 관련성이 있다. 그런데 아직은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근의 연구결과 우울증환자들의 CRP혈중농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혈관이 콜레스테롤 혈전누적 때문에 손상당한 환자의 경우, 우울증과 관련된 CRP농도상승과 염증(inflammation)으로 혈전의 일부가 떨어져나가면서 중요한 관상동맥을 봉쇄하게되는 기회가 높아진다.
당뇨병도 우울증과는 상극
당뇨병도 우울증과는 상극인 질병가운데 하나이다. 남성 당뇨병환자의 10%, 그리고 여성 당뇨병환자의 20%가 우울증을 함께 지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데이터인데, 이런 비율은 일반인구 대비 우울증 이환율의 두배나 되는 수준이다. 물론 당뇨병과 같은 거의 불치의 만성병이며 끝내는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귀찮은 병에 걸린 환자의 기분이 우울해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건을 충분히 참작하더라도 이와 같은 큰 이환율의 격차는 설명되지 않는다.
더욱이 우울증이 합병된 당뇨병 환자는 우울증 없는 당뇨병 환자보다도 심장질환, 신경손상, 그리고 실명 등의 심각한 합병증세를 촉발하는 확률이 훨씬 높다. 그리고 우울증은 혈당을 대사조절하는 단백성 호르몬인 인슐린에 대한 신체의 반응을 둔화시켜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것은 인슐린의 민감성에 대해 간섭할 수 있는 호르몬인 코르티솔(포도당 신생을 촉진하며 지방과 수분대사에 작용하는 부신피질 호르몬)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코르티솔 분비는 흔히 우울증 합병 당뇨병 환자에게서 증진된다.
그런데 이 문제의 코르티솔(Cortisol)은 우울증 환자로 하여금 골다공증에 걸리기 쉽도록 취약하게 만든다. NIMH의 필립 골드 박사와 죠반니 치자 박사가 공동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을 지닌 폐경 전 여성들의 골 상실률은 같은 연대의 우울증이 없는 여성들에 비해 훨씬 높으며 이같은 격차는 여성들이 폐경기를 지나면서 더욱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치자 박사는 미국에서 연간 약 35만명의 여성이 우울증 때문에 골다공증이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코르티솔은 이런 여성들의 뼈가 칼슘을 섭취하는 능력을 방해하며 폐경(閉經)과 연령증가 때문에 생기는 자연적인 칼슘성분 상실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또 하나의 화학물질이며 세포염증성 전구체인 사이토카인도 골다공증과 당뇨병에 얽히는 물질로 지목됐으나 그 역할은 코르티솔에 비해 분명치 않다.
암·파킨슨병·전간·뇌졸중도 유발
그동안의 연구결과 우울증이 다른 몇가지 질병의 합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중에는 암, 파킨슨씨병, 전간(간질), 뇌졸중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치매) 등이 포함되었다. 비록 확실한 증거는 못찾았지만 연구진은 적어도 몇 가지 사례에서 이같은 우울증의 여러 가지 발병 배후에 분자(Molecules)생물학적인 메커니즘이 개재된다는 단서를 포착했다. 파킨슨 병의 경우, 문제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dopamine)생산의 뇌세포가 사멸하는데서 비롯된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전달 물질로 작용하면서 손(손가락)등 사지동작과 운동기능을 통제하는 중요한 물질이지만 그것은 사람의 기분(Mood)을 좌우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벨몬트시의 맥린병원 원장인 브르수 코언 박사는 “우울증은 병태가 비슷한 일련의 증상군(Similar Symptoms)을 유발하는 복합적 원인인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고 말한다.
이런 복잡성 때문에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생리화학적인 작용을 개선하는 의약품들을 투여해도 우울증이 늘 개선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파킨슨병과 우울증이 상극관계로 서로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까닭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파킨슨병과 마찬가지로 전간, 뇌졸중, 알츠하이머병의 경우도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병변이 원인이며 그것은 아마도 비단 세로토닌과 도파민뿐 아니라 글루타메이트와 노르에피네프린을 포함한 각종 신경전달 물질을 생산 또는 가공하는 해당기관의 능력에 우울증(스트레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발병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항울치료법은 우울증에 걸린 두뇌를 뒤틀린 사고방식으로 이끌게 하는 원인인 뇌의 전기화학적인 불균형을 정상화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1960년대에 애용됐던, 이른바 삼환계(삼환식화합물)항우울제들은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그리고 전신에서 활동하는 다른 두 가지 신경전달 물질을 활성화시켜 치료효과를 거두었다. 이 삼환계(三環系)약물은 흔히 우울증을 완화시켰지만 압도적인 졸리움과 착시(錯視), 어지러움증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이르러 신경 약리학자들은 이런 부작용을 세로토닌에 초점을 맞춘 약제 개발을 통해 최소화시킬 수 있음을 깨달았다. 요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저해제(SSRI)로 알려진 프로작(Prozac), 팍실(Paxil), 졸로프트(Zoloft)와 같은 항우울제들은 신경전달 물질 세로토닌이 일단 생산된 뒤에 그것이 신경세포에 의해서 신속히 재흡수되는 것을 막자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한편 속칭 전기쇼크요법(Shock treatment)으로 더 잘 알려진 전기경련요법(ECT)은 육체적인 경련을 유발시킴으로써 뇌 속의 전기화학적 균형관계를 복구시키는 치료법이다.(그 명칭이 지닌 ECT의 무서운 인상과는 달리 이 쇼크요법은 온화한 전류를 사용하며 다른 약물요법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 고질적인 우울증에 대해서 가끔 거의 기적적인 효능을 나타내 주목받고 있다.) 비록 낡은 수법이기는 하지만 초보적인 대화(對話)요법도 환자의 뇌화학적 정상화를 도울 수 있으며, 특히 다른 항울증요법과 병행해서 사용하면 우울증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울증과 기타의 육체질환들 간의 관계를 밝혀줄 징검다리 역할의 연구분야는 이제 겨우 출발단계에 불과하다. 그리고 더욱이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의 데니스 채니 박사(DBSA회의 공동대회장)도 엄격한 과학적 시각에서 따질 때 우울증치료가 환자의 합병증 유발이나 기타 기존 합병증 악화에 따른 사망률 증가를 완화시켜 준다는 확증은 없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만약 우울증 치료가 질병을 악화시키는 생물화학적인 불균형을 바로잡아 준다면 그것이 우울증으로 인한 치명적인 악영향을 감소시켜 줄 것으로 믿어도 좋을 많은 이유가 있다. 그래서 채니 박사, 에반스 펜실베니아대학 교수, 그리고 다른 전문가들이 의사들로 하여금 마음의 우울증과 육체의 질병들간에 얽혀 있는 밀접한 상호관련성을 더 많이 깨달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DBSA의 리디아 루이스 회장은 “제1차진료의사(Primary doctor)를 찾아가서 환자에게 허용되는 약 8분간의 진찰을 받는다 해도 우울증의 영역은 근접 해보지도 못하고 진료는 끝날 것이다. 그래서 제2차 진료기관의 전문의사를 찾아가면 심장병전문의인 이 의사는 당신의 심장질환만을 살펴보는데 그치고 배후의 우울증은 거들떠 보지도 않을것”이라고 지적한다.
마음 고치면 건강 되찾아
루이스 박사는 한 층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충고를 해준다. 그는 의학연구자들이 회의를 개최하고 그들의 연구과제에 전념하며 학술논문이나 연구보고서를 집필하고 매만지는 동안 “우리는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추상적 이론만 추구하거나 협소한 자기 전공분야만 챙기려는 의사를 찾아가 마음과 육신의 건강간의 관련성에 대한 의문점을 질문하고 도움을 청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기사 서두에 소개된 빌 발보씨는 미공군 근무 22년간의 군인생활 끝에 제대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 10년간 근무했으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개인사업으로 옮겼지만 결국은 심장병과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 케이스였다. 이런 발보씨도 루이스 박사의 제안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 속과 육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계몽과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교육의 핵심은 매우 간단 명료한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마음을 고쳐라. 그러면 육신을 구하는데 도움을 얻을 것이다.(Cure the mind, and you might just help save the body)’쭗
우울증,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1856~1939)가 독창적인 정신치료 세계를 개척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났다. 그러나 정신분석요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큰 돌파구는 1980년대에 프로작(Prozac)과 같은 더욱 안전하고 효능이 높은 약제들이 개발되면서 이루어졌다. 하버드대학교 맥린병원의 브루스 코언 원장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법 연구방향이 종전의 만병통치약(Magic pill)하나를 추구했던 방식에서 요즘에는, 더욱 폭넓은 요법 탐색으로 그 흐름이 바뀌면서 새로운 첨단요법 시대를 맞게 되었다. 다음 그 몇 가지를 알아본다.
의약품
●현대의 감정장애(우울증, 조울증) 약품요법
대부분의 항우울증 치료약은 각종 신경전달 물질의 수준을 조절함으로써 약효를 발휘한다. 감정장애(우울증, 조울증)는 외적상황에는 직접관계없이 억울상태(우울증)가 지속되는 병태이다. 감정상태(Mood)의 변화에 수반해서 수면, 식욕, 체중에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긴다. 중추의 모노아민을 고갈시키는 작용을 지닌 레세르핀등의 약물에 의해서 우울증이 고율로 유발되기 때문에 감정장애의 병인을 중추 노르아드레날린(NE)의 고갈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모노아민 가설(假說)도 제기됐지만 최근 이런 가설은 항울증약 치료후의 NE수용체 변화소견과 반드시 일치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지적되고 있다.
복소환(複素環, 三環系 및 四環系) 항울증약인 이미프라민(imipramine hydrochloride)등은 중추 NE신경에 있어서 NE재흡수 펌프저해작용을 지녔기 때문에 시나프스간격(間隔)에 있어서의 NE농도를 증가시켜 단기적으로는 NE자극전달을 촉진시킨다. 당초에는 이런 작용이 복소환 항울약의 작용메커니즘인 것으로 생각됐었다. 그러나 이들약물을 장기투여하면 후(後)시나프스성 β수용체가 탈감작(脫感作)상태가 되어서 흥분입력에 대응하는 후(後)시나프스 신경내의 cAMP 증가가 감소되는 사실이 밝혀졌다.
모노아민산화효소(MAO)는 NE를 분해시키기 때문에 이 효소(酵素)의 저해는 신경내 NE농도를 증가시켜 아마도 NE신경흥분에 의한 방출량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모노아민산화효소 저해약(MAOI)의 β수용체 및 cAMP생산계에서 복소환계(複素環系)항우울제와 비슷한 탈감작작용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작(Prozac),팍실(Paxil), 졸로프트(Zoloft)등이 소속된 선택적 세로토닌(Serotonin)재흡수저해약(SSRI)은 NE신경에 대한 억제적 세로토닌신경의 작용을 증강시키는 메커니즘으로 NE자극전달을 억제해 항울작용을 발휘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티움(Li)은 조증(躁症)상태에 적응되는 약물이다. 정확한 작용메커니즘은 불명하지만 중추 α수용체의 세포내 정보전달에 관계되는 이노시톨 인산(燐酸)(IP) 등의 대사회전을 저해하는 작용이나 NE방출억제 작용 등이 추정되고 있다.(설명도 참조)
세로토닌 흡수를 저해하는 SSRI와는 달리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피린 등 양쪽에 작용하는 항우울제로서는 에펙소르(Effexor)와 레머론(Remeron)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웰 부트린(Wellbutrin)과 같은 약물도 비슷하게 작용하나 아마도 노르에피네피린과 도파민(dopamine) 등의 신경전달 물질에 작용하는 것 같다.
엘라빌(Elavil) 및 토프라닐(Tofranil)와 같은 삼환계 항우울제들도 특히 노르에피네피린 등의 신경전달 물질의 흡수를 저해하지만 이들은 상당한 부작용을 지닌 것이 결함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1세대 항우울제 중에는 모노아민산화효소(酸化酵素)저해약(MAOI)들, 즉 나르딜(Nardil)과 마르플란(Marplan)과 같은 약제도 유효하지만 위험한 부작용을 지녔다. 한편 미국식품의약청(FDA)은 최근 경피흡수(經皮吸收)점포제(patch)를 승인함으로써 MAOI제가 가끔 경구투여(經口投與)되면서 빚었던 심각한 부작용을 크게 완화시키는 시대를 열어 주었다.
●항우울제 신약개발 전망
연구진들은 두뇌의 생물화학적인 신호의 90%에 대해서 반응하는 가바(gaba)와 글루타민산염(酸鹽)(glutamate)라는 두 가지 관련물질의 분자구조를 연구 중이다. 그 까닭은 이 물질들이 뇌활동의 상당부분을 통제하기 때문인데 연구목적은 이 물질이 뇌의 다른 기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우울증(감정장애) 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자는데 있다.
이 밖에 감정장애를 겨냥한 치료신약의 개발현황은 다음과 같다.
쪾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최근 남성 우울증 환자들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테스토스테론제의 경피흡수 패취제 투여가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쪾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cortisol) 통제:부신피질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근육긴장, 신경조직 흥분에 영향을 주는 코르티솔을 피임약 Ru 486제나 CRF길항제와 같은 약물로 통제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쪾다이노르핀스(dynorphines):행복감을 주는 신경에너지물질로 알려진 내인성뇌물질(polypeptide)의 일종인 엔도르핀(endorphine)의 악성 쌍둥이(evil twine)물질인 다이노르핀(dynorphine) 저해연구
쪾우울증과 밀접히 관련된 통증감각의 신경전달과정에 관계가 있는 이른바 ‘P성분 (Substance P)’ 화학물질에 대한 연구.
전기충격, 자기요법
-전기쇼크요법이 뜻밖에 탁효
●전기쇼크요법
옛날의 전기고문을 연상시키는 전기쇼크 요법(Electroshock therapy)은 고약한 평판에도 불구하고 감정장애(우울증), 특히 기존 약물요법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으며 다른 복용약들과의 약물 상호작용 관계로 항우울제 사용이 어려운 고령환자들에게는 뜻밖에 좋은 효험을 거둘 수 있다. 현대 의료에서 쓰이는 전기쇼크 장치는 약한 전류를 사용해서 율동적인 뉴론(neuron)방출을 유도해 우울증 상태에 빠진 뇌신경을 정상화시키도록 온화한 경련을 일으키게 하는 치료법이다.
다른 연구진은 심장과 장관(腸管) 등을 감싸고 있는 주요한 도관신경인 미주(迷走)신경을 통해 전류를 보내어 뇌에 이르도록 하는 전기쇼크 요법과 비슷한 치료법을 시험 중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사람의 감정제어 열쇠구실을 하는 전두전부피질(前頭前部皮質, pre-frontal cortex)속에 전자기장(電磁氣場,magnetic field)를 만들어 내도록 8자모양의 전기코일을 사용하는 이른바 ‘국소 두계주위 전자파자극’요법이다. 현대 의료연구진의 대부분은 우울증의 병리와 생리학적 특성 연구를 통해 그 치료법을 개발하겠다는 자세이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치료법은 널리 채택되고 세련화되었으나 아직도 그의 뒤를 따르는 정신분석 전문가들이 우울증 환자의 숨은 병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기 위해 환자의 무의식 세계를 탐색하고 있다.
David Bjerkl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