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송원여자고등학교(교장 최윤수)
미술부 1학년 학생들이 매달 화순전남대병원에서 특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병원 1층 로비에서 진행하는 ‘무료 캐리커처 그리기’ 이벤트이자
미술치유 봉사활동이다.
“중년의 암환자 한 분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아내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아내를 너무
고생시켰다면서요.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으로 그려드렸어요.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좋은 선물을 줄 수 있겠다며 기뻐하자 제가 더
감동받았습니다.”
차정연양은 “그림 그려주며 환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며 “환자들과 소통하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원여고 미술부 학생들의 봉사는 지난해 8월 교내축제 ‘한솔제’에서 ‘캐리커처 그려주기’ 행사가
계기가 됐다. 예상 밖 좋은 반응을 얻자 누군가를 위해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한 달간 장소를 찾던 중 암환자가 많은 화순전남대병원 택했다.
이후 6번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책상에 꼬박 앉아 그림을 그린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자연스레 환자들의 애환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소아암 환자가 휠체어를 탄 채 이들을 찾아왔다. 병실 밖에 오래 있을 수도 없고, 마스크를 벗기도 힘들어 캐리커처 경험이 없다며 그림을
부탁했다.
“잠깐 마스크를 벗도록 하고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촬영했죠. 최대한 건강하고 밝은 표정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도 그려넣고요.”
이효리양은 “그림을 받으러 온 아이 어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고마워했다”며 “서툴지만 작은
기쁨을 드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매달 찾아오는 여고생들은 환자들 사이에서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봉사활동을 오는 날이면 빵과 음료수 등 간식을 두고 가거나, 심지어 용돈까지 건네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무료’라는
단어가 크게 적인 현수막을 준비했다.
“처음엔 남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 분들께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받고
있다고 느껴요, 나눔의 기쁨을 알게 해줘서 오히려 더 감사합니다.”
최은영 미술부 지도교사는 “투병과 간호에 지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학생들이 위안과 희망이 되고 있다”며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학교 미술부 전통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박기웅기자 pbox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