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부쩍 한국영화를 즐겨본다. 류승완 감독이 직접 출연했던 충청도 버전의 깡패영화 '짝패'를 본 지 얼마 안된 시점에 조인성이 건달로 나온 영화 '비열한 거리'를 보았다. 조인성이야 워낙에 키면 키. 얼굴이면 얼굴. 주먹을 입안으로 집어 넣을듯한 폼으로 울었던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의 그 장면이 뇌리에 깊이 박혀있는 배우라 기대를 하고 보았다.
얼마전에 '클래식'이란 영화에서 조인성은 참 많이 경직되어 보였고. 함께 나왔던 조승우랑 연기면에서 비교가 많이 되었었는데.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은 연기면에서는 제법 커 있었다.
"그냐? 안그냐?" 라는 전라도 대사가 그리 썩 입에 달라 붙지는 않았지만 봐 줄만했다.
줄거리는 뭐 조직원들과의 암투와 친구사이의 배신이 얼룩져 있는 여타의 깡패 영화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갈수록 수위를 더해가는 잔인한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야구방망이로 머리를 내리치는 '까강'하는 소리, 칼로 담그는 섬뜩한 소리, 많이 좋아진 사운드의 크기로 두시간 이십 분의 시간은 인성이의 매력에만 기대기엔 너무 긴 시간이었다.
이보영이 부른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이란 노래를 영화 막판에 인성이가 다시 불렀을 땐 '담에 노래방 가면 저 노래 함 불러 봐야지'했다.
조인성이가 조직원으로서 일하러 갈 때 차에서 부르는 노래는 생뚱맞게도 나훈아의 '땡벌'이었다.의외였다. 트로트를 평소 좋아하지 않아서이기도 했고. 조인성의 이미지와 너무 멀다고 생각했던 노래를 너무 진지하게 불러서이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조인성이 한탕 한 뒤에 부르는 노래도 '땡벌'이었다. 나훈아의 카리스마와 곡을 소화하는 진지함이 조인성에게 가서는 피식 웃음으로 변했다. 이미지가 확 구겨지는 느낌도 있구^^
똘마니가 바지 지퍼에서 뽑아내던 것도 힘들 땐 화장지였다가, 한탕 한 즈음엔 지폐로 바뀌어 잘도 나오더군. 남자들끼리 놀러가면 그래 노는가? 궁금해지는 장면이다.
조직원들도 생활이 있고 가슴으로 품고 싶어하는 가족이 있음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방법이 옳지 못한 데서 오는 괴리감이 커서 실감이 나진 않았다. 힘들고 어려워도 누구나 다 깡패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감각있는 연출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감독 '유하'의 분신으로 나오는 남궁민의 자연스런 연기는 꽤 괜찮았다.
결국 제목 그대로 자신이 배신했던 그 장면 그대로, 자신도 똘마니에게 배신당해 죽어가고, 지키려했던 우정마저 처절한 배신으로 덮여 정말 '비열한 거리'로 영화는 막을 내렸다.
일어서는데 후우! 한 숨이 나왔다. 깡패들 사이의 의리를 기대하고 보았다가 배신만 확인해서 그런 걸까? 제법 오래 기운이 빠져있었다.
당분간 깡패나 달건이나 양아치가 나오는 영화는 좀 멀리해야겠다. 이범수 보다는 조인성이가 잘 생겼지만 가슴이 황량해지는 느낌이 싫어서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찾아 봐야겠다. 너무 많은 시체들을 봤더니 꿈자리가 사나워서^^
첫댓글 언니 글을 보니 영화를 다시 보는 느김이 팍팍 옵니다. "우리 동화모임 생일 날"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으으 어째 말이 꼬입니다.ㅎㅎㅎ
시종일관 조폭들의 폭행 장면으로 차마 보지 못하고 옆에서 모자를 들었다 났다.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회장님 옆에서 그래도 주인공이 조인성이기에 영화 내용과는 상관없이 끝까지 앉아서 볼 수 있었답니다. 동화모임 생일날에 만나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영화였죠? 따뜻한 영화를 봤더라면......, 하지만 시간관계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답니다.
최근에 안 사실인데 그 '땡벌'이란 노래 '강진'이라는 가수가 불렀더군요. 목소리가 똑 나훈아 였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