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산 등반기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맑다. 며칠 전부터 날씨가 너무 더워 오늘 등반에서 많은 땀을 흘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를 갈 버스를 타고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많은 회원님들이 모여 있다. 처음 보는 회원님들도 있었고, 나머지는 비가 오나 눈이오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열혈 회원님들이다.
출발시간이 되어도 주먹밥이 도착하지 않는다. 총무님이 발을 동동 구르며 전화를 해대지만 오는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이 전에도 두어 번 출발시간을 지키지 않은 적이 있었다. 나 같으면 당장 거래를 끝장내고 말텐데 그래도 총무님이 무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시간 10분이 지나서야 주먹밥이 도착하였다. 나는 밥을 가져온 사람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장사를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차가 고속도로를 들어서자 총무님의 인사에 이어 마이크가 나에게로 넘겨졌다. 무어라 인사말을 할까? 출발이 늦어서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우선 죄송하다는 말과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부터 시작하고, 날씨애기를 덧 붙였다. ‘지루하고 무더운 여름이 간줄 알았더니 마이클 잭슨의 발걸음처럼 뒷걸음을 쳐대는지...’라고, 그렇게 인사가 끝났다. 이어 산행대장의 산행안내가 있었다.
오늘따라 처음 오신 회원님들이 많아서 그런지 분위기가 조용하다. 나는 어제 주말농장 회원님들과 회사에 조퇴를 내고 배추밭에서 약물 치고, 잡초를 뽑은 뒤 그냥 헤어지지 못하고 술잔을 기우렸었다. 그로 인하여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여 몸이 풀리지 않았다.
버스 뒤편을 돌아다보니 다른 때는 지금쯤 가벼운 산행 출발주가 시작되곤 하였는데 왠지 감감하다. 역시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아서이리라는 생각이 들어 뒷좌석으로 가서 엔진오일(?)을 찾았다.
그 중요한 것을 우리 회원님들이 빠뜨릴 일이 없다. 맛있는 안주를 곁들여 회원님들께 일 배를 돌렸다.
불갑산은 전라북도 영암군에 위치한 산으로 지금시기에는 상사화(꽃 무릇)가 피는 시기이다. 그래서 우리는 등반도 하며 붉게 핀 상사화를 보기 위해서 가는 길이다.
올봄에도 고창 지방을 지나갔었지만 이 곳의 밭들은 그 면적이 매우 넓다. 그 넓은 밭엔 인삼재배를 하거나 각종 채소들을 심는데 정말 우리지역에 비하면 그 면적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는 길에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모두들 인삼밭에라도 들어간 것일까?
봄에 고구마를 심어 놓은 넓은 밭을 보고 저 고구마를 누가 다 먹어 치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소비자들에게 도착할 즈음이면 값이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렇다고 생산자가 폭리를 취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배추밭을 갈아 엎기도 하는 가슴아픈 현실이 생겨나기도 하지만...(나도 이젠 소규모이만 생산자의 위치에 서려고 걸음마 중이다. ㅋㅋ)
가는 도중 버스를 세우고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했다. 건너편 학교에선 학생들이 무슨 모임을 하는 것 같았고, 길가에는 땅콩을 말리고 있다. 이 곳에서 땅콩을 재배하는 것일까?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는 3시간 정도가 걸린다. 11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축제기간이 되어 주차장이 매우 혼잡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들은 축제장을 구경하면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당초 우리가 가고자 하는 코스는 용천사를 출발하여 구수재 불갑산(연실봉)을 거쳐 장군봉, 법성봉을 지나 불갑사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용천사 입구부터 들녁에는 물론이고 산자락에서 상사화는 매우 수줍은 모습으로 우리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30도는 됨직한 무더위가 우리들을 괴롭혔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는 한 여름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회원 모두들 등산에 관한한 자신만만한 사람들이다. 1시간여를 걸어올라 구수재를 지나 연실봉 허리부분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3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가져 온 푸짐한 음식들로 우리들은 두둑하게 배를 채웠다.
연실봉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하산을 시작하였다. 연실봉에서 내려오다 중간 갈림길에서 저수지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와 장군봉을 거쳐 가는 두 코스로 회원들이 나누어져 산행을 계속했다.
하산 길에는 곳곳에 붉은 상사화가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주차장으로 내러오니 상사화 축제행사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우리는 하산 주를 준비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품바타령을 하는 공연장 옆 가게에 자리를 잡았다. 파전과 순대를 안주로 하여 동동주를 마시며 품바공연장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이제껏 보아왔던 다른 팀에 비하여 공연내용도 시원찮고 관객도 없다. 조금 있으려니 등산객 한 무리가 그곳에 뛰어들어 공연을 대신한다.
바로 저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 전부터 하고 있던 터다. 관객을 끌어들이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하여 공감하고 우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었다.
동종주가 거나하게 들어가니 우리들도 그곳에 합세해서 놀고 싶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생각들이 그렇다는 것이지 행동에 옮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동동주와 안주거리를 파는 사람들의 장사형태는 어딜 가나 비슷해 보여 전국을 다니며 장사를 하느냐? 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가 사는 곳에는 오지 않느냐? 고 다시 물었더니, 자신들은 오고 싶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최 측에서 요구하는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 그렇단다. 나는 결국 그렇다면 위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이라 생각하니 입맛이 썼다.
차가 떠나기전 주차장에서 할아버지 한분과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더러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고 나는 그분이 이곳에서 사시는 것 같아 살기가 어떻느냐?고 물었더니 살기 좋은 고장이라 하신다.
나는 그렇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산은 좋은데 물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먹긴 잘 먹었는데 계산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우리의 계산법과 주인의 계산법이 틀리고 만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이 요구하는대로 해 주고 말았다. 장사꾼들을 상대로 싸움을 해보았자 시간만 지체될 뿐 얻는 것이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처음부터 가격흥정을 잘 해서 서로가 손해를 본 것 같지는 않나보다. 사람 사는 것이 녹녹하지 않다는 경험을 또 한 번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가볍게 노래자랑을 하자는 회원님이 있었다. 피곤하여 잠을 자고 싶은 회원님들을 위하여 휴게소를 들러 잠을 깨고난 이후부터 하기로 했다. 다른 회원님들도 오늘을 즐겁게 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였다.
이 것도 삶의 연속인 것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무엇보다도 무더운 날씨에 아무런 사고 없이 등반을 마친 것이 기분이 좋았다. 그 좋은 기분을 끝까지 유지하여 사회생활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을 했다.
회원님들이 각기 다른 여건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들을 엮어놓은 인연이다. 다음 산행 때까지 모두를 건강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