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한(天寒)코 설심(雪深)한 날에, 임 찾으러 천상으로 올라갈 제
신 벗어 손이 쥐고, 버선 벗어 품에 품고, 곰뷔님뷔 님뷔곰뷔, 천방지방 지방천방, 한번도 쉬지 않고 허위허위 올라가니
버선 벗은 발은 아니 시리되 여미온 가슴이 산득산득 하더라
저 건너 명당을 얻어서 명당 안에 집을 짓고
밭 갈고 논 맹글어 오곡을 갖추 심은 후에, 뫼 밑에 우물 파고, 지붕에 박 올리고, 장독에 더덕 놓고, 구월추수 다 한 후에, 술 빚고 떡 맹글어 우리송치 잡고 , 남린구촌(南隣九村) 다 청하여 취회동락(聚會同樂) 하오리라
평생에 이렁성 노닐면 귀 좋은가 하노라
* 우리송치: 우리 안의 송아지
창 내고자 창 내고자, 이내 가슴에 창 내고자
들장지 열장지 고무장지 세살장지, 암돌쩌귀 수톨쩌귀, 쌍배목 외걸쇠를, 크나큰 장도리로 뚝딱 박아 이내 가슴에 창 내고자
임 그려 하 답답할 제면 여닫어나 볼까 하노라
대장부- 천지간에 해올 일 바이 없다
글을 하자 하니, 인생식자 우환시(人生識字 憂患始)오, 칼쓰자 하니 내지병자 시흉기(乃知兵者 是凶器)로다
차라리 청루주사(靑樓酒肆)로 오락가락 하리라
산촌에 객불래(客不來)라도 적막든 아니하이
화소(花笑)에 조능언(鳥能言), 죽훤(竹喧)에 인상어(人相語)라, 송풍(松風)은 거문고요, 두견성은 노래로다
두어라 남의 부귀를 눈 흘길 이 뉘 있으리
들입다 바드득 안으니 세허리지 자늑자늑
홍상(紅裳)을 걷어치니 설부도(雪膚)도 풍비하고, 거각준좌(擧脚蹲坐)하니 반개(半開)한 홍모란이 발욱 어춘풍(發郁 於春風)이로다
진진(進進)코 우퇴퇴(又退退)하니 무림산중에 수용성(水舂聲)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