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지 않는 생각은 고인 물
중고 학용품 기부로 희망 나누는 ‘호펜지기’ 임주원
고등학생 때 이력이 화려한 친구들은 많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그 이력은 '입시용 스펙' 으로 멈추는 경우가 다반사. 고려대 경영학과 1학년 임주원씨는 달랐다. 중학생 때 읽은 책 한 권으로 실천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 연필꽂이에 필요 이상 꽂힌 필기구를 보며 중고 학용품 기부를 실천했다.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지원한 호펜 분점 26곳을 운영할 정도. 중·고등학생들에게 기부 멘토가 된 주원씨의 기부 활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책 한 권이 알려준 실천하는 삶
호펜(Hopen)은 hope와 pen을 합친 말로, 저개발 국가 어린이들에게 중고 학용품을 기부하며 희망을 나누는 단체다. 2010년 4월 필리핀에 첫 중고 학용품을 전달한 뒤 현재까지 20개국 70개 지역에 3t에 달하는 중고 학용품을 전달했다.
운영자는 학용품으로 학생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는 호펜 임주원(20)씨.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고 예쁜 학용품 모으기를 좋아할 중학생 때 중고 학용품을 기부하며 호펜지기 를 자청했다. 중3 때 <히말라야 도서관>이라는 책을 읽으며 당장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녀의 꿈은 국제 활동가였다.
"<히말라야 도서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사를 지낸 존 우드의 180° 바뀐 삶에 대한 이야 기예요.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 존 우드는 우연하게 접한 네팔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보고 충격을 받아요. 그 뒤 그는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책을 보내고, 200여 학교와 3천 곳에 도서관을 짓죠. 그런데 이 모든 일을 시작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해냈어요. 정말 대단하죠? '이 일을 당장 시작하지 않고 5년 뒤로 미룬다면, 지금여덟 살인 아이는 열세 살이 되어 초등교육 받을 시기를 놓칠 것' 이라는 대목이 제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어요."
<히말라야 도서관>에 빠져 있을 때 책상 위 연필꽂이에 빽빽이 꽂힌 펜을 발견했다. 여느 중학생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펜으로 글씨 꾸미기를 좋아했기에 가는 펜부터 굵은 펜, 여러가지 컬러 펜까지 눈에 띈 것. 주원씨는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학용품 문제가 비단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중고 학용품 기부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한 뒤 바로 행동했어요. 중고 학용품이니 돈이 들지 않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잖아요. 학교 선생님께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 드리고 포스터를 만들어 붙였어요. 후배들 교실에 가서 동참을 유도하고, 주변 학교와 학원을 다니며 포스터를 붙이고 홍보했어요. 그렇게 중3때 중고 학용품 75kg를 모았지요."
학용품 전달 방법 찾아 전전긍긍
주원씨는 중고 학용품을 택배로 받는다. 그래서 주원씨 집에는 택배로 온 박스가 넘쳤다.고등학생 때 기숙사 생활을 했기에 기숙사 복도, 동아리 방에는 주원씨 앞으로 배달된 학 용품 박스들이 천장까지 쌓였다.
"학용품을 기부 받으면 정한 기준에 맞는 학용품을 골라내는 과정을 거쳐요. 새 학용품은 아니지만 받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은 상태여야 하잖아요. 샤프처럼 소모품이 필요한 학용품은 기부 받지 않고요. 한데 여러 달에 거쳐 학용품 75kg이 모였는데 전달 방법이 막막한 거예요. <히말라야 도서관> 지은이 존 우드에게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택배비를 후원해 줄 수 있는지 메일을 보냈는데, 거절 답변을 받았어요. 택배비를 부담하고 중고 학용품을 받는 것보다 현지에서 새 제품을 사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이유였어요."
국내 사회복지 단체에도 연락해봤지만 '청소년이라서' '중고 학용품이라서' 곤란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지만, 친구들과 선후배들의 마음이 모인 학용품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주원씨는 택배비를 낼 필요 없이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해외 봉사단을 생각했다."마침 엄마 지인 중에 선교 활동을 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호펜 취지를 듣더니 선교 활동 때 전달해주시기로 약속했죠. 그렇게 2010년 4월 필리핀에 첫 학용품이 전달됐어요. 이렇게 물꼬를 튼 중고 학용품 기부프로젝트는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태국 베트남 등 현재까지 20개국 70개 지역에 달해요."
학용품을 기부한 친구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가 있냐는 질문에 주원씨는 "학용품 기부에 참여해 준 모든 분들이 기억에 남지만, 2011년 유노윤호 팬클럽에서 학용품을 보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기부한 학용품 양도 많았지만 중고 학용품뿐 아니라 연필, 연필깎이를 비롯해 새 학용품도 상당했다. 요즘 팬클럽들은 연예인만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름으로 다양한 기부 활동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 전한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