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가 뭐냐, 는 말 있잖아.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일까?
정체성이 없어 보인다는 얘긴가?
수상하다는 얘기?
전형성을 띄고 있지 않아 규정짓기 애매하다?
본질을 모르겠다?
이도저도 아니거나 아니면 전부 다 해당되는 건가?
특별히 마음을 터놓은 사이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시간을 공유해서 익숙하고 편안한 사람에게서
느닷없이 너 정체가 뭐냐, 는 말을 들으면 순간 멍해질 때가 있다.
어...나 정체가 뭐더라?
어떤 대답을 해주면 되는 거지?
왜 실제보다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무언가를 의도하고
언어로 표현 가능한 감정들을 요구하는 걸까?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안 되는 걸까?
정체를 알고 싶은 이유가 뭐지?
어떤 정체를 알고 싶은 건데?
설마 정말로 그딴 게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정체가 뭔지 몰라서 물을 정도라면 말을 해줘도 죽어도 못 알아들어.
그냥 술 마시고 웃으며 즐겁게 지내자구.
너를 무시하거나 사소하게 여기기 때문이 아니야.
너와 나는 채널이 달라서 소통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자는 것 뿐이지.
그다지 나쁠 건 없잖아?
함께 울어줄 수 없을 뿐, 함께 웃고 살아가는 덴 아무 문제 없으니까.
단지 알고 싶지도 않고 알 수도 없으며 존재하지도 않는 정체가 뭔지만 묻지 않으면 돼.
그게 규칙이야.
그런 관계는 그 나름대로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은신처가 될 수도 있어.
눈물이 고이지만 울고 싶지 않은 날, 너를 찾아가 활짝 웃으며
마시고 깔깔거리고 실컷 떠들어대는 거지.
아마도 우리는 실컷 떠들어대면서도 서로의 말을 반도 못 알아듣겠지.
하지만 네 목소리는 나를 안심시키고
말도 안 되는 농담은 무방비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 거야.
그것만으로 나는 위로 받을 수 있고 어떻게든 견뎌낼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야.
내가 어떤 억지를 부려도 너는 개의치 않아.
왜냐하면 못 알아들으니까.
그래서 나는 아주 편안하게 헛소리를 삑삑 해대겠지.
너와 나는 마주앉아 아주 편안하게 헛소리를 삑삑 주고받다가
어느새 술병이 빈 걸 깨닫게 될 거야.
우리는 끝까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어.
그리고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서로를 보내겠지.
힘 내, 울지 마, 잘 살아보세, 따위 쪽팔린 멘트를 치지 않고
안녕, 잘 가, 또 보자, 가벼운 인사를 하며 헤어질 거야.
그리고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너를 사랑하게 되겠지.
설령 정체를 모른다 해도 친구가 되는 덴 지장이 없어.
단지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항상 그러하듯
그 알 수 없는 존재를, 받아들이느냐 그러지 않는냐, 의 문제가 남는 거지.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정체를 알고 있던가 전혀 감도 못 잡고 있어.
그건 손 볼 필요 없이 그대로 완벽하며 멋지다고 생각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친구, 이봐, 날씨도 화창한데 술 한 잔 어때?
- 양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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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정체는~ 배추다...!!
첫댓글 배추오라버니님...정체가 모야 라는 수필 넘 좋아라하는건 알쥐만서도.....같은 게시판에 2개 올리면 곤란해..용..ㅋㅋ 정신없이 바쁘게사는건 알지만......ㅎㅎㅎ 읽었던거 또 읽으면 식상하잔애요..^^???
너무 나무라진 말어...배추 삐질라~~ (삐질 배추가 아닌건 알지만..ㅎ)
햐 ~~~ 예리한 력셔리야 ! 하지만 나처럼 예전것을 못본사람에게는 읽을수있는 기회가된듯... 개구쟁이 배추를 용서해~~~~주 ^..^
배추오라버니 넝쿨언냐한테 무슨짓을 한거야?? 나이 40에 개구쟁이라니.....ㅎㅎㅎ
넝쿨 언냐... 그냥 게시판지기가 된게 아냐..ㅎㅎ
몰랐다..!! 동호회 활동을 너무 여럿하다 보니...흐~~~
좋은글 즐감하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