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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멘토링사역원과 공동체지도력훈련원은 10월 31일(월) 광주벧엘교회(리종빈 목사)에서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을 엽니다. 워크숍에서 총 9개 교회 사례를 발표합니다. 교회 본질을 추구하면서 마을을 아름답게 섬기는 9개 교회 이야기를 연재 글을 통해 미리 소개합니다. 워크숍 참여하시는 데 도움 받으시길 바랍니다. |
서울 은평구 녹번동 어느 주택가에서 시신이 한 구 발견됐다. 사망한 지 15일이 지난 시신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이웃 없이 홀로 지내다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은 15일 동안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소식을 들은 구청장은 눈물을 흘렸다. 주택가 한복판에 있던 교회도 할 말을 잃었다.
구청장이 교회로 찾아왔다. 우리 동네 고독사만큼은 어떻게든 구청과 교회가 힘을 모아 막아보자. 교인들이 수화기를 들었다. 홀로 사는 이웃들에게 안부 전화를 돌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 시작한 전화였는데, 갈수록 정이 들었다.
안부 사역은 반찬 만들기 사역으로 번졌다. 안부 전화를 하면서 반찬 만들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주일용 반찬을 만들어 배달을 돌았다. 집에 들어가 보니 반찬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청소도 잘 안 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때때로 청소도 돕고 말 동무도 하면서 그렇게 이웃이 되었다.
이웃이 된 할머니 한 분이 어느 날 헌금이라며 교회에 금일봉을 건넸다. 교회 다녀 본 적이 없는 분인데 십일조는 어떻게 아셨을까.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십일조 낸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렇게라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면서 주름진 손으로 꼬깃꼬깃 접은 봉투를 건넸다.
14개월간 마을 연구
성암교회 예배당 옆에 주차장이 하나 있었다. 이 공간에 건물을 짓게 되었는데 기왕이면 이웃과 함께 사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마침 안부 사역을 통해 이웃과 함께하는 삶의 맛을 느낀 터라 교인들 대부분이 이웃을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모았다.
교회 땅이니까 교회가 알아서 공간을 만들고 이웃에게 내 주면 되겠다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웃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면서 교회가 교회 맘대로 지어 놓고 와서 쓰라고 하면 되겠나 하는 반성이 일었다. 마을의 필요를 먼저 살피고 이웃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
2008년 교회는 설문 조사를 실시한다. 대강 몇 가지 질문 적어서 돌린 게 아니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14개월 동안 컨설팅을 맡겼다. 이 지역에 복지 시설은 몇 군데나 있는지 알아봤고, 교육/문화/복지 관련 빈틈이 있지는 않은지 조사했다. 범위는 교회 반경 1.5km. 교회 주변 3km를 샅샅이 조사했다.
주민들의 의견도 들었다.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는지 물었고, 주민들을 위한 공간들을 짓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면 좋을지도 물었다. 공간 이름은 모두 이웃들이 원하는 이름으로 짓기로 했다. 교회가 일방적으로 주제나 이름을 정하지 않고, 운영방식도 주민 참여형으로 결정했다.
세 번째로 교인들의 마을 사역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를 조사했다.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마을을 위한 사역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9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사역이 시작되면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8%만이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교인 설문 결과를 보면서 교회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성급하게 사역을 밀어부치지 않고, 교육과 공감의 기회를 넓혀나가기로 했다. 1년 2개월 동안 설문조사, 교육, TF/시범 사업 운영 등을 통해 마을 사역 공감대를 넓히고 실제 사역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 동네 이웃들이 누구나 와서 차 마시며 대화 나눌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이 생겼다. (사진 제공 성암교회)
조금씩 천천히
성암교회 마을 사역의 특징은 '조금씩 천천히' 하는 데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교인들의 참여도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사역 시작 여부를 결정한다. 2009년부터 본격적인 마을 사역을 시작했는데, 2~3년을 준비해 시작한 사역도 있다. 기다리는 시기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때가 됐을 때 시작하는 편이 훨씬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성도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차장이 있던 곳에 이웃들을 위한 공간이 하나씩 들어섰다. 하나는 '바오밥카페'. 같은 층에 어린이들을 위한 다섯콩도서관이 있다. 바오밥카페를 만들 때 교회 주변에 카페가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이웃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사랑방 구실을 할 만한 공간이 필요했다. 커피 가격은 주민들이 직접 결정했다. 교회가 너무 싸게 판다고 가격을 더 올리자고 제안한 것도 지역 주민들이었다.
어머니들이 카페에서 대화할 때, 바로 옆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놓고 논다. '다섯콩'이란 공기돌 놀이를 일컫는 말인데, 어린이들이 책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을 염두에 두고 이름을 지었다. 현재 회원수는 900명이고, 장서는 1만 권이다. 5년이 지난 책들은 모두 업데이트한다. 최근에 나온 주목받는 어린이 서적을 보유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 지역 어린이들이 참여해서 직접 가꾸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두 번째 목표다. 현재 초등학교 5~6학년 어린이들이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 다섯콩도서관은 이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어린이들만을 위한 도서관이다. (사진 제공 성암교회)
좋은 학교 만들기 네트워크
성암교회가 집중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역이 있다. '좋은 학교 만들기 네트워크'. 교회 주변으로 64개 초·중·고등학교가 있다. 어느 지역이건 마찬가지인 공교육 문제가 성암교회가 있는 동네에도 동일하게 지적되고 있었다. 교회가 어떻게 지역의 학교들을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2년 동안 준비했다.
'좋은 학교 만들기 네트워크'는 성암교회 단독으로 하는 사역이 아니다. 지역에 교단 총회장을 역임한 어른이 있어서, 그분을 중심으로 지역의 여러 교회들이 뜻을 모았다. 교단을 초월해 13개 교회들이 모였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모임을 열고, 좋은 학교 만들기 네트워크를 조성했다.
전문가들과 협의하면서 비영리단체를 세우고 1회 교사 공감 캠프를 열었다. 캠프를 시작으로 학생 정서 지원 캠프, 학부모 아카데미, 학교장 간담회 등 지역 학교들을 후방에서 지원할 수 있는 사역들을 개발했다.
'좋은 학교 만들기 네트워크'는 최근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이 꼽은 지역 학교, 교회간 우수 협력 사례로 선정돼 은평구를 넘어 마포구와 서대문구까지 확대되었다. 성암교회 조주희 목사는 지역에 있는 교회들이 교단을 초월해 힘을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을 들어 '좋은 학교 만들기 네트워크'가 각 지역별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을 속에서 사는 교회
성암교회가 마을 사역을 시작하면서 발견한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마을 이웃들이 의외로 교회에 관심이 많고 지역에서 교회가 감당하는 역할에 대해서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암교회가 이웃들에게 다가가서 질문을 던지고 역할을 찾아가는 모습에 이웃들은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이며 때론 협조를 하고 때론 참여를 하면서 교회와 이웃이 되기를 자처했다.
14개월 동안의 마을 연구와 8년 동안의 본격적인 마을 사역을 통해 성암교회는 지역 주민·지자체·관공서·학교·지역 교회들과의 다양한 협력 사례를 개발하고 효과적인 마을 사역의 모델을 실험했다.
10월 31일(월) 광주에서 열리는 '마을을 섬기는 시골 도시 교회 워크숍'에서 이 사례와 모델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오전, 오후 두 번으로 나눠 발표한다. 오전에는 '교회 본질과 마을 공동체'라는 주제로 성암교회가 어떻게 교회 본질을 추구하면서 마을을 만나왔는지를 소개하고, 오후에는 방과후 공부방, 바오밥카페, 다섯콩도서관, 안부 사역, 좋은 학교 만들기 네트워크 등 각각의 사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 성암교회는 역사가 40년 된 교회다. 8년 전부터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로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 있다. (사진 제공 성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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