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글/ 사빈 이은자
비가 내리면
어느
포장마차 구석진 자리에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한 남자의 초상을 그려 본다
취객들의 주사에
싫어도 신소리를 섞어야 하는
주모의 너스레도
한 공간을 뒤흔드는 알전구의 춤도
어찌 보면 하나의 언어이리라
한 남자
제 그림자를 비스듬히 앉혀 놓고
빈 잔을 끌어다 넘치도록 따라 놓는다
독백인지 주정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낱말의 조합들
똑똑
툇돌 쪼는 낙수 소리를
노크로 알고
한 걸음에 달려 나가보지만
여지없이 무너지는 아성
이처럼
비가 내리는 날엔
첨작에 첨잔을 더한
술잔에도
그리움은 차고 넘친다
첫댓글 눈이 내리면 포장을 들추고 찬바람 아랫도리를 파고드는 차가운 간이의자에 앉아 마시던 그 뜨거운 소주가 그리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