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 맑은 물에서 우러나온 맛
합천 황강변과 산청 경호강변의 먹거리집들
- 산고수청(山高水淸)-. 산이 높고 물이 맑아 경치가 빼어남을 이르는 말이다. 황매산이 높이 솟아 있는 합천과 산청땅, 산자락을 두루 돌아보면 ‘산고수청’이란 말을 절감하게 된다.
백두산에서 힘차게 뻗어내린 백두대간은 지리산 천황봉에서 그 위용을 마감하면서 주변에다 높고 수려한 명산들을 수없이 펼쳐 놓았다. 산청은 이 명산들에 둘러싸여 있고, 산청읍 동북방의 황매산은 그 명산들 중 하나로 합천군과 경계를 이룬다. 철쭉 군락지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는 황매산에서는 올해도 진홍빛 철쭉이 만개하는 5월에 철쭉제를 연다. 군립공원으로 지정해 놓은 합천군은 철쭉제와 함께 가족등반대회도 함께 개최한다.
산이 높으면 계곡은 깊게 마련이고, 깊은 계곡에서 발원한 물은 멀리 멀리 흘러내린다. 그래서 산고수장(山高水長)이라고 했는데, 이 어귀는 군자나 어진 사람의 덕이 후세에 길이 전해진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높은 산이 솟은 자락, 황강이 흐르고 경호강이 흐르는 곳, 합천과 산청에서는 유난히도 큰 인물들이 많이 태어났다. 그 중에서도 성철 스님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는 큰스님이시다. 스님께서 남기신 그 유명한 법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의 깊은 뜻을 속인이 제대로 읽을 수야 없지만, 큰 산자락 물가에 있는 스님의 생가를 둘러보고 나서는 산고수장과 큰스님의 법어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듯도 했다.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에 있는 스님의 생가와 유품전시관, 법당 등에서는 큰 스님의 체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호수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하얀 집 들꽃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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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하얀 집 '들꽃촌' |
황강을 ‘합천의 얼굴’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황매산을 ‘천하의 절경 호수 위의 명산’이라는 수식어를 쓰면 어떨까. 덕유산 삿갓골샘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낙동강으로 들기까지 삼백리 물길 가에는 수많은 명소가 있고, 맑은 물은 오랜 역사의 숨결까지 함께 안고 흐른다. 이 물길 가운데 합천댐이 있고 황강이 도도하게 흘러내린다. 합천댐 이후 황강 물줄기는 16km를 지나 합천읍의 남호에 들면서 남정강이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군립공원 황매산이 절경인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 절경을 더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백리 호반길이다. 4월의 벚꽃들이 떨어져 하얀 눈이 되어 백리길 위로 쌓이면 5월에는 진홍빛 철쭉이 산허리를 두른다. 그래서 이 호반 산자락에는 먹고 쉬고 잘 수 있는 집들이 수없이 많다.
‘들꽃촌’(055-933-7660)은 참으로 아름다운 집이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하얀 2층집. 대병3산-악견산 금성산 허굴산-중 금성산(422.2m)을 병풍 삼아 두르고 아담하게 들어앉은 집이다. 음악이 흐르고 차를 마실 수 있고 또 맛있는 식사도 할 수 있다.
새벽이면 창밖 호수 위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물안개 너머로는 부드러운 산능선이 길게 펼쳐진다. 아름다운 꿈을 꾸고 일어난 새벽, 물안개 피어난 창밖을 내다보니 이 역시 아름다운 꿈길이다. 이러한 분위기의 집을 다녀온 사람들의 입방아 때문이었겠다. “황매산을 올랐다가 들꽃촌을 들리지 않았다면 황매산을 다녀왔노라 자랑을 아예 하지 말라”는 말이 대구 산꾼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들꽃촌이 문을 연 것은 오래지 않다. 2001년 12월22일에 문을 열었다니 이제 1년 반 된 집이다. 그런데 대구 산꾼들에게 이토록 많이 알려진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합천은 광역으로 따지면 대구 생활권이다. 김승한(金承漢·51)-문병희(文炳姬·49)씨 주인 내외가 대구 산꾼이고, 바로 얼마 전까지 영남대학 교내 국제관(guesthouse)을 운영했었다. 이러한 인맥으로 대구 산꾼들이나 명사들, 그리고 저명 외국인사들이 문을 열자마자 금방 단골이 됐다는 것이다.
분위기나 인테리어가 국제적인 수준이지만, 이용하는 데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특히 안주인 문병희씨의 음악에 대한 각별한 배려는 손님들의 발목을 묶고 혼을 빼게 한다는 평이다. 정감 넘치는 시어(詩語)처럼 들리고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지는 집이름 ‘들꽃촌’은 꽃꽂이 강사 자격증을 가진 문병희씨가 지었다고 한다.
“합천읍에도 좋은 음식점 있습니다”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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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읍내 '뜨락'의 영양불고기돌솥밥 상차림. |
합천에는 가야산이 있고 해인사가 있다. 참으로 유명한 산이고 사찰이다. 가야산은 대한팔경의 한 곳이고, 해인사는 한국 3대 사찰 중의 하나다. 가야산과 해인사가 이러한 곳이기에 이곳을 수없이 많이 다녀온 사람들도 합천읍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황매산도 마찬가지다. 황매산 절경이 가야산에 뒤지지 않듯 합천읍에도 가야산 자락 치인리의 유명한 음식점들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음식점이 있다. 읍내 중심가 소방서 옆에 있는 ‘뜨락’(055-931-9319)으로 가 보자. 영양불고기돌솥밥(10,000원)과 갈비찜(13,000원)을 주문하면 온갖 산나물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나온다. 주인 김숙희(46)씨는 이 산나물들을 모두 가야산에서 직송해 온다고 했다.
7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고 주차에도 불편함이 없다. 술은 합천에서 나오는 합천고가송주(10,000원)를 마실 수 있다.
황매산 해단식 포인트 합천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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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읍 남쪽 황강 건너편 정양 삼거리에 있는 합천 곰탕. |
황매산 산행을 마치고 진주나 대구, 여타 지역으로 헤어질 때 해단식이라도 할 수 있는 집 한 곳쯤은 알아 두는 것이 좋겠다. 홀이 넓고 주차공간도 충분하며 사통팔달로 길이 난 곳이라면 더욱 안성맞춤이다. 합천읍에서 진주 방향 남정교를 건너면 황강 로터리가 나오고, 여기서 좌회전하는 지점에 넓은 주차장을 갖고 있는 ‘합천곰탕’(055-933-0008)이 보인다. 이 집이라면 모이거나 헤어지는 장소로 적격이다.
합천읍내 음식점으로는 외지에 널리 알려진 몇 안 되는 식당인 데다 맛도 괜찮다는 소문이다. 곰탕, 갈비탕, 뚝배기(각 5,000원)를 먹을 수 있고, 우족에다가 꼬리를 넣어 끓인 꼬리곰탕(9,000원)이 대단한 인기다. 5년째 근속하고 있는 신명숙(申明淑·45)씨는 이 식당의 꽃으로 현지 단골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고 있었다.
식당 뒷마당이 황강 둑이고, 강 건너편에는 고려 충숙왕 3년(1321년)에 지었다는 함벽루(경남 문화재자료 제159호)가 있다. 함벽루는 황강과 정양호를 바라보는 수려한 풍광으로 많은 시인 묵객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이황, 조식, 송시열 등의 글이 누각 내부 현관에 걸려 있고, 암벽에 각자한 함벽루(涵碧樓) 세 글자는 우암 송시열의 글씨다. 함벽루는 누각 처마의 물이 황강에 바로 떨어지는 배치로도 유명하다.
황강은 낙동강의 지류이자 경남의 젖줄인데, 강폭이 넓고 물이 오염되지 않아 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서식한다. 금빛 모래가 넓게 펼쳐져 여름철에는 강수욕과 모래찜질을 즐길 수 있다. 강물의 수심이 얕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다.
대병3산 바라보고 있는 은진송씨 고가 ‘고가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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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진송씨 고가에 차린 고가식당. |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세련된 분위기와 고전적인 분위기. 그림으로 말하자면 온갖 물감으로 그린 서양화와 검정색 한 가지만으로 그린 한국화의 분위기. 노란 개나리와 하얀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호숫가의 서양화 분위기에 검정색 한 가지만으로 그려놓은 한 폭의 한국화 그대로의 송씨 고가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합천군 대병면 역평리, 황매산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버들내(柳田川)를 지나 산모퉁이를 돌아들면 사의정(四宜亭)이라는 현판이 걸린 객사와 은진 송씨 고가가 나온다. 이 고가 앞마당에서는 오른쪽으로 황매산 정상이 바라다보이고, 마당 앞 합천호 물 건너편으로는 또 다른 한 폭의 산수화가 펼쳐진다. 대병3산인 악견산 금성산 허굴산이다.
천하절경 명당 중의 명당터에 송씨 고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고가에서는 은진송씨 유계공파 6대 종부 윤광주(尹光珠) 할머니가 송주를 빚고 있다. ‘합천 고가송주’(古家松酒)라는 이름으로 시판되고 택배로도 받아 마실 수 있는 술이다.
봄에는 동쪽으로 뻗은 참솔가지를 따고, 가을에는 서쪽으로 뻗은 솔가지의 솔잎을 딴다. 이 솔잎과 찹쌀을 반반씩 섞고 고두밥을 쪄서 식힌 다음 쑥을 넣어서 띄운 누룩과 엿기름을 함께 버무려 옹기에 담는다. 그러고는 백일 이상 삭힌 술이 고가송주다. 그래서 이 술에서는 솔향과 쑥향이 나고 숙취가 전혀 없다.
왕명을 받들어 내려온 벼슬아치가 된 기분으로 객사에서 다담상(茶啖床)을받았다. 어찌 된 일일까. 다담상에는 술 한 병, 목기에 담긴 메밀묵, 막두부와 양념간장, 한과와 엿이 전부다. 메밀묵은 객에게 요기를 하라는 것일 게고, 막두부와 양념간장은 술안주를 하라는 말이겠다. 그런데 한과와 엿은 또 무엇인고. ‘엿 먹고 입 다물라’는 뜻이라도 담겨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겠지.
어쨌거나 채워진 술잔을 비우기로 했다. 혀끝을 통해 입안을 적시는 아! 이 술맛! 코끝에서 온몸을 적시는 은은한 솔향이 나그네의 영혼을 술독 속으로 빠져 들게 했다. 그런데 나그네의 흰 머리털을 본 주인장이 한 마디 건넨다. “이 술을 계속 마시면 더 이상 흰 머리털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눈이 번쩍 뜨이는 반가운 말이었다.
송씨고가는 손님들에게 객사를 무료로 개방해 놓고 있다. 돈 내지 않고 그냥 주무시고 가면 된다는 말이다. 100명까지도 함께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한 가지 당부의 말씀. 객사 보전을 위해 버너는 켜지 말아 달라는 당부였다. 객사를 찾는 수많은 손님들께 모두 다담상을 차려 대접하고픈 것이 주인의 도리이자 심정이지만, 한계를 느껴 식당업 허가(고가식당 055-933-8880)를 받았다는 것이 7대 종손 송건영(宋乾永·46)씨의 설명이다.
제포두부(4,000원), 메밀묵채(2,000원), 안주용 메밀묵(4,000원), 지짐(3,000원)을 고가송주(1병 375ml 6,000원)나 동동주(5,000원)의 안주 삼아 주문하면 된다. 정식(5,000원)에 닭백숙이나 닭얼근탕(각 25,000원)을 요리로 먹을 수 있다. 시외버스로 합천이나 거창에 오시는 손님이 도착시각을 알려 주면 차량으로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산청 경호강변 생초민물식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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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강변 도로에 길게 자리잡은 생초면의 민물고기 매운탕 집들. 이중 제일 먼저 생긴 식당이 생초식당이다. 강바닥이 자갈이어서 물고기 육질이 다른 곳보다 좋다고 소문났다. |
산청에는 경호강이 흐른다. 산청사람들의 맑은 혼을 담고 흐른다. 경호강의 첫 물길이 시작되는 곳은 남덕유산 참샘인데, 도중에 세 곳에서 물줄기를 더 받아들인다. 그 세 발원지가 백운산, 지리산, 그리고 황매산이라는 명산들이고 보면 경호강이 예사로운 강이 아니다. 경호강은 지리산 북부에서 발원한 만수천, 임천, 엄천강 물줄기를 산청군 생초에서 합수시킨다.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는 경호강변 생초에는 물줄기 따라 길이 흐르고 길 따라 민물고기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아홉 집이나 되는 민물고기집들 중에서 맨 처음 문을 열었다는 ‘생초식당’(055-972-2152)으로 들어가 본다. 1978년에 개업한 집이라니 사반세기의 연륜을 쌓은 집이다. 피라미조림(20,000~30,000원)과 쏘가리매운탕(30,000~50,000원)을 남달리 잘한다는 소문이었고, 지금의 업주 김옥선(金玉善·50)씨는 여든을 넘기신 시어머니의 옛맛을 아직도 전수받고 있는 중이라니 이 집의 참맛을 알 만하다.
생초의 민물고기요리가 별난 맛을 내는 것은 경호강의 물고기들이 여느 강 고기들과는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란다. 강의 수온이 이들 어종들이 서식하기에 가장 알맞은 온도이고, 강바닥이 돌바닥이어서 고기의 육질이 좋다는 것이다. 양식이 되지 않는 피라미와 쏘가리를 집 앞 강물에서 잡아다 쓰는 것이다.
생초식당 앞 길 건너편에는 아담한 정자 경호정이 있는데, 지나는 나그네들이 차를 세워두고 쉬었다 가기에 딱 좋은 정자다.
명사들의 단골 한식집 춘산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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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읍내 명사들의 단골집 춘산식당. |
어느 지역이나 다를 바 없는 일로 군청 가까운 곳에는 그 지역을 대표할 만한 음식점 한두 곳이 있다. 산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군청 앞 100m쯤 되는 곳에 있는 ‘춘산식당’(055-973-2803)이 바로 그런 집이다. 지역 명사들의 단골집이고, 외지에서 찾아오는 VIP들을 모시는 집이다. 그만큼 업주 이순이(李順伊) 할머니는 식당 경영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분이다. 특히 TV드라마 촬영을 위해 이곳을 자주 들렀던 비슷한 이름의 탤런트와는 친한 사이(?)가 됐다는 것을 큰 자랑으로 내세웠다.
토속 내음 물씬 풍기는 산채나물과 더덕구이, 민물고둥, 논고둥, 새우튀김, 은어찜, 메뚜기볶음, 장떡, 된장찌개 등으로 차려내는 한정식 1상(4인 기준)에 40,000원을 받는다. 비빔밥(4,000원)과 추어탕(5,000원)도 먹을 수 있고, 겨울에는 대구탕(7,000원)도 끓여낸다.
7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고, 집 앞에는 승용차 20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놓았다.
대간 시발점 캠프로 떠오른 웅석관광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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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석봉을 병풍삼아 과수원에 차린 웅석관광농원의 흑염소·흑돼지구이 상차림. |
백두대간 종주가 산사람들 사이에 하나의 통과의례인 양 크게 번지고 있다. 튼튼한 내 두 발로 국토의 등뼈 산줄기를 탄다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백두대간 종주는 지리산~진부령 구간이다. 대개의 경우 지리산을 시발점으로 하고 진부령을 종착점으로 하고 있다.
지리산의 어느 지점을 시발점으로 할 것인가. 그것은 종주대가 결정할 문제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종주대가 웅석봉을 시발점으로 하고 있는 추세다. 산줄기의 흐름으로 볼 때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꼬집어서 시발점을 정한다면 경호강 물가가 되는 지점이겠다.
웅석봉 자락 산청읍 내리에 있는 ‘웅석관광농원’(055-973-8565)은 백두대간 종주의 시발캠프로 이용하기에 적합한 집이다. 실제로 많은 종주대가 이용하고 있기도 했다. 웅석관광농원은 유유히 흐르는 경호강변, 확 트인 넓은 공간에다가 숙박시설과 식당을 차려 놓아 주변의 자연경관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농원을 조성하고 손님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인데, 워낙 잘 가꾸어 놓은 집이라 금방 명소가 됐다는 것이다.
여러 개의 방갈로를 갖춘 숙박시설은 200명까지 동시에 수용할 수 있고, 깨끗하게 꾸며 놓은 식당에서는 식사뿐만 아니라 흑염소와 흑돼지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으며, 단체인 경우에는 바비큐를 주문할 수도 있다.
산이 좋아 산자락 사과과수원에다가 관광농원을 조성했다는 박정호(朴正鎬·50)-우병숙(禹秉淑·48)씨 내외는 산사람들의 멋진 캠프로 가꾸어 나가겠다는 강한 의욕으로 캠프 운영에 대한 산사람들의 자문을 구한다고도 했다. 산사람들만이 아니고 사람과바다(대표 김승식·055-973-9977)를 위시해 경호강 래프팅업체들의 캠프로도 떠오르고 있다.
사족 한 마디. 산청군과 합천군은 매우 훌륭한 관광안내도를 군 단위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왕이면 인접 지방단체끼리 협의해 광역 관광지도를 제작해 주었으면 좋겠다. 황매산의 경우를 놓고 보면 이 제의의 타당성을 금방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60대산회 회원
경호강 어탕국수
산세가 아름답고 물이 맑기로 이름난 산청의 젖줄인 경호강 맑은 물에서 잡은 피라미, 붕어, 미꾸라지 등의 민물고기를 뼈째 푹 곤 국물을 이용해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다. 맛이 정갈하고 담백하여 경남 향토음식으로 이름나 있는데, 특히 산청 경호강 유역의 어탕국수가 유명하다.
민물고기를 깨끗이 씻은 후 통째로 중불에서 2~3시간 정도 푹 곤다. 그리고 뿌옇게 국물이 우러나면 체에 걸러 가시를 추려낸 다음,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뒤, 국물에 국수를 넣고 끓인 후 산초가루와 함께 그릇에 담아낸다. 한 그릇에 4,000원. 경호강 상류 생초면 소재지의 경호정 앞에는 생초식당(055-972-2152), 우정식당(055-972-2259) 등이 어탕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바로 뒷골목의 생초제일식당(055-972-1995)도 어탕국수 전문집으로 소문이 나있다.
지리산 산채돌솥비빔밥
산청에 들렀다면 지리산 자락에서 나는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도라지, 취나물, 고사리 등을 푸짐하게 담아낸 산채비빕밥을 맛봐야 한다. 공기 좋은 곳에서 수확한 참깨로 짠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달래순의 달콤하고도 상큼한 맛과 취나물 등 산채의 쌉싸롬한 맛은 잃었던 미각을 살리기에 충분하다. 식당에 따라 찔레순을 넣기도 한다. 지리산 더덕구이와 동동주 한 잔 곁들이면 더 없이 좋다.
산채돌솥비빔밥은 이런 산채를 돌솥에 넣어 요리한 것이다. 산채 비빔밥 4,000원, 산채돌솥비빔밥 5,000원. 대원사 위쪽에 유평식당(055-972-9587) 등 산채요리를 잘 하는 식당이 여럿 있다. 산머루, 더덕, 영지, 오미자 등으로 담근 술도 맛볼 수 있다.
산청 흑돼지
예전 시골서 흔히 볼 수 있던 흑돼지들이 요즘엔 단시일에 크게 자라는 외국산 흰 품종으로 바뀐 지 오래지만 토종 흑돼지의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고기를 산청에서는 맛볼 수 있다. 지리산 맑은 공기와 심심산골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로 사육된 산청 흑돼지는 특히 고기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사료에 지리산 산록의 황토를 섞어 먹여 산청 흑돼지 고유의 육질을 만든다.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고기 맛이 좋다. 일반 돼지는 6개월이면 완전히 성장하지만, 산청 흑돼지는 8개월이 되어야 상품 가치가 있다.
산청읍 옥산리의 흑돼지와 누렁이(055-973-8289), 금서면 주상리의 천왕봉 식육식당(055-973-0037), 차황면 소재지의 은행나무식당(055-972-7444) 등은 흑돼지 전문식당으로 유명하다. 또 산청군청 근처의 도매식육식당(055-972-8650) 등에서 파는 흑돼지를 구입하면 비교적 싼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부위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보통 600g 1근에 5,000~6,000원 정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