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머리를 잠시 쉬고 싶을 즈음이면 찾는 소설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이다. 이번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아름다운 흉기』을 빼들었다. 그의 책은 이야기의 폭이 다양한데도 어느 것 하나 빈틈이 없다.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아름다운 흉기> 또는 그런 그의 이야기 구도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 소설은 도핑이라는 운동선수들의 금기 약물을 통해서 인간의 욕망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운동선수들의 약물 복용은 근육을 강화해주기 때문에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러시아가 선수들의 약물 복용에 국가적 관여 사실이 발각되어 참가 거부를 당한 바 있다. 다만 선수들의 개별적 참가는 허용되었는데 이때도 러시아 국기는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선수 개인으로는 서울올림픽 당시의 캐나다 선수 밴 존슨이 금메달을 박탈 당했다.
그리고 지금도 국제 대회, 특히 올림픽 경기에서는 매우 엄격하게 약물 복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이라는 유혹에 여전히 시달리기도 한다. 어떻든 이 소설은 그런 선수들의 성취 욕구에 약물복용을 얹어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결국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이미 은퇴한 선수들은 한적한 호숫가의 한 별장으로 숨어들었다. 그들은 선수 시절 약물 복용으로 나름의 성취를 맞본 사람들인데 최근 약물 복용과 관련한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터였다.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기 전에 그 흔적을 찾아 없애려는 것이다. 그러나 자료를 없애기는커녕 별장 주인이자 그들에게 약물처방을 한 센도와 서재에서 마주치자 우여곡절 끝에 그를 살해하고 별장을 불을 질러 흔적을 없애려했다.
흔적은 사라졌지만 목격자는 있었다. 별장에 딸린 창고 모양의 헬스장에서 아무도 모르게 키워온 거구의 미녀가 모니터로 그 장면을 모두 본 것이다. 그 거구의 미녀 타란툴라가 그 후로 센도의 복수를 위해서 네 사람을 찾아 나서면서 차례로 살인을 저지른다.
그녀는 컴퓨터에서 네 사람의 신원과 주소를 확인한다. 그리고 일본의 지리를 잘 모르지만 그때그때 다양한 임기웅변으로 네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녀는 엄청난 힘으로 무장한 인간병기 그 자체였다.
네 사람 중 처음의 희생자는 역도 선수 출신의 안조 다쿠마였다. 그는 헬스클럽에서 그녀와 격투를 하던 중 권총에 맞아 숨졌다. 그 권총은 타란툴라가 별장 창고에 갇혀 있을 때 그 안을 확인하러온 순사를 죽이고 빼앗은 것이었다.
그녀가 일본의 지리를 전혀 모르는 것이 오히려 경찰 수사에는 상당한 혼선으로 작용했다. 그러다보니 늘 경찰 수사는 사고 난 후 뒷수습을 하는 모습이다. 결국 소설에서 경찰의 역할은 독자들에게 사건을 잘 정리해 주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육상부 코치였던 니와 준야가 살해되었는데 그는 타란툴라를 피해 육상부 합숙소로 갔지만 그곳까지 찾아온 타란툴라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가 그곳으로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집을 나설 때 현관문에 붙여놓은 행선지와 연락처 때문이었다.
이제 두 사람은 유스케와 쇼코. 둘은 호텔에서 만나 살인자를 유인하여 죽이기로 하고 이를 실행한다. 유스케가 집으로 가 아내를 처가로 보내는 과정에서 유스케는 그 동안의 일을 아내에게 실토하고 쇼쿄를 만나러 갔다.
그곳으로 타란툴라도 옴으로써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타란툴라는 쇼코가 쏜 총에 맞고 강물로 떨어지자 쇼코는 유스코마저 총으로 쏜다. 모든 흔적은 그것을 끝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격투의 흔적들이 너무 많았다. 차량이 철조망에 긁힌 흔적은 결정적이었다.
유스케의 아내가 쇼코의 집에서 그녀와 만나는 과정에서 소설은 극으로 치달으며 끝난다. 그 자리에는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 쇼코, 유스케의 아내, 그리고 타란툴라까지 가세하여 서로를 죽이려 든다. 그리고 타란툴라에게 총격이 가해지면서 모든 것이 끝났다.
소설이 전개되는 전 과정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서스팬스로 읽힐 지경이었다. 냉혹한 살인자의 모습은 흉기 그 자체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을 제목을 아름다운 흉기>라 붙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에게 ‘아름다움’이라는 수식어는 별로 어울려 보이지 않는 듯하다.
이 소설의 반전은 쇼코에 의해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타란툴라의 살인에 그녀가 개입을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름다운 흉기’는 타란툴라가 아니라 쇼코인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이 소설은 이간 욕망의 부질없음을 질타하고 있는 듯하다.
소설을 읽는 동안 줄곧 쫓기는 자의 절박함과 쫓는 자의 비정함 사이에서 방황했다. 그러나 그런 방황은 언제나처럼 경찰들이 친절하게 교통정리를 해주었다. 그 바람에 이야기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 덕분에 스릴이 반감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한줄 평을 하자면 무더운 여름에 읽으면 딱 좋을 책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