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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구마의 출발점
어느 날인가 주교님 한 분이 전화를 걸어와 특정인에게 구마를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그때 내 첫 마디는 교구 내 사제에게 구마를 할 수 있도록 임명하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내가 느끼기에 이런 임무를 수락하는 사제를 찾지 못하셔서 나한테 전화를 한 것 같았다. 불행하게도 이런 어려움은 통상적으로 일어난다. 사제들은 자주 이런 것들을 믿지 않고, 주교가 구마사로 임명을 한다고 해도 수 천 마리의 악마들이 들러붙는 것 같이 느껴져서 이를 피하게 된다. 여러 책들을 통해 내가 밝힌 것처럼 악마의 장난질로부터 영혼을 구하는 고해성사는 구마를 통해 육신으로부터 악마를 내쫓는 것보다도 훨씬 더 악마를 분노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악마를 더더욱 화나게 하는 또 하나는 바로 설교인데 하느님의 말씀으로부터 신앙이 뿌리를 내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설교하고 고해성사를 줄 수 있는 용기로 무장된 사제라면 구마기도를 행하는 것을 무서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레온 블로이(Leon Bloy)는 구마를 거부하는 사제들을 향해 아주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글을 썼다. 발두치의 책 악마 (Piemme 출판, 233 페이지)에서 일부를 여기에 인용해보고자 한다. “사제들이면서 자신들의 구마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믿음이 부족하고 근본적으로는 두려워하기 때문이며 구역질나는 악마와의 대면을 회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말 또한 사실이다. 악마가 행하는 모든 악행은 이미 주님께서 허락하신 것들이라는 것을 잊은 채, 많은 사제들은 구마 대상을 무서워한다. 악마들과는 절대로 비교전(比較戰) 이란 있을 수 없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계속 언급하고 있다. “만약에 사제들이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구마능력을 믿지 않고,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두려운 불운을 알리는 징조이고 사제직을 잔인하게 악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도저히 구제불능인 가장 악한 원수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꼴이 되어 병원마다 히스테리에 시달리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넘쳐나는 꼴을 보게 될 것이다.” 상당히 강한 발언이지만 맞는 말이다. 그리스도의 명령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주교님의 전화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주교님께 단호한 어조로 만약에 적당한 사제가 없다면 주교님께서 하시는 것이 의무라고 말씀드렸다. 그때 주교님의 부드럽고 순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요?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겠는걸요.” 이에 대해 구마사 깐디도 신부님께서 내가 처음 구마의 임무를 맡았을 때 가르쳐 주셨던 대로 알려 드렸다. “예식서를 먼저 읽는 것으로 시작해서 부마자를 위해 경문대로의 기도를 드리십시오.”
구마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다. 구마서는 구마사들이 숙지해야 하는 21항의 규정으로 시작된다. 이 구마서가 오래 전인 1614년에 쓰여졌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점차적으로 완성되어 나가야 할 것이지만 지금까지도 유효한 풍부하고, 직접적인 지혜가 담겨있다. 부마자 앞에서 구마사는 신중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사람 안에 들어앉은 악마는 구체적인 표시들을 제공하지만 그게 진짜 부마형태인지, 아니면 단지 구마사가 관찰해야하는 행동인지를 구별해야하기 때문에 쉽게 그 표시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언급한 주교님의 당혹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은 해결되었다.
구마사들은 돌발적이지 않다. 이런 임무를 어떤 사제에게 무조건 위임하는 것은 외과 수술용 도구들을 경험 없는 어떤 사람 손에 잔뜩 들려주면서 수술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엄청나게 많은, 정말 많은 것들은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그래서 나는 위대한 구마사였던 깐디도 신부님의 제자로서 물론 책을 읽고 눈으로 경험해 보아야 하는 상태에서 여러 부분이 부족할 것이라는 알면서도 내가 얻었던 경험들을 다른 사제들을 위해 저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어떤 책에서도 얻을 수 없는 내 고유한 경험들을 저술하기로 하였다.
사실 구마의 출발점은 전혀 다른데 있다. 부마자의 가족들이나 친구들로부터 구마가 필요한 사람을 소개받았을 때, 정말 구마가 필요한지의 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질의응답 형식의 상담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을 기초로 증세를 파악하여 구마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그러므로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전해주는 증세나 그 외 다른 가능성들을 토대로 구마의 출발점을 잡는다.
그 첫 번째 증상은 육체적인 고통이다. 여기에서 악마의 지배에 의한 것이라면 위염과 두통이라는 신체의 두 부분에서 그 증세를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진통제로도 도저히 가라앉지 않는 극심한 두통이 엄습하고, 특별히 젊은이들 경우는 갑자기 자기 방에 틀어 박혀 버린다. 또는 학업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공부를 썩 잘하던 아이가 갑작스런 두통으로 더 이상 공부를 계속하지 못하고, 기억력이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구마예식서는 눈에 띠는 의심할 만한 증세들에 대해 언급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전혀 알지 못하는 언어를 정확하게 구사하고, 이런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말을 즉시 알아듣는 현상,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진 곳의 일을 알고 숨겨진 사실까지도 아는 현상, 초인간적인 근육의 힘을 발휘하는 것 등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내 경험에 의하면 이런 부마증세들은 구마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일어나지 않고, 항상 기도를 드리는 중에 이런 불가사의한 일들이 전개되었다. 많은 경우에 이상한 행동들, 혹은 폭력적인 행동들도 보고된다. 전형적인 부마 증세 중에서 성물에 대한 혐오를 들 수 있다. 전에는 열심히 기도하던 사람이 갑자기 기도하지 않는 것, 적개심을 가지고 더 이상 성당에 발을 한 발짝도 들여놓지 않는 것, 자주 성화상들을 보면서 상소리를 뱉거나 파괴하는 경우 등이다. 이런 증상들은 항상 가족들 혹은 살고 있는 주위 환경에 대해 적개심을 품는 행동을 동반한다. 그러면서 아주 이상한 여러 가지 형태들과 부딪치게 된다.
말할 필요도 없이 구마사에게 찾아가는 사람의 대부분이 이미 병원을 전전하며 가능한 검사나 치료를 모두 받고 난 뒤라는 것이다. 그 외 특별한 경우는 아주 극소수이다. 그래서 구마사는 구마에 들어가기 전에 환자의 양태를 연구하기 위해 의사의 소견서나 치료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의견을 얻는데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또 한 가지, 부마자는 자주 명치 바로 아래에 있는 위 입구의 고통을 호소한다. 더 나가서는 이 부분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껴 치료를 해도 효과를 얻지 못한다. 이것은 악마에 의한 특색들 중의 하나이다. 끈질기게 붙어있는 악마는 신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기 시작해서 이제는 위 전체의 통증, 혹은 장으로 옮겨지고 신장, 그리고 난소 등으로 옮겨져서 의사들이 도저히 해결할 수 없고, 약을 써도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는 증세로 탈바꿈한다.
부마 증세를 알 수 있는 기준 중의 하나는 이렇게 약을 써도 전혀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다가도 구마기도를 하게 되면 달라진다는 것을 우리 구마사들은 알아 낼 수 있었다. 마르코라는 사람을 구마한 적이 있었는데, 강력한 부마증상을 띠고 있었다. 이미 오랜 기간 동안 병원을 전전하며 입원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정신과 치료들, 특히 전기 쇼크치료도 그에게 아무런 효과도 주지 못한 채, 오히려 사람을 망가트린 상태였다. 의사들은 그에게 수면치료를 실시하기로 하고 일주일간 수면제를 투여해서 깊은 잠에 빠지게 하려고 시도했지만, 오히려 밤이나 낮이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심한 불면증에 빠져버렸다. 눈이 반쯤 감긴 상태로 병동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꼭 멍청이처럼 보였다. 할 수 없이 구마사에게 그를 데리고 가자, 즉시 호전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놀라운 힘도 부마증세로 보여 지는 예일 수 있다. 정신병동의 정신질환자들은 품이 작은 상의를 입혀 꼼짝 못하게 해 놓을 수 있지만, 부마자들은 절대로 묶어 놓을 수 없다. 모든 것을 풀어헤치고 복음의 가라사의 마귀들린 사람처럼 심지어는 묶어놓은 쇠사슬도 잘라버린다. 깐디도 신부님께서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바싹 말라 겉으로 보기에는 쇠약해 보이는 청년의 경우였다. 구마 중에 건장한 네 명의 장정들에 의해 꼼짝 못하게 붙잡혀 있었지만, 묶인 줄을 끊어버렸고, 그를 묶어두려고 했던 두꺼운 가죽띠까지 찢어버렸다. 한 번은 쇠 침대에 굵은 쇠줄로 묶어놓았는데도 침대 한 쪽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다른 일직선이던 한 쪽은 한 귀퉁이로 구부러졌다.
많은 경우 고통을 당하고 있는 당사자(혹은 가족 중의 누군가 부마자가 있을 때 가족들)는 집안에서 나는 이상한 소음을 듣거나 복도에서 걸어 다니는 소리, 문이 여닫히는 소리, 물건이 사라졌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가구나 벽을 치는 소리 등을 듣는다. 나는 이런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항상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언제부터 고통을 받기 시작했는지, 어떤 구체적인 사건과 연결 지을 수 있는지, 혹은 접신 하는 자리에 기꺼이 참여했었는지, 점쟁이나 주술사, 무당에게 간 적이 있는지를 알아보는데 대부분의 경우가 이에 해당되었다.
이런 일을 당하는 사람들은 누군가 이런 분야에 대해 안다는 사람의 충고대로 베개나 침대 매트리스를 뒤져보았을 때, 나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상야릇한 물건들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색색의 실들, 머리카락들, 쇳조각이나 나뭇조각들, 새끼모양으로 꼰 끈, 관(冠)이나 꼭꼭 묶은 리본들, 동물 모양의 인형들, 돌 조각들, 핏덩어리 등등 … 이것들은 분명 악마의 힘을 빌린 주문에 의한 것들이다. 만약 질문의 결과가 악마의 지배세력에 의한 것으로 의심이 될 때 구마를 거행하게 된다.
그 몇 가지 예들을 나열해보자. 당연히 모든 일화들은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이름을 가명으로 한다. 어느 정도의 구마기도를 위해 마르따라고 하는 부인이 남편의 도움을 받아 나를 찾아왔다. 굉장히 먼 곳에서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오랫동안 마르따 자매는 신경과 치료를 받았지만 아무런 호전 증세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몇 가지 질문해 본 결과, 여러 번에 걸쳐 다른 곳에서 구마기도를 받았지만, 아무런 결실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즉시 구마를 거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구마가 시작되자 그녀는 땅바닥에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졌다. 그녀는 구마 시작기도 부분에 들어가면서 “진짜 구마를 원하지 이게 뭐야, 애들 장난이야!”라고 투덜대며 떠들어댔다. 구마 경문 첫 번째 기도문인 “네게 구마 하노니”라고 시작하자 잠잠해졌다.
분명 이 경문의 첫 기도문들은 이미 다른 곳에서 받은 구마기도에서 들었던 것들로서 의식에 잠재해 있었을 것이었다. 기도 중 시간이 지나면서 부마자는 내가 자신의 눈을 아프게 한다고 신경질을 내기 시작했다. 이런 모든 행위들은 부마자들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행동들이다. 그녀가 다시 기도를 받기 위해 나를 찾아왔을 때, 지난 번 나의 기도가 그녀에게 효과를 주었는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좀 더 철저하게 끝내기 위해서 최종적으로 깐디도 신부님께 그녀를 데리고 갔다. 신부님께서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난 뒤, 그녀는 부마자가 아니라 정신과 쪽에 문제가 있으며 구마와는 상관없는 여인이라고 말씀하셨다.
14살 된 삐에르 루이지는 나이에 비해 상당히 뚱뚱하고 거대한 체구를 가졌다. 친구들이나 선생들 누구와도 그는 적응할 수 없었고, 더 이상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절대로 폭력적인 아이는 아니었다. 그의 특색 중의 하나는 책상다리를 하고 땅바닥에 앉으면 납덩어리 같아서 그 누구도 그 아이를 들어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의학적인 치료를 한 뒤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자 깐디도 신부님께 찾아왔고, 신부님께서는 그 아이에게 구마기도를 하기 시작하자 완전한 마귀들린 상태인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그 아이의 특색은 싸움을 걸진 않았지만 그 아이와 함께 있는 사람들은 꼭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하면서 악을 쓰게 되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날 책상다리를 하고 3층 자기 집 계단 입구에 앉아 있었다. 그 건물에 살고 있는 이웃들이 층계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그 아이를 향해 머리를 흔들어 대면서 그 자리에서 떠나라고 했지만 아이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의 서로 다른 층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층계에 모여 삐에르루이지를 쫓아내려는 듯이 소리 지르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경찰을 불렀다. 그 때 아이의 부모는 깐디도 신부님을 급히 불렀고, 경찰들과 동시에 그 집에 도착해서 그 아이를 설득시키기 위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때 경찰들이 (세 명의 젊은 경찰이 버티고 서서) “죄송합니다, 신부님 비켜서십시오. 이 일은 저희들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그리고는 삐에르 루이지를 옮겨 보려고 했지만 단 1mm도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흥건하게 땀을 흘리고 당황한 경찰들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 때 깐디도 신부님께서 그들에게 “모든 사람들을 집으로 들어가라고 해주십시오.” 라고 청하자 잠깐 사이에 온통 조용해졌다. 그런 뒤 신부님께서는 “경관들께서는 한 계단 내려서서 제가 무엇을 하는지 보시지요.” 라고 말하자 그대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삐에르 루이지에게 “입도 벙긋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너를 주목하게 했으니, 이제 그 정도면 됐다. 나랑 집으로 들어가자.” 그의 손을 잡아 일으키자 순순히 말을 들으면서 만족한 듯이 부모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따라 들어갔다. 삐에르 루이지에게 행한 구마는 호전적인 증세를 가져다주긴 했지만 완전히 부마에서 빠져 나오지는 못했다.(부마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려면 본인의 철저한 협력이 꼭 필요한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억나는 사례 중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것은 전에 상당한 유명세를 타던 사람으로 몇 년 동안이나 깐디도 신부님으로부터 구마기도를 받고 있었다. 나도 그의 집을 구마하기 위해 찾아갔는데, 거기에서 그는 전혀 꼼짝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에게 구마를 행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벙어리 악마가 들어감) 그 어떤 변화도 볼 수가 없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야 비로소 난폭함을 드러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는 노인이었고 현재 완전히 부마에서 해방되어 침착한 마음으로 생애를 마칠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엄마가 아들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일로 쇠약해져 있었다. 그 아들은 어느 한 순간 미친 듯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해대다가 평정을 찾았을 때 자기가 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전혀 기도하지 않는 집이었고, 사제로부터 구마기도를 받는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여기던 집안이었다. 어느 날 아들이 늘 하던 대로 작업복을 입고 일터로 나갔고 엄마는 즉시 아들의 옷들을 구마사에게 가지고 가서 구마를 통한 축복기도를 받았다. 퇴근해서 돌아온 아들은 너저분해진 작업복을 벗어놓고 아무런 의심 없이 그 축복된 옷들을 입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잔뜩 화가 나서 금방 입었던 옷들을 벗는데 찢다시피 하면서 벗어 던진 뒤, 아무 말 없이 다시 작업복을 주어 입는 것이었다. 그리고 축복기도를 받은 그 옷들을 무섭도록 정확하게 알아내고 작은 자신의 옷장에서 구마를 받지 않은 다른 옷들과 가려내고 입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통해 젊은이는 분명히 구마기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증거가 되었다.
두 명의 젊은 형제가 건강상의 고통과 집안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들, 특히 함 밤중 똑같은 시간에 나는 이상한 소리들 때문에 고통을 받다가 나에게 와서 축복기도(구마)를 청하였다. 그들에게 축복을 하면서 가벼운 어둠의 세력을 감지할 수가 있었고, 자주 성사들에 참여하고 열심히 기도를 드리라고 충고하였다. 또 준성사들(축성된 물, 기름, 소금)을 사용하라고 이른 뒤 다시 나에게 오라고 하고 돌려보냈다. 이들과 상담을 하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홀로 되신 할아버지를 집에 모시기로 두 형제의 부모가 결정한 때부터 이런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상스러운 욕을 끊임없이 지껄이는 분이었고, 모든 것, 모든 사람들을 저주하고 악담을 퍼붓곤 하던 사람이었다. 토마쎌리 신부는 말하기를 집안에 상소리를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 한 사람만 있어도 악마가 들어와 가정을 파괴 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애석해 했다. 이 케이스는 분명 이 말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런 악마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 속에 살고 있다.
삐나라고 불리는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악마는 다음 날 밤에 그 아이의 몸속에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미리 선포해서 구마기도를 막으려는 작전을 쓰고 있었다. 이런 경우 깐디도 신부는 항상 악마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의사 한 명이 동석한 가운데 다른 구마사들의 도움을 받아 지체할 것 없이 그 아이에게 구마를 거행하였다. 통상 구마기도를 할 때, 부마자들을 꼭 잡기 위해 길쭉한 탁자 위에 눕혀놓는다. 이 여자 아이도 마찬가지였는데 한동안 버둥대다가 자주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떨어졌을 때,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누군가 바쳐주듯, 슬로우모션으로 천천히 떨어지면서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 저녁내 구마기도를 해도 안되니까 한 밤중까지 구마기도를 끝내고 난 뒤에야 구마사들은 잠시 쉬기로 결정을 하였다. 그 다음날 아침, 깐디도 신부는 6-7살 가량의 남자 아이에게 구마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남자 아이 안에 있던 악마는 깐디도 신부에게 깐죽대기 시작하였다. “어젯밤 신부님들, 정말 고생 많았수, 하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할게 뻔해, 우리가 이긴 거라구, 나도 거기 있었거든!”
깐디도 신부는 여자 아이에게 구마기도를 하면서 그 아이 안에 있는 악마에게 이름이 뭐냐고 묻자 즉시, “쟈블론”이라고 대답하였다. 구마기도가 끝난 뒤, 어린아이에게 감실 앞에 가서 기도하라고 이른 뒤 내보냈다. 그 다음 차례 악마 들린 아이가 신부 앞에 들어왔을 때, 마찬가지로 그 악마에게 이름을 묻자, “쟈블론” 이란 똑같은 대답을 듣고, 깐디도 신부가 다시 물었다. “그럼 너는 좀 전의 그 아이 안에 있었던 놈이냐? 그렇다면 증거를 보여라. 하느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즉시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라.” 그러자 그 여자 아이는 늑대처럼 울부짖다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제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좀 있다가 감실에서 기도하도록 내보낸 여자 아이가 늑대처럼 울부짖기 시작하였다. 이에 깐디도 신부는 “이쪽으로 당장 다시 돌아와라.” 라고 소리치자 신부 앞에 있던 두 번째 여자 아이가 다시 늑대처럼 울부짖기 시작하였고, 감실 앞에 있던 아이는 다시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이 케이스는 분명한 부마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부마 상태의 어린아이들이 하는 대답들은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명한 부마를 알 수 있다. 11살 먹은 남자 아이가 부마증세를 보이자, 깐디도 신부가 상당히 어려운 질문을 하기로 하였다. “이 세상의 위대한 과학자들과 엄청난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현존을 부정하고 너 따위를 인정하지 않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러자 그 아이는 즉시 “엄청나고 위대한 똑똑한 이들이라구? 웃기는 소리! 진짜 엄청나게 위대한 멍청한 자식들이라고 부르는 것이 낫겠군!” 그러자 깐디도 신부는 악마를 은근히 지칭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의식적으로 하느님을 부정하는 이들이 있다. 너는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러자 그 작은 남자 아이는 무섭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너 말조심해. 우리 악마들은 자유에 대한 권리를 심지어 그분 앞에서까지 고집했단 말이다. 우리들은 절대로 그분을 인정하지 않는단 말이다.” 구마사는 급히 “야, 하느님 앞에서 자유의 권리를 요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봐. 내가 하느님 앞에서 먼지만도 못하듯, 너 또한 하느님으로부터 쫓겨 나왔을 때부터 먼지만도 못한 놈이 되었다. 어떻게 생각하니? 그런 네 놈들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하느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당장 네가 행한 착한 일이 있다면 어디 좀 대봐? 당장 이실직고 해봐, 어서?” 그놈은 잔뜩 악의와 공포를 품고서 몸을 비틀고 거품을 물면서 무섭게 울기 시작했는데, 11살 먹은 아이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을 했다.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키지마! 하지 말란 말야 제발!”
많은 이들은 정말 분명하게 악마와 말할 수 있느냐고 물어오곤 한다. 위의 경우에서 본바와 같다. 또 다른 일화를 보자.
두 명의 사제들도 동석한 자리에서 깐디도 신부는 17살 된 시골출신 여자 아이에게 구마기도를 하게 되었는데 이 아이는 사투리만 사용하여 표준 이탈리아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사탄의 정체가 밖으로 드러났을 때 두 명의 사제들은 지칠 줄 모르고, 그 정체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깐디도 신부는 라틴어로 된 구마경문을 계속하다가 희랍어로 악마를 향해, “입 닥치지 못해!”라고 소리 지르자 그 여자 아이는 즉시, 깐디도 신부님 쪽으로 잽싸게 고개를 돌리고 “야, 왜 나한테 입 닥치라고 하지? 짜증나게 물고 늘어지는 저 두 놈에게 먼저 입이나 닥치라고 해보시지!”
깐디도 신부는 모든 연령층에 있는 부마자들에게 질문하셨지만, 특별히 어린 부마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을 더 좋아했다. 왜냐하면 연령층에 맞는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속에 있는 그 정체를 꾸밈없이 드러내기 때문에 악마의 실체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느 날 깐디도 신부는 악마 들린 13살 된 여자 아이에게 “이 세상에서 서로 죽도록 증오하면서 살던 두 명의 원수가 지옥에 떨어졌을 때 영원토록 그곳에서 같이 지내야하는 상황에 두 명의 관계는 어떠냐?” 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너는 참, 멍청하기 그지없구먼! 저 밑의 세상은 각자 자신 안에 웅크리고 살면서 자신의 죄로 갈기갈기 찢겨 산단 말이다. 그 어떤 누구와의 관계도 존재할 수 없는 곳이지. 각자 엄청난 고독 속에 빠져서 자신이 범한 죄 때문에 절망적으로 울부짖는 곳이다. 공동묘지와 같다는 것을 모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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