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서 처음 진료를 받는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혀를 보이기 위해 혀를 내미는 것이다. 혀를 내보이면 시범(?)을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 장난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어르신들은 약간 민망해 하기도 한다.
혀를 보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설진(舌診) 또는 (望舌)이라고 하며, 중요한 진단방법의 하나이다. 인체의 기관 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혀 또한 여러 가지로 중요하고 복잡한 책임을 진 기관이다.
각 장기의 중요한 정보원, 혀
혀의 기능을 간단히 살펴보면, 먼저 혀는 언어에 의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표시한다. 또한 임맥(任脈 : 인체의 전면을 통과하는 기혈의 통로)의 말단을 이루고 있어서 생식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물이 교미할 때 코와 혀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사람도 정욕이 발동하거나 성행위를 할 때 혀가 작용하는 일이 많다.
또 혀는 소화와 영양에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다. 먼저 음식물을 씹어서 고루 섞고, 위쪽으로 음식물을 밀어 넣으며, 맛에 의해 음식물을 검사 선택하고, 받아들인 음식물의 종류를 중추에 보고하고, 각 기관에도 통지한다.
이와 같이 입은 모든 물건을 수입하는 문호이고, 혀는 그 물건을 취급하는 관리소이기 때문에 혀에 각 장기의 출장원이 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따라서 예로부터 혀를 보는 것은 각 장기의 성쇠를 판별하는데 중요한 정보원으로 보았던 것이다.
혀의 모양ㆍ운동성ㆍ색ㆍ광택으로 보는 건강
혀를 살필 때는 혀 자체의 형태와 운동성 및 색택(色澤)을 보는 것이 첫 번째 관찰대상이다. 설체(舌體)가 지나치게 증대되어 있어 커 보이거나 혀의 옆면에 치흔(齒痕)이라고 하는 이 자국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체로 기가 허(虛)하거나 습(濕)이 있음을 나타낸다.
반대로 설체가 얇고 작아 보인다면 이는 몸 안의 음액이나 진액이 부족한 상태거나, 기와 혈이 모두 허한 상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혀의 형태 변화 중 가장 우리가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혓바늘이라고 하는 설유두의 염증성 변화이다.
이는 대체로 열이 성한 상태를 나타내는데, 과로나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있는 상태에서 잘 발생하게 된다.
또한 열문(裂紋)이라고 하는 혀의 갈라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열문이 있으면서 혀가 건조한 경우에는 대개 진액이 부족한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혀의 운동성을 살피는데, 이는 스스로도 약간의 변화만 있어도 쉽게 느낄 수 있다.
혀가 뻣뻣하면서 운동이 원활하지 못하는 경우, 혀의 움직임에 힘이 없고 불편하면서 특히 뻗을 힘이 없는 경우, 혀의 움직임이 떨리는 경우, 혀를 바깥으로 뻗었을 때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는 경우, 혀가 안축으로 말려서 펴지지 않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관찰할 수 있다.
마직막으로 혀에서 보는 것은 혀 자체의 색과 광택이다. 가장 정상적인 상태의 혀 색깔은 담백한 붉은 색이며 부드러운 광택이 나는 정도이다.
만약 혀가 지나치게 옅은 색이라면 기혈의 부족이나 양기부족 혹은 한증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으며, 혀가 지나치게 붉다면 이는 열증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혀의 색이 청자색이라면 어혈이 있음을, 검붉은 색이라면 열사가 더욱 깊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체에 대한 관찰 후엔 설태(舌苔)를 관찰하게 되는데, 설태의 색과 분포 상태 및 두께 등을 확인한다.
보통 백태가 얇게 있으면서 적당한 윤기를 가진 듯한 상태는 정상적인 것으로 보지만, 백태의 경우에도 그 두터운 정도나 건조상태에 따라 병사의 위치를 나타낼 수도 있다.
우리가 몸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질병의 상태일 때 흔히 볼 수 있는 황태(黃苔)인데, 황태는 대게 열증을 나타낸다.
얇고 건조한 황태는 열로 인해 몸 안의 진액이 손상된 상태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기에 당연히 갈증이 나고 목이 마를 수 있을 것이다.
간혹 설태의 색이 검은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이를 흑태라고 하며 대부분 급성 화농성 감염에서 표현되지만, 간혹 일부 음식물이나 약물에 의해서 착색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렇듯 혀 하나만을 보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진찰에 있어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참고할 수 있는 생체정보일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병력 등의 문진을 통해서 정확한 몸 상태를 진단하는 것이고 의사는 그 진단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환자 몸의 각종 생체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설진(舌診)을 참고하는 것이다.
건강관리의 시작, 매일 혀 관찰하기
우리는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면서 한 번쯤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는 얼굴, 늘어나는 잔주름, 거칠어진 피부, 예전 같지 않은 안색 등 잠깐 거울을 보면서도 우리 스스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혀를 한 번쯤 관찰해 보자.
혀를 크게 내밀고 좌우로 움직이면서 설체의 움직임과 색택을 살피고 태의 상태도 관찰해 보자. 혀를 관찰할 때는 비교적 밝은 곳에서 일정한 시간에 관찰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그 변화를 기록하고 그 당시 자신이 느끼는 자신의 몸 상태를 기록해 보자. 대체로 시간은 기상 직후보다는 아침 식사 이후가 꾸준히 변화를 관찰하기에 좋다.
그리고 하루종일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피곤한 저녁 취침 전에도 한 번쯤 살펴보자.
오랫동안 자신의 혀를 보게 되면, 내 스스로 잊고 있었던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의 몸은 꾸준히 자신의 변화를 알리고 있고, 그러한 정보 중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혀이기 때문이다.
혀를 통해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고, 혀를 통해 건강상태를 비춰 보는 것도 건강관리의 시작이다.
글/ 양인철/ 영등포 예한의원 원장 (www.ye2060.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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