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 하나님이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여자가 이르되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3)
아담은 여호와 하나님의 질문에 핑계와 책임전가로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제 여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어찌보면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아담의 핑계와 책임전가에 대하여 수용(?), 인정(?)하시는 듯한 말씀을 하십니다. 여자에게 '왜 그렇게 하였느냐?' 질문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즉, 왜 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고 남편에게 주었느냐 추궁하시는 것입니다.
그러자 여자의 대답이 무엇이었습니까?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여자 역시 아담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잘못 했다고는 죽어도 말하지 않습니다. 핑계를 댑니다. 자신이 먹은 것은 뱀이 꾀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뱀만 아니었으도 자신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었을 리 없다는 대답입니다.
물론 맞는 대답입니다. 현상적으로는 맞습니다. 그런데 잘못했다고 시인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뱀이 꾀었든, 뱀이 따 주었든 먹은 것은 본인 자신이었고, 게다가 남편에게까지 주어 먹게 하였으니 정말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뱀이 꾀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꾀다라는 단어의 히브리어는 נָשָׁא(나솨)인데 이는 '속이기 위해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끌어 들이거나 관심을 갖도록 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입니다. 대부분의 영어 번역이 속이다라는 의미의 'deceive'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KJV 등 소수의 번역자들은 'beguile'라는 단어를 선택하였습니다. 물론 속이다라는 의미에서 별반 다르지 않은 표현입니다만,
그래서 Merriam-Webster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deceive: to cause to accept as true or valid what is false or invalid(거짓이거나 유효하지 않은 것을 참 또는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다)
beguile: to engage the interest of by or as if by guile(속임수로 또는 속임수로 이익을 취하다)
같은 의미의 단어이긴 하지만, 약간의 뉘앙스가 다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속이는 것과 그 속임으로 무언가를 얻게 되는 차이라고나 할까요? 뱀은 여자를 꾀므로 어떤 이익을 취하였을까요?
성경 역시 옛 뱀을 속이는 자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12:9 "큰 용이 내쫓기니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며 온 천하를 꾀는 자라"
이 본문에서도 역시 옛 뱀을 꾀는 자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어 성경에서는 대부분 'deceive'라는 단어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NIV 번역자들은 'lead~astray'라는 단어를 채택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속이는 자가 아니라 '옳은 길에서 벗어나도록, 길을 잃도록 이끈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2:20 "그러나 네게 책망할 일이 있노라 자칭 선지자라 하는 여자 이세벨을 네가 용납함이니 그가 내 종들을 가르쳐 꾀어 행음하게 하고 우상의 제물을 먹게 하는도다"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큰 용은 지금도 온 천하를 꾀고 있습니다. '꾀다'라는 단어는 현재형입니다. 그러니까 에덴 동산에서만 아담과 여자를 꾀인게 아니라 지금 현재도 온 세상 사람들을 꾀어 멸망의 길로 이끌고 있는 존재인 것입니다. 이는 어떤 힘이나 영향력이 아니라 실체입니다.
하나님께서 실제 존재하시는 실체이듯 사탄 역시 실제 존재하는 실체입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어찌되었든 여자가 '하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남편을 잘 도와 하나님을 따르도록 하지 못하고, 오히려 꾀임을 당해 사탄을 따르도록 했습니다.'하며 자신의 돕는 자라는 본분을 깨닫고 회개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