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딱고개
오색에서 양양 가는 마을 버스를 타고 정류장도 아닌데 선뜻 세워주는 기사님의 배려로 44번 국도상의 빨딱고개에서 내리니 늦여름 하늘은 파랗고 땡볕이 뜨겁게 비춰온다.
의외로 뚜렸한 등로를 타고 산자락으로 들어가면 바로 앞의 무덤에서 길은 끊기고 능선에는 잡목들만 빽빽해 족적이 보이지 않는다.
거미줄들을 걷고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펑퍼짐한 숲으로 들어가 방향만 가늠하고 올라가니 송이지역에서 보이는 분홍 비닐끈들이 간간이 걸려있다.
얼마전까지 비가 왔는지 축축하게 젖은 나무들을 털어가며 올라가면 울창한 송림이 나오고 왼쪽으로 국도와 계류가 흘러가는 오색천이 내려다 보인다.
아름드리 노송들에 감탄하며 암릉들을 지나 낮게 이어지는 봉들을 넘어 올라가니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듯 하늘은 변덕스럽게도 먹구름이 깔리고 스잔한 바람이 불어온다.
▲ 빨딱고개
▲ 송림
▲ 오색천과 국도
▲ 바위지대
- 653봉
족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울창한 숲을 따라 소나무들이 서있는 412봉으로 올라가면 조금씩 시야가 트여서 421봉을 지나 피라미드처럼 우뚝 서있는 653봉이 앞에 흐릿한 모습을 보인다.
조침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봉우리에서 서쪽으로 꺾어 '송이재배 통행금지구역'이라 쓰인 작은 양철판을 만나고 눈 먼 송이버섯이라도 있을 까 소나무 뿌리들을 연신 기웃거린다.
가라피 지계곡의 요란한 물소리를 들으며 좌우로 길이 뚜렷한 안부를 지나고 빗물에 푹 젖어 가파르게 421봉을 올라 궁상스럽기는 해도 깔끄막으로 이어지는 653봉을 위해 선 채로 점심을 잠깐 먹는다.
안부에서 길이 없는 가파른 사면을 진땀을 흘리며 올라가니 송이꾼들이 다니는지 간혹 비닐끈들이 보이고 능선을 우회하는 족적들도 눈에 띈다.
오래된 헬기장에서 구름에 덮혀있는 산줄기를 바라보고 두리뭉술한 653봉을 넘어 내려가면 물소리가 가깝게 들리는 안부가 나오고 급경사 능선이 시작된다.
▲ 412봉에서 바라본 653봉
▲ 경고판
▲ 헬기장에서 바라본 421봉
- 1090.8봉
이리저리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가파른 능선을 한굽이 올려치니 급사면의 울창한 밀림이 나오는데 족적도 거의 없어 그냥 방향만 잡고 올라간다.
아름드리 적송들이 무리 지어 서있는 가파른 능선을 억센 철쭉들을 뚫고 한발한발 올라가면 젖은 바위들이 나타나고 미역줄나무 군락들이 앞을 막는다.
구슬땀을 떨어뜨리며 빽빽한 철쭉들을 뚫고 우회해 동쪽으로 지능선이 갈라지는 둔덕에 힘겹게 올라서니 예의 출입금지 양철판 하나가 걸려있고 하늘이 비로서 트인다.
조금씩 나타나는 족적을 밟으며 무심코 나무들을 잡고 큰 암봉을 올라가다 내려와 왼쪽으로 길게 우회해 비구름이 덮혀있는 음침한 숲을 따라간다.
백암골의 오른쪽으로 지능선이 갈라지는 둔덕에서 덤불들을 헤치며 북쪽으로 꺽어 전망이 좋을 듯한 바위지대를 지나서 1090.8봉으로 올라가면 바위 틈에서 납작한 삼각점이 여린 산객을 맞아준다.
▲ 밀림
▲ 밀림
▲ 밀림
▲ 능선갈림 둔덕의 경고판
▲ 1090.8봉 정상
- 관모봉
좀 더 뚜렷 해진 족적을 만나 여전히 울창한 철쭉들을 헤치며 연신 나타나는 암릉을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암릉으로 이루어진 1104봉으로 올라가니 아깝게도 비구름으로 조망이 가려있다.
조금 위의 공터에는 생뚱맞게도 지형도에 표기 안된 삼각점(속초307/2005재설)이 보이는데 아마도 1090.8봉의 새 삼각점이 잘못 놓여진 것으로 판단된다.
따사한 햇볕을 맞으며 간식을 먹고 술이나 담굴려고 마가목열매를 조금 딴 후 옆의 바위 위로 올라가면 백암골의 왼쪽 지능선과 연결되는 1347봉이 잠깐 모습을 보여준다.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뚜렷한 산길 따라 억센 철쭉들을 헤치고 고도를 뚝 낮추며 한동안 내려가 쓰레기들이 널려있는 안부를 지나서 오른쪽 사면으로 송림이 울창한 봉우리를 우회한다.
마타리가 피어있는 헬기장을 지나고 두번째 헬기장을 정상으로 착각해 잠시 앉아있다가 쭉쭉 뻗은 거송들이 서있는 능선 따라 관모봉(877m)으로 올라가니 역시 헬기장으로 되어있고 아무런 표식도 없다.
▲ 1104봉 정상
▲ 1104봉 삼각점
▲ 마가목
▲ 1104봉에서 바라본 1347봉
▲ 관모봉의 거송들
▲ 관모봉 정상
- 741.6봉
잘 나있는 산길로 뚝 떨어져 내려가 비구름이 자욱한 구릉으로 내려서고 간벌된 송림을 넘어 헬기장에 올라 741.6봉의 삼각점을 찾으며 오르락 내리락 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헬기장을 잠깐 내려서면 간벌된 둔덕에 삼각점(속초421/2005복구)이 있는 741.6봉이 나오는데 역시 조망은 가려있고 갈 능선도 보이지 않는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안보여 간벌된 나무들이 걸기적거리는 펑퍼짐한 숲을 방향만 맞추고 내려가 어디에선가 놓쳤던 뚜렸한 등로를 만난다.
지능선들을 조심하며 뚜렷하게 이어지는 야산길을 따라 내려가다 383.9봉으로 추측되는 봉우리로 올라가니 '山' 시멘트말뚝이 뽑혀있고 구름을 쓰고있는 송암산 자락이 마주 보인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닷가의 이국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완만한 마사토길을 내려가 송전탑을 지나 335.9봉으로 생각되는 봉우리에 올라도 삼각점이 없어 제대로 계획된 능선을 따라온 것인지 의심이 든다.
▲ 741.6봉 정상
▲ 전망봉에서 바라본 송암산
▲ 바닷가
- 간곡리
돌 무덤을 지나고 둔전골의 물소리를 들으며 산불이 났던 숲을 따라 벌목된 봉우리(약250m)으로 올라서면 그제서야 앞이 트이며 목표로 했던 도로가 보이고 지형도와 일치하는 낮은 산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송암산과 전진사를 바라보며 산불이 났던 나지막한 야산길을 가시덤불을 헤치며 따라가다 가파른 사면을 타고 밭으로 떨어져 농로를 타고 석교리와 화일리를 잇는 일차선 포장도로로 나가며 설악산 변두리 산행은 끝이 난다.
도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다 간이 상수도시설이 있는 곳에서 샛길로 빠져 둔전골 하류로 내려가니 정자가 있고 간곡교가 앞에 보인다.
둔전저수지의 계류가 퀄퀄 흘러가는 간곡교를 건너 길 물어 볼 사람 한명 안보이는 썰렁한 마을을 지나 마을 표시석 앞에서 택시를 부른다.
빠듯한 버스시간을 생각하며 오지않는 택시를 기다리고 있으면 풍광 좋은 마을 뒤로 둔전골을 마주하는 관모봉과 송암산자락이 시야 가득 들아온다.
첫댓글 호젓하고 여유롭게 보입니다.
13Km에 8시간이 넘게 걸리니 엄청난 잡목투성이가 눈에 선합니다. ^^ 킬문님 이어가시는 발걸음을 당최 알 수 없어 조그만 지도라도 올려주시면...
죄송합니다. 지도 올리는 법을 몰라요...^^
혹시 다녀오신 루트를 천기누설 방지 차원에서 철저히 비밀에 부치시는 건 아니겠죠? ㅋㅋㅋ
ㅎㅎ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능선입니다. 관모봉 갈려고 어프로치를 빨딱고개에서 잡았지요. 빨딱고개는 양양 사람들에게 전부터 정감 있는 또 한 서린 곳이라도 합니다.
앉아서 킬문님 다녀온길 편하게 봅니다 항상 고분분투하시는 모습 보기좋습니다. 항상 안산 즐산하십시요
킬문님 지나오신길 지도편찬위원회라도 구성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