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입니다.
아침에 호텔 풀장에서 수영을 하였습니다. 전망 좋은 곳에서 혼자 하니까 어색하면서도 기분 좋습니다. 서양사람들은 풀장에서 놀기 좋아하는데, 꼭 내가 그렇게 된 모양입니다. 그런데 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심해서 샤워를 아무리 해도 가시지 않았습니다. 또 귀에 물이 들어간 게 나오지 않아 통증까지 느끼게 됩니다.
12시에 체크아웃, 점심은 중간에 맥도날드에 들러 햄버거 큰 걸 시켰습니다. 밖에서 먹는데 행상하는 남자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다가 한 녀석이 옆에 앉아 빤히 봅니다. 우리도 어릴 적에 외국사람 오면 신기한 듯이 쳐다 보곤 했지요.
마닐라로 돌아가는 동안 차 안에서 잠을 잤는데도 피로를 느낍니다. 그래서 사우나에 둘러 마사지를 받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dry" 마사지를 선택했습니다. 오일 마사지는 맨살에 기름을 발라 하는 거지만 드라이 마사지는 반드시 수건을 얹고 그 위에 압력을 가하는 게 다릅니다. 이것도 차~암 시원합니다. 이러다 마사지에 중독될 것 같습니다.
"Are you OK?"
"Yap, go on"
비누칠을 하러 갔습니다. 그저께와 다른 아가씨입니다.
"Are you first here?"
"No, Second time"
아직도 내가 딱딱하게 굳어있는 못한 모양입니다. 휴게실에 가서 전복죽을 먹었습니다. 필리핀에는 전복이 많이 나와 가격이 저렴하다고 합니다. 그리곤 수면실에서 휴식을 더 취했습니다. 영양강장제를 광고하는 게 벽에 붙어 있기에 물어 보았습니다.
"What does it taste like?" 속으로는 이크 How로 물어야 하는 거 아냐? 움찔했습니다. 그런데 종업원 아가씨는 "It's like ........" 하면서 설명해 줍니다. 뭐라고 하든 다 통하는구나 하고 안심하면서 영어에 일말의 자신감을 갖습니다.
저녁식사는 유명한 식당이라고 하는데, 10여 명의 종업원들이 쉬지 않고 생음악을 반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곳입니다. 보통 실력이 아닙니다. 뮤지칼도 부릅니다. 모든 장르의 노래를 돌아 가면서 때로는 몸짓과 함께 부릅니다.
여자 종업원이 우리 쪽으로 와서 "Are you Japanese?" 하고 묻습니다. 친구가 농담으로 그렇다고 하니까 "나마에와 나제데스카?" 하고 묻습니다. 그래서 "나제가 아니고 난이라고 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니까 실망한 얼굴로 돌아갑니다. 너무 했나? 메뉴는 새우요리, 돼지 바비큐, 그 몹시 신 국, 볶은 밥인데 전부 다 맛있습니다. 식사후 노래를 듣고 있는데 남자 종업원이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당장 "사랑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럴 경우 100페소의 팁을 두고 나와야 한답니다. 어쨌든 유쾌하고도 맛있는 식당입니다.
이제 가라오케로 간다고 하며 개인기가 필요하답니다. 순간 긴장합니다. 이런 건 제 전공이 아니걸랑요. 더구나 허름한 면 바지, 티셔츠 그리고 테니스화를 신고 갔는데 이런 차림으로는 한국에서 문적박대당할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반바지만 안 입으면 되고, 나이키 티셔츠 입고 있는 것만으로 통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