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겸 저 멀리 소안도에 있는 맹선은혜교회(조규필 목사 시무)를 다녀왔습니다.
일정을 빠듯하게 잡아서 주일예배가 끝나고 뒷정리를 다 한 후 오후 4시에 겨우 내려갔습니다.
쉬지 않고 가도 완도까지 7시간이 넘게 걸리는 데
그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무식 용감하게 그날 완도에 잘 거라고 생각하고 완도에다 숙소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대전 즈음 오자 벌써 몸에서 무리라는 싸인이 왔습니다.
신탄진에서 빠져 저녁 먹을 집을 찾다가 엉뚱하게 시간을 더 허비하다가
본의아니게 유명한 바지락칼국수집에 마지막 주문손님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때부터 몸이 축 쳐지는 게 내려갈 길을 생각하니 힘들었습니다.
호남선을 타고 내려가다가 휴게소를 몇 번이나 들려 30분씩 자다가 고속도로 졸음쉼터에서 또 30분 정도를 자다가
겨우 광주를 지나 내려가다가 나주에서 자고 가기로 했습니다.
제 고집으로는 끝까지 가려고 했는데
그랬다가는 어쩌면 조기에 천국으로 갈 뻔 했습니다.
새벽 2시가 넘어 나주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 하루 일박을 했습니다.
살았습니다.
다음날 일어나는대로 완도로 내려갔습니다.
아침겸 점심을 먹고
아이들 줄 아이스크림을 사러 완도 시내로 왔습니다.
강원도에서 준비해간 고사리랑 곤드레, 감자와 함께 배를 타고 소안도로 들어갔습니다.
배로 1시간 정도 들어가는데 바다바람이 참 시원하니 좋았습니다.
소안도에 도착해서 맹선은혜교회로 곧장 가서 조목사님 내외를 뵈었습니다.
올 봄부터 여기를 오고 싶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못 오다가 여름 끝에 오게 되었습니다.
강원도랑은 공기부터가 달랐습니다.
역시 저는 강원도 체질인가 봅니다.
해발 500미터 남짓하는 곳에서 아침저녁으로 상쾌한 공기를 마시다가
섬의 짭짜름하고 습한 공기를 마시니 타국에 와 있는 듯 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기도제목도 듣고 이른 저녁으로 전복찜이랑 민어국을 대접받았습니다.
교회 사택은 교회 명의로 되어 있지만
교회 부지는 타인 거라고 하네요. 그래서 그 땅을 팔라고 해도 주인이 팔지 않는다고 하네요.
교회를 새로 짓지도 못하고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합니다.
전에 목사님은 연세도 있으시고 노동을 그리 안 하셔서
교회 뒷마당 텃밭이 쓰레기장처럼 되었다고 하네요.
그걸 정리하고 텃밭으로 바꾸니
전에 목사님이 오셔서는 보시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사모님은 요리하는 거를 힘들어하셔서
올 여름 손님들 치르느라고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하네요.
저녁상에 올라온 전복이 한아름 올라왔는데,
제 평생 그렇게 싱싱한 전복을 그렇게 많이 먹어보긴 처음이었습니다.
그 비싸다는 민어도 먹어보고요.
우리 사택 냉장고에는 옥수수가 한 가득 있는데, 여긴 냉장고에 전복이 한 가득 있다고 하네요. ^^
국내 전복의 7~80%가 여기서 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안도는 부자 마을이고 젊은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제야 좀 이해가 되었습니다. 맹선은혜교회에 왜 주일학교 학생들이 많은지를
아쉽게도 소안도에서 그 유명한 일몰은 보지를 못했습니다.
다음에 가서 봐야할 거 같아요.
소안도에서의 첫날 밤을 잘 보내고 그 다음날 아침에 전복밥을 주셔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목사님이 손수 내린 핸드드립 커피도 맛있게 마시고 점심으로 소안도 중국집에서 짬뽕과 자장면을 먹었습니다.
6월부터 수련회다 손님맞이로 쉼없이 바쁘셨다고 하는데
사모님이 지쳐 보여서 안스러웠습니다.
나가자고 먼저 하셨기에 나갔지만 잘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교회에서 준비해온 선교비도 드리고 어떻게 위로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마침 목사님이 수요일에 서울에서 설교를 해야해서 우리도 화요일 점심에 소안도를 같이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