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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1코스 제3부
좌천동 경사형엘리베이터-증산공원-성북전통시장-구봉산치유의 숲-초량이바구길-텍사스거리
20201104
2부에서 이어짐
1.초랑이바구길에서 만나는 삶의 애환
1년 전의 체험을 추적하는 기억이 생생하다가도 골목길을 따라가고 산길을 따라갈 때는 허둥거리며 흐릿해진다. 사진 속의 위치가 불분명한 것들이 기억의 추적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억의 추적은 즐겁고 체험의 추억은 다시 그 길을 걷고 싶은 욕망을 일으킨다.
안용복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과 안용복 도일 전시관을 나와 맞은편 좌천동 경사형 엘리베이터 승강장으로 갔다. 세상에 태어나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처음으로 구경하고 탑승한다. 산 언덕에 층층으로 주거지가 들어서면서 산복도로가 생겨나고 언덕의 층층을 계단으로 이어서 길을 만들어 이웃과 오가면 생활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힘든 일상을 견디며 살아온 이곳 주민들은2016년 3월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개통되면서 새 문물의 신기함과 편리함을 구가하게 되었다.
증산공원에 오른다. 증산공원은 부산진성이 있었던 곳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부산진성을 공격하자 정발 장군은 군관민을 독려하여 끝까지 싸우다가 성이 함락되어 전사하였다. 왜군은 부산진성을 헐고 이곳에 왜성을 쌓았으니 이를 증산왜성이라 하는데 왜성은 거의 사라지고 그 흔적만이 남아있다.
증산공원 전망대에서 멀리 신선대에서부터 걸어온 길, 부산항과 부산항대교, 영도구의 명산 봉래산, 서구의 천마산을 조망하고 증산공원을 떠난다. 동구도서관을 거쳐 내려오는데 증산 석축에 타일벽화가 멋지게 그려져 있다. 윤석중의 동시 '넉 점 반'에 이영경의 그림을 타일벽화로 꾸며 놓았다. 천연덕스러운 꼬마의 순진성이 산뜻한 그림으로 표현되어, 돌아갈 수 없는 동심의 세계로 이끌며 절로 미소짓게 한다.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
"넉 점 반이다."//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참 앉아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나나니 나니나/ 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
"엄마/ 시방 넉 점 반 이래."
2.걸은 과정 영상
부산 최초의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안용복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에서 증산공원까지 98m 구간에 설치돼 지난 2016년 3월부터 운행되고 있다. 평소 이곳은 평균 경사가 약 37도로 가파른데다 계단수만 190개나 돼 산복도로와 증산공원을 오르내리는 주민들과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깔딱고개로 불리던 곳이다. 이 때문에 산복도로 관광에 나선 관광객들도 계단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어 다시 찾기를 꺼려할 정도도 불편을 토로해 왔는데, 이 엘리베이터가 운행되면서 편리함과 조망의 즐거움을 안기게 되었다..
이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1구간(63m)과 2구간(62m) 각각 1대씩 설치됐다. 한 번에 최대 13명(900㎏)을 태우고 1분 정도 걸려 오르고 내린다.
안용복 장군이 일본에 갈 때 뱃머리에 '조울양도 감세장(朝鬱兩島 監稅將)'이라는 깃발을 달아, 자신은 조선의 울릉도와 독도의 세금을 감독하는 관직에 있는 장군임을 일본에 알렸다.
중앙에 부산항, 영도구로 이어지는 부산항대교와 남구의 감만부두, 감만부두 왼쪽 뒤에 신선대가 우뚝하다.
부산항대교가 바다를 가르고 바다 건너 영도구의 봉래산, 오른쪽으로는 부산 서구의 천마산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 "넉 점 반이다."//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참 앉아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나나니 나니나/ 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
"엄마/ 시방 넉 점 반 이래."
앞쪽 성북고개 좌천의원 앞 망양로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서 횡단보도를 건너 망양로를 따라 진행
횡단보도를 건너 아래쪽 망양로를 따라가다 동구2번 마을버스정류장이 있는 오른쪽으로 꺾어 수정공원북로를 따라 진행
남파랑길은 수성아파트 뒤 수정산 자락길을 이어간다.
부산항대교와 봉래산이 서녘에 기우는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수정산 가족체육공원 방향으로 진행한다.
入此門內莫存知解(입차문내막존지해) - 이 문 안에 들어서면 알음알이 두지 말라.
無解空器大道成滿(무해공기대도성만) - 다 비운 그릇에 큰 깨달음이 가득 차리.
11월의 해는 짧아 벌써 해가 떨어진 듯. 숲길에 가로등이 켜져 불빛이 환하게 길을 비춘다.
위쪽으로는 월봉사, 남파랑길은 왼쪽으로 내려간다.
뒤에 보이는 산은 영도구의 봉래산
유치환우체통 전망대에서 금수산 입구까지 금연구역이다.
경남여고 교장을 2차례 지내고 동구에서 생을 마감한 청마 유치환을 기리며 부산항을 한눈에 전망할 수 있는 명소에 유치환의 우체통을 세웠다.
우체통은 '1년 후에 도착하는 느린 우체통', 오른쪽 아래의 부산역 뒤쪽으로 부산항대교가 휘황찬란하게 바다 위를 달린다.
버스정류소 지붕의 조형물이 특이하다. 상어인지 고래인지? 걸어가는지, 날아가는지?
부산역아 아래 보인다. 그 뒤로 부산항대교가 화려하다.
왼쪽에 옛 우물이 있다. 168계단은 초량동의 산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바로 연결하는 유일한 길로, 경사 45도에 총길이만 해도 40미터에 달하는 아찔한 관문이지만 다른 길이 없기에 주민들도 관광객들도 묵묵히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168계단 옆에 선로 길이 약 60m, 기울기 33도의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2016년 6월부터 정식으로 운행되고 있다.
부산역-남선창고 터- 옛 백제병원-조량초등학교 담장갤러리-168계단-김민부전망대-당산-이바구공작소-장기려기념 더 나눔-스카이웨이전망대-유치환 우체통
끊길 듯 끊길 듯 이어졌던 거미줄 같은 초량동 골목엔
동네사람 엮어준 마을우물, 산복도로, 도랑, 나른한 철길. . .
유년을 채운 '순수한 시간'
지난달 말일은 짜증나는 더위 속에서
쓰레기통을 들고 모이는 아낙네 드러난 허리가
여름을 싱싱하게 만들었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
뒤안에서 물 끼얹는 소리가 골목까지 흘러 나와
마당 가운데 우뚝 선 여름은 발가벗고
치마 들추는 파렴치한보다 더한 불륜을 저질렀다
그늘 깊은 샛길에서 빰 맞아 볼 부푼 바람이
호기심 많은 골목에 쏟아져 들었다
누구네 집 여편네가 바람나 도주했다는
뜨거운 소문에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골목은
늙은 통장 집 앞에서 합쳐졌다가
일없는 아이들 숨바꼭질로 갈라져 숨었다.
초량상로의 초량지구대에서 건너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있는 중앙대로 221번길을 따라가다 초량전통시장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초량로 13번길로 진행
초량전통시장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초량로13번길 이곳으로 나옴
단테하우스 맞은편에 옛 백제병원이 있으며 그 뒤쪽 디노호텔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부산지하철역으로 진행
부산 옛 '백제병원'은 1927년 서양식 벽돌 건물로 지어진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으로, 당시 부산 부립(府立)병원, 철도병원과 함께 지역의 중요한 의료기관이었다. 1932년 병원이 문을 닫은 후에는 중국 요리집인 봉래각으로, 1942년에는 일본 아카즈키 부대의 장교 숙소로, 해방 후에는 부산 치안사령부와 중화민국 임시대사관 등으로 사용되었다. 1953년에는 신세계 예식장으로 사용했다가 1972년 화재로 건물의 5층 부분을 철거하였으며, 현재는 4층 건물의 일반 상가로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의 1, 2층의 벽·문·계단 등은 개화기 근대식 건물의 원형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어 근대시기 병원 건축의 공간 구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건축물이다.
부산 강서구 명지 출신으로 일본에서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의사 최용해는 1922년에 백제의원을 개업했다. 5년 후 목조건물을 허물고 6층짜리 석조건물을 지어 1927년에 확장 개원한 것이 백제병원이다. 백제병원은 부산 최초의 근대식 사립(私立) 종합병원이다. 관립(官立)병원으로 광복동에 있던 부립(시립)병원(1877년 개원), 지금의 지하철 1호선 초량역 인근에 있던 철도병원(1923년 개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40병상 규모로 최 원장 외에 일본인과 독일인 의사도 일하는 다국적 진료진에 30명의 간호사가 근무했다.
-백제병원을 아시나요?/ 신경과 전문의·메디컬티스트 박지욱(국제신문, 2021.11.15)
이곳은 원래 초량청관(草梁淸官)이 있어 차이나타운이라고 불리지만, 1993년 부산과 상하이(上海) 시가 자매결연을 맺으며 1884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화교 집단 거주지였음을 기념하기 위하여 상해(上海) 거리로 명칭을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부산 지역으로 들어온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여드는 지역이기도 하여 텍사스 거리, 러시아 거리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국내 유일의 차이나타운 특구인 부산 동구 초량동의 차이나타운은 1884년 청나라 영사관이 있었으며 부산 최대의 중국인 거주지다. 1993년에는 부산시와 중국 상하이시가 자매결연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상해거리' 명칭을 얻은 데 이어 2007년 7월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되었다.
이곳에서 남파랑길 2코스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