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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초보시절 조개가 가득 든 파스타를 만들던 중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준비한 화이트 와인을 넣었더니 시큼한 봉골레 파스타가가 되어 다시 조리한 적이 있다. 스테이크에 곁들이는 레드 와인 소스를 집에서 만들어보면 맛이 늘 레스토랑과는 다르다. 쉐프들은 요리에 와인을 사용하는 이유, 조리 중 발생하는 와인의 변화와 쉐프들이 쓰는 와인을 알아보자.
코를 막고 와인을 맛보면 한마디로 시고 떫다. 요리에 와인을 사용하면 가열 과정에서 이산화황과 알코올은 모두 날아가고 신맛이 남게 된다. 와인의 신맛은 주로 주석산과 말산으로 구성되며 일부는 말로락틱 발효과정을 거쳐 강한 맛을 지닌 말산이 부드러운 맛의 젖산이 되기도 한다. 와인의 산은 초간장에 전유어를 찍어먹을 때 풍미가 살아나듯 음식의 풍미를 강화해준다. 또한 와인 속의 산은 음식 속 단백질과 반응하여 더 좋은 질감과 조리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고기를 재울 때 와인을 사용한다. 생선 요리에 와인을 사용하면 비린 냄새도 잡고 식감이 좋아진다. 단, 관자와 같은 섬세한 풍미를 지닌 재료에는 신맛이 약한 와인을 사용하거나 사용량 혹은 재움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와인을 가열하는 경우 신맛이 두드러지니 사용량과 가열 시간에 주의하자.
포도의 당분은 발효과정에서 알코올로 변화한다. 알코올도수가 15%에 달하면 알코올에 의해 효모는 자연스레 죽고 일부는 와인에 남는다. 따라서, 당이 없는 와인은 없으며 보통 리터 당 1그램의 당분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느끼지 못한다. 리터 당 2~3그램이면 대부분 단맛을 느끼며 리터당 40그램 이상일 때 디저트 와인으로 불린다. 따라서 단맛이 있는 와인을 소스로 사용하는 경우 알코올과 수분이 날아간 후 지나치게 달아지므로 유의해야 한다.
화이트 와인은 시트러스, 꽃 향기, 열대 과일 향이, 레드 와인은 체리, 딸기 등의 검붉은 열매 향이 주를 이루며 이러한 와인의 풍미는 와인 테이스팅에서 가장 중 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와인이 음식에 사용될 때에는 어떤 와인이든 와인의 풍미가 식 재료와는 다른 포인트인지, 주된 재료의 풍미를 강화인지 혹은 식 재료와의 조화 중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맞게 사용하여야 한다.
레드 와인은 탄닌을 지니고 있다. 탄닌은 폴리페놀계화합물로 입안의 단백질과 결합하여 밤의 속껍질이나 덜 익은 감을 먹을 때와 같은 입이 마르는 느낌을 준다. 와인의 탄닌은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 요리를 먹을 때 단백질 혹은 지방과 결합하기 때문에 육류 요리에 레드 와인이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조리 과정은 탄닌을 농축시키므로 지나치게 탄닌이 강한 와인을 사용하면 음식의 맛이 반감될 수 있다. 예로, 레드 와인을 넣어 오랜 시간 끓이는 꼬꼬뱅에 지나치게 강한 레드 와인을 쓰면 닭고기의 맛을 즐길 수 없다.
아무리 고급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고기를 재우기 위해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또한 요리에 사용한다고 해서 지나치게 싸거나 결코 마시지 않을 와인을 사용하는 일도 되도록 피하자. 너무 묽어서 제 기능을 못하거나 자신이 싫어하는 맛이 음식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리 시 농축되므로 풍미가 강하지 않은 와인이 좋으며 한번에 넣지 말고 맛을 봐가며 사용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다. 요리용 와인이라고 팔리는 상품도 있지만 가급적 사용을 피하자. 왜냐하면, 요리용 와인은 소금, 보존제, 그리고 약한 풍미의 와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조리 후 짠맛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움, 파스타 등에는 저렴한 가격의 이태리 화이트 와인인 트레비아노 다브루조Trebbiano d’Abruzzo와 이태리 레드 와인인 몬테풀치아노 다브르조Montepulciano d’Abruzzo가, 레드 와인 소스에는 포트 와인Port Wine이 무난히 사용된다. 사용 후 남은 와인은 저장 과정 중 산화 혹은 변질 될 수 있으므로 깨끗한 유리병 혹은 페트병에 공기와 닿지 않게 꽉 차도록 옮겨 담아 냉장 보관하면 알뜰히 사용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치즈를 녹여 여러 재료를 찍어 먹는 스위스 요리 퐁듀에는 드라이 혹은 세미드라이한 화이트 와인, 예로 쇼비뇽 블랑이나 리슬링이 사용된다. 와인의 주석산이 치즈 속 카제인 단백질의 칼슘과 결합하여 퐁듀 특유의 잘 늘어 나면서 쫄깃한 치즈를 만들고 와인의 산미가 치즈의 풍부한 맛에 맛깔스러움을 더해준다.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도 나온 뵈프 부르기뇽. 프랑스 브루고뉴 전통음식으로 지역 와인이면서 탄닌이 강하지 않아 많은 양이 쓰임에도 고기 맛을 해지지 않는 피노누아 혹은 가메이를 넣어 오랜 시간 조리하는 소고기 요리이다. 스테이크에 곁들이는 레드 와인 소스는 스테이크를 구워낸 팬에 포트 와인을 넣어 졸여 만든다. 저렴한 포트 와인만 있으면 집에서도 훌륭한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견과류 풍미가 있는 마데이라나 마르살라는 호박 스프의 풍미를 강화하거나 와인 고유의 단맛이 닭고기 구이와 잘 어울린다. 호주 바로사 밸리의 피터르만 와이너리 수석 쉐프 린다는 보트리티스 세미용 와인을 설탕과 끓여 넣어 만든 토피를 씌운 무화과를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곁들였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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