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매트릭스에 대해선, 1편의 스미스도 이야기하고 2편의 아키텍트 할아버지도 언급합니다. 기억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아키텍트 할아버지의 대사 일부를 적어보자면...
Architect: The first Matrix I designed was quite naturally perfect, it was a work of art - flawless, sublime. A triumph equalled only by its monumental failure. The inevitability of its doom is apparent to me now as a consequence of the imperfection inherent in every human being. Thus, I redesigned it based on your history to more accurately reflect the varying grotesqueries of your nature. However, I was again frustrated by failure. I have since come to understand that the answer eluded me because it required a lesser mind, or perhaps a mind less bound by the parameters of perfection. Thus the answer was stumbled upon by another - an intuitive program, initially created to investigate certain aspects of the human psyche. If I am the father of the matrix, she would undoubtedly be its mother.
1. 스미스요원이 1편에서 말한 완벽한 매트릭스란 마치 에덴동산처럼 아무런 고통이 없는 세상이라고 받아들여지지만, 아키텍트의 말에 따르면 그 완벽함이란, 불완전하고 예측불가능한 성향이 없는 방정식으로 온전히 표현될 수 있다는 뜻의 완벽함이었습니다. 이런 완벽한 매트릭스가 인간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오라클이라는 프로그램 (이전에는 단지 인간심리를 연구하는 프로그램일 뿐이었지만) 의 지위를 대폭 상승하여 매트릭스 구조를 빌드하는데 영향을 미치도록 하였습니다.
2. 그렇다고 해서 지금 오라클이 매트릭스를 관리하는 게 된것은 아닙니다. 오라클이 있기 전에는 오직 아키텍트 혼자서 모든 매트릭스를 관장했을까요?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키텍트는 전체 운영자이고 매트릭스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에 영향을 주는 또다른 프로그램 (현재의 오라클과 같이 매트릭스를 관리하기 보다는 매트릭스를 만드는데 어떤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이 존재하지 않았을까요? 아키텍트는 여전히 방정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분명히 오라클등의 조언을 받아들여 매트릭스를 끊임없이 개선해나가고 있잖아요. 굳이 그의 위치를 말하자면 (일부 사람들이 기계대왕(-_-)과 아키텍트가 동일인이라고 하는 것처럼) 매트릭스라는 공존구조 자체를 유지시키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높은 위치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그 매트릭스가 어떤 방식으로 변하고 수정되어야 하는지 아래 사람들 (이를테면 오라클) 의 조언을 들어가면서 말이죠. 오라클이 등장하기 전에는 누가 조언을 해줬을까요.
3. 영화전반에 걸쳐 중요한 인물인 것 처럼 나오면서도 막상 별달리 특별하지는 않은 것 같은 메로빈지언. 정말 그는 단순한 '정보브로커'로 '도피한 프로그램'일 뿐일까요. 오라클의 오리지널셀을 삭제시킬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파워와, 오라클의 호위무사(는 오직 세라프 뿐이다)의 숫자와는 비교도 안되는 수십의 호위무사(물론 세라프한텐 밥이지만)를 거느리고 있는 '중요한 인물'일텐데 말이죠. (여기서 잠깐... 세라프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킨다'고 스스로 말했습니다. 이전 세라프는 메로빈지언의 호위무사였음이 밝혀졌지요. 이것도 또하나의 힌트라고 생각합니다.)
대채 메로빈지언이 뭐길래 이렇게 중요한 인물로 설정되어있을까요?
4. 메로빈지언은 항상 인과율을 강조합니다. 인과율로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입에 달고 다니지요. 누가 물어봤냐고... 영화 전반에 걸쳐 선택과 운명이니 예측불가능한 오류의 집합이니 어쩌구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비해 메로빈지언의 철학은 튑니다. 그리고 또 그래서 그의 철학은 구시대의 유물로 느껴지지요. 구시대... 첫번째 완벽의 매트릭스...
6. 왜 메로빈지언은 아키텍트도 아니고 다른 누구도 아닌 특히 오라클을 미워할까요. 원래 나쁜 놈이라서? 그것은 오라클이 등장하면서 자신이 삭제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기 때문 아닐까요. (더 나은 버전의 프로그램이 나오면 이전 프로그램은 삭제 된다) 물론 도망가서,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는 있지만...
7. 그가 매트릭스의 많은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것도 이런식으로 설명이 됩니다. 매트릭스는 개선되나아간 것이지만 기초는 바로 그의 아이디어 (인과율)에 따라 만들어진 첫번째 매트릭스에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많이 바뀌어버렸지만, 그래도 메로빈지언은 여전히 인과율이 작용하는 대부분의 매트릭스내 정보흐름을 쉽게 알수 있지요. 단순히 정보의 흐름을 감지하는 것 뿐아니라. 여전히 인과율에 어느정도 지배를 받고 있는 매트릭스 세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2편에서 익살맞은 성욕유발케익프로그램 도 보여주지요)
8. 오라클의 눈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이런 자신이 알수 없는 정보흐름 (현재의 매트릭스는 인과율로는 100%설명될 수 없으므로) 까지 자신이 장악하고 자 함이 아닐까요.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코드(오라클의 눈), 자신에게 부족한 오라클만의 그것을 가지고 싶어하지요.
9. 메로빈지언이라는 이름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간의 역사에 망하지 않은 나라는 없지만서도, 메로빙왕조는 망하고 카롤링 왕조가 들어섰는데... 이부분에 대해선 좀더 연구가 필요한 듯 합니다. 어쨋거나 이부분도 (연구가 부족해서 뭐라 말하긴 곤란하지만) 메로빈지언의 과거를 암시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 씨네21기사에는 '481년에서 751년까지 프랑스에서 존재했던 ‘메로빙거’ 왕조를 뜻한다. 메로빙거 왕조는 가톨릭을 받아들이고, 잔존해 있던 로마 세력을 물리쳐 오늘날의 프랑스가 있게 했다. 한때는 메로빙거 왕조가 예수의 후손이라는 소문도 돌았다고 한다. 결국 메로빈지언은 프랑스의 또 다른 이름이며, 워쇼스키 형제는 비굴하고 추악한 캐릭터 설정을 통하여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을 비꼰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 가상된 현실이란 없음을 새삼 느낀다.' 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10. 메로빈지언이 네오 이전의 '그'들을 만나보았다는 걸 밝히는 (전에 온 넘들보단 좀 낫네 그려) 것에서 메로빈지언의 존재가 오라클의 건의를 받아 새롭게 수정된 불확실매트릭스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감을 알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첫번째 매트릭스가 생길때 정도 즘부터 이미 메로빈지언은 존재했다는 것이지요.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결. 물론 영화 전편에 걸쳐 메로빈지언이 첫번째 매트릭스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 지에 대해 대사나 장면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찾기 힘들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메로빈지언은 오라클이 등장하기전 첫번째 두번째 매트릭스가 만들어질때 현재 오라클이 차지했던 자리에서 '인과율'에 따라 '100% 예측가능함'에 기초한 완벽한 매트릭스를 건설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 스스로의 생각이 아니라 여러곳에서 아이디어를 받은 것입니다)
덧... 물론, 워쇼스키 형제가... '악당캐릭을 하나 만들어 넣자' '정보브로커 같은거 어때?' '좋아' '프랑스인으로 설정하고 말야' '오 좋지, 프렌치들 재수없어' '뭔가 좀 철학적인 면도 넣어줘야 되지 않겠어?' '네오는 불확실성의 산물이라고 하기로 했으니까...뭔가 무조건 예측가능하다는 이론을 가진 인물같은걸로?' '그래~ 바로 그거야. 인과율 어때...고전물리학' '오케이' '오케이, 자 다음은 누구할차례지?'... 이런식이었을 가능성이 좀더 높아보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