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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정리 및 분석) 크메르의 세계
CIMB 보고서 : 태국에서 쿠테타 발발이 곧 내전의 시작일 가능성 시사
레드셔츠들의 준비는 철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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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IMB 보고서의 헤드라인 모습. |
(내용 정리 및 분석) 크메르의 세계
위의 보고서는 CIMB 그룹(CIMB Group)이 1월14일(화) 발표한 것으로, 'CIMB 증권'의 연구본부장 까셈 쁘룬라따나말라(Kasem Prunratanamala) 씨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20명의 펀드매니저들로 구성된 CIMB 조사팀은 1월10일(금)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의 매제이자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현 총리의 형부이기도 한 솜차이 웡사왓(Somchai Wongsawat) 전 총리 등 집권 '프어타이 당'(Pheu Thai Party) 내의 실세 정치인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이 보고서는 당시의 대화에서 확인된 사항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말레이시아의 금융 기업집단인 'CIMB 그룹'은 2013년 아시아 지역 최우수 은행으로 선정될만큼 권위있는 금융기관이고, 엄청난 자산을 바탕으로 은행, 증권, 투자회사 등 다양한 자회사들을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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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당인 '프어타이 당'은 2월2일 조기총선에 관해, "연기하는 일은 헌법에 위배되는 일으므로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2. 총선 후 만일 '프어타이 당'이 다시금 집권한다면, 야당이나 반정부 시위대가 주장하는 '정치개혁'에 매진할 것이다.
3. 이번 정치위기 정국에서, 친정부 대중주의 정치세력인 '레드셔츠'(UDD: 반독재 국가민주 연합전선) 운동은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 |
위의 3가지 주제 중,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3번의 레드셔츠 운동의 대응입니다.
본 '크메르의 세계'는 1월7일(화) 레드셔츠 운동의 전국 지역단위 지도자 5천명이 나콘 라차시마(Nakhon Ratchasima: 코랏)에 집결하여 쿠테타 가능성 및 방콕셧다운 반정부 시위에 대한 비상 대책회의를 개최했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계속된 그 회의의 세부적인 내용은 분명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CIMB의 이번 보고서는 태국 여당 실세들과의 대화를 통해, 레드셔츠 운동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수칙을 정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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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쿠테타가 발발할 경우] 레드셔츠들이 취하게 될 대응 행동은 다음과 같다.
1. 레드셔츠 지도부는 쿠테타 발발 사실을 즉시로 전국의 모든 시군구에 전파한다.
2. [쿠테타를 일으킨] 정규군과 싸우기 위해, 잉락 총리에게 레드셔츠들의 아성인 북부 및 북동부 지방으로 이동할 것을 요청한다.
3. 국제사회에서 명분을 획득하기 위해, 잉락 총리에게 망명정부 수립을 요청한다.
4. 각 마을(리) 단위까지 지하조직을 구축하여, 장기전에서 식량 및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
5. 군사용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레드셔츠 지지자들이 각 지방의 경찰서들에 집결하도록 한다.
6. [무장을 마친 후] 각 지방별 군 부대로 집결해 군대와 싸운다.
본 CIMB의 견해로는, 레드셔츠들이 위와 같이 대비하고 있다면, 만일 군부가 행동에 착수할 경우, 레드셔츠들은 군부의 개입(=쿠테타)에 잘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한 전투는 비단 방콕(Bangkok) 지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범위의 내전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가진 것이다. |
이 보고서는 이후 보수 야당인 '민주당'이 2월2일 조기총선을 정치적 만회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반정부 시위대의 노선에 맞춰 선거참여를 거부했다는 점, 그리고 민주당 총재인 아피싯 웻차치와(Abhisit Vejjajiva) 전 총리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말을 일주일만에 뒤집고 반정부 집회장 무대에서 연설한 점 등을 태국의 정국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레드셔츠 시위대가 방콕으로 다시금 오는 날이 곧 태국 내전의 시작"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CIMB의 이번 보고서를 보면, 레드셔츠들은 방콕으로 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태국 군부가 쿠테타를 일으키면 그것이 곧장 '태국내전'이라고 보아야 하며, 레드셔츠들의 조직력과 결집력을 고려하면 그 순간 이미 방콕 이북의 광활한 면적이 사실상 '북부 태국'으로 분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전 발발 후의 시나리오는 제가 기존에 예측한 바대로, 쿠테타을 일으킨 정규군이 달랑 방콕만 장악한 상태에서, 레드셔츠 시민군이 북부, 북동부, 동부의 3개 방면에서 진격해오기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태국 정규군의 주요한 대규모 주둔지인 나콘 라차시마(코랏), 롭부리(Lop Buri), 우돈타니(Udon Thani) 같은 지역들이 모두 레드셔츠들의 아성인 북부지방과 북동부지방에 위치하고 있어서, 유사시 태국 정규군은 내전(=쿠테타) 발발 초기에 이미 평소 전력의 최대 50%까지도 무력화당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게다가 태국 군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병역비리가 만연한 상태여서, 하사관과 사병들의 경우 가난한 북부지방 및 북동부지방 출신 병사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그래서 "겉에는 푸른 군복이지만 마음만은 레드셔츠"라는 의미로 "수박군인"(타한 땡모)이란 유행어까지 존재할 정도입니다. 이 점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레드셔츠를 상대로 내전이 벌어질 경우 태국의 정규군이 과연 어느 정도나 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러운 상태인 것입니다.
따라서 태국 군부가 아직 쿠테타를 감행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레드셔츠 운동 세력이 강력한 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태국 군 수뇌부에는 '왕립 태국육군'(RTA) 사령관인 쁘라윳 짠오차(Prayuth Chan-ocha) 대장을 비롯하여 지난 '2006년 9월 19일의 군사 쿠테타'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 이들이 여전히 포진하고 있습니다. 당시 그들은 탁신이 유엔총회에 참석한 사이 무혈 쿠테타를 통해 손쉽게 방콕을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방콕 시내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보수파 중산층들이 쿠테타 군인들을 맞이하러 나와 꽃다발을 안겨주어 세상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 세상이 변했습니다. 2006년 쿠테타 당시엔 레드셔츠 운동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레드셔츠 운동은 바로 2006년 쿠테타의 영향으로 생겨난 조직입니다,
따라서 태국 군부가 만일 "2014년 쿠테타"를 일으키게 된다면, 지난 2006년의 쿠테타와는 전혀 다른 조건에 놓이게 됩니다. 우선, 방콕만 장악하면 모든 것이 완료됐던 2006년과는 달리 북부 및 북동부의 광할한 지역도 무력으로 장악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태국 역사 상 가장 강력하게 조직화된 국민운동인 "레드셔츠"(쓰어 댕)와 대결까지 해야만 하는데, 아무리 훈련과 무장이 잘 된 정규군이라 해도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레드셔츠들은 '2010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사실상 맨주먹으로 특수부대 2만5천명에 대치하며 60일 이상을 버텼고, 그 과정에서 90여명이 사살당하고 근 2천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지막까지도 "민주선거 실시"를 요구하며 외로운 적지인 방콕 한복판을 지켰던 사람들입니다.
이상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태국 정규군과 레드셔츠 시민군이 무력으로 충돌할 경우, 저는 레드셔츠 시민군이 승리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봅니다.
하지만 내전이란 누가 승리하는가와 상관없이 하나의 사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될 것입니다. 전쟁이 발생하면 전쟁범죄도 반드시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태국 내전은 태국 역사상 가장 불행한 사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푸미폰 아둔야뎃 종교'로 무장한 반정부 시위대 역시 결코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이 지속될 경우, 그들과 한패인 태국 군부 역시 결국엔 말려들어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바야흐로 태국이 외나무 다리 위의 싸움을 향해 나아가는 듯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하의 사진 2장은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 셧다운" 작전을 시작한 월요일(1.13) 태국의 양대 정치세력이 어떤 세력과시를 했는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국제언론들은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에서 활동하는 모습에만 주의를 빼앗겼지만, 이날 태국에선 2개의 거대한 세력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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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he Bangkok Post) 1월13일(월) 태국 극우 보수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 셧다운" 캠페인을 벌인 첫날, 7개의 집회장 중 메인 집회장으로 사용하는 마분코롱 쇼핑센터(MBK) 앞 사거리에 모인 군중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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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rachatai) 반정부 시위대의 "방콕 셧다운" 캠페인 첫날, 친정부 레드셔츠 시위대도 전국 각지에서 "평화기원 민주주의 수호"(총선 사수, 쿠테타 반대) 시위를 개최하면서 세력을 과시했다. 좌측 지도에서 흰색 부분이 레드셔츠들이 집회를 가진 지방들이고, 우측 및 하단의 사진들은 각지의 레드셔츠 집회 모습을 담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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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마도..
지난 11월30일 밤,
레드셔츠가 10만명을 일시에 방콕의 종합경기장으로 집결시켰다가 폭력사태 조짐이 있자..
다음날 새벽 일제히 10만명이 해산해서 사라져버린 사건...
그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레드셔츠들이 당시 무언가 정보가 있었던 듯합니다.
군부로서는 그날이 바로 쿠테타 찬스였을 수 있죠..
그랬다면, 레드셔츠의 주력군 10만명을
일시에 학살하거나 체포할 수 있는 기회였을 겁니다.
반면 레드셔츠들은 두번 다시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을거고요...
군부와 레드셔츠 양측 모두
그날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제가 보기엔,
이제 헤게모니는 레드셔츠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태국의 수꼴 반정부 시위대가
지금 방콕에서 깽판을 치면서 세력을 과시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레드셔츠들의 우물 속에서 노는 형국이네요
따라서 보수파 반정부 세력과 군부가 물러서지 않는다면
노란 나치 왕당파들이 궤멸되거나
방콕을 상실하고 태국 남부 말레이반도의 조그마한 지역에 고립되어
분단을 통한 휴전만 바래 볼 수 있는 상황 아닌가 싶습니다
레드셔츠 지도부로서는
오히려 군부가 쿠테타 해주길 바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게 태국 사태를 더 빨리 정리하는 길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죠
하여간 가공할 내용의 보고서네요
2010년에 레드셔츠들이 비폭력 시위하면서
거의 100명이 죽었죠..
이제 레드셔츠들도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희생하진 않겠다는 것 같네요..
그리고 조직력에 더욱 자신감이 생겨서
내전을 해도 자신들이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승산이 선 것 같습니다.
태국 여당이
이런 투자회사에 이런 정보를 흘렸다는 것은
이미 심리전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