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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 너머 ' 취재팀이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독락당의 부속 건물인 계정 앞을 지나고 있다. 멀리 보이는 두 산 가운데 왼쪽이 자옥산, 오른쪽이 도덕산이다. |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옥산리 서북쪽에 자리잡은 도덕산~자옥산 코스를 택했다. 발 빠른 산꾼들이야 4개 산을 한 번에 돌 수 있겠지만, 한겨울 날씨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는 데다 해가 짧기 때문에 짧은 코스를 잡은 것이다.
이 코스는 걷는 시간만 3시간25분이고 휴식 등을 포함해도 5시간이면 넉넉하게 답사가 가능하다. 따라서 너무 무리하지 않고 가족끼리 갈 수 있는 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산행로 대부분이 편안한 흙길로 구성된 육산이고,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조망이 일품이다. 게다가 포항 앞바다까지 눈에 들어와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쾌감까지 느낄 수 있다.
◇ 4시간 안팎이면 충분… 가족 산행지로 적격
도덕산 산행 들머리에서 만나는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왼쪽), 도덕산 산행 도중 호젓한 솔숲길을 지나는 취재팀. |
전체 산행은 옥산리 독락당 앞 주차장을 기준점 삼아 원점회귀로 진행한다. 독락당~정혜사지 13층 석탑~장산서원 뒤~등산로 입구~밀양 박씨 묘~도덕암~도덕산 정상~안부고개~자옥산 정상~옥산리 세심마을 입구 도로~독락당 순이다. 산행 거리는 8.8㎞.
경주 시내버스 종점이기도 한 주차장에서 독락당을 바라볼 때, 왼쪽으로 난 아스팔트 도로를 따른다. 고개를 살짝 들면 '좌 자옥, 우 도덕'이 버티고 있다. 5분쯤 가면 자옥산과 도덕산의 호위를 받으며 1200여년 세월을 버텨온 정혜사지 13층 석탑이 왼쪽에 보인다. 찬찬히 둘러본 후 계속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는 포장도로를 따른다. 도덕암 가는 길. 장산서원을 우측으로 휘돌아 뒷편으로 올라서면 관음사 갈림길이 나오는데, 직진이다. 3분쯤 가면 흙길로 변한 임도를 버리고 '도덕암 등산로' 표지판을 보면서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석탑에서 여기까지 15분 걸렸다. 친절한 안내판이 도덕산 정상까지 2.44㎞ 남았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나무계단길, 낙엽길, 솔숲길이 이어지면서 호젓함이 묻어난다. 20분쯤 오르면 우측 아래에 임도가 보이는 곳에 삼거리가 있다. 이곳에서 '도덕산 2.03㎞' 표지판을 보며 왼쪽으로 꺾는다. 길은 한층 더 가팔라진다. 그래도 차가운 냉기 속에서 가빠진 날숨과 이마에 솟는 땀방울이 몸을 서서히 달아오르게 하니 덩달아 기분까지 후끈하다. 10여분 후 또 다른 이정표를 지나면 곧바로 밀양 박 씨 묘다. 이곳에서 보는 전망도 꽤 시원하다. 눈 앞의 어래산 자락을 타고 포항시 기계면 쪽으로 넘어가는 임도가 선명하다.
◇ 도덕암 통과 전후 고즈넉한 숲길 걸을만
도덕산 6부 능선에 자리잡은 도덕암. 오른쪽 멀리 포항시 기계면으로 넘어가는 임도 고갯길이 보인다. |
이 묘를 지나자마자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는 도덕암 방향으로 직진한다. 정면 도덕암을 향해 완만한 내리막 계단을 타면 곧바로 임도와 만나고 도덕암에 닿는다. 암자 입구의 새로 지은 '해우소' 왼쪽에 우뚝 선 바위에 오르면 산령각이 나온다. 그 앞 바위와 위쪽 목재 덱 모두 주위 경관이 빼어난 전망대다. 이곳에서 정상 직전의 능선 삼거리까지는 35분 정도면 충분하다. 오른쪽 20m 지점이 정상석 3개가 있는 해발 708m 도덕산 정상이다. 옥산리를 감싸고 있는 4대 명산 중 가장 높다.
정상 우측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은 가히 '일망무재'다. 가깝게는 어래산과 봉좌산에서부터 남쪽 멀리 토함산과 동대봉, 남산이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멀리 포항 기계면, 죽장면의 비학산 사관령 운주산 등이 겹겹이 산그리매를 이루고 있다. 동쪽으로는 포항 앞바다의 푸른 물결이 손에 잡힐 듯하다. 큰 정상석 뒷면에는 도덕산의 유래가 적혀 있다. 당초 이 산은 신라 제37대 선덕여왕이 다녀갔다고 해서 두득산(斗德山)이라 불렸다가 조선 중종 28년(1533년) 동방오현의 한 사람인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이 독락당 주변의 4산5대를 명명하면서 도덕산으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 선덕여왕·이언적 등 역사적 인물도 반추
도덕산 정상 우측 전망대에 서면 거침없는 풍광이 펼쳐진다. 정면의 산은 어래산이고, 멀리 포항 앞바다가 보인다. |
신라시대부터 옥이 많이 생산됐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자옥산으로 가려면 다시 정상 직전 삼거리로 돌아와 능선을 타고 직진해야 한다. 여기서는 내리막이다. 살짝 로프를 타고 내려섰다가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눈앞에 자옥산이 볼록 솟아있고, 멀리 영남알프스 산군이 아득하다. 오른쪽(서북쪽) 멀리에는 대구 팔공산의 근육질 산세도 드러난다.
내리막을 10분쯤 타면 Y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주능선 길로 직진, 10분쯤 더 내려서면 안부 사거리다. GPS수신기가 가리키는 고도가 420m이니, 수직 고도 280여 m를 내려온 셈이다. 왼쪽은 석탑, 오른쪽은 오배마을로 가는 길인데 자옥산 정상 방향은 직진이다.
20분만 오르면 돌탑이 있는 자옥산 정상. 주변 잡목에 가려 조망은 특별하지 않다. 하산은 왼쪽 길로 잡는다. 1분 후 주변 풍광이 확연히 드러나는 전망대. 정상에서의 아쉬움을 이곳에서 달랜 후 30분쯤 줄기차게 내려서면 마을 입구 도로에 닿는다. 왼쪽으로 300m가량 가면 독락당 주차장이다.
# 떠나기 전에
- 정혜사지 십삼층석탑·독락당 등 유적 풍부
- 산행 후 맛집으로 느티나무식당 들러 볼만
도덕산~자옥산 코스의 기·종점인 독락당은 동방오현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이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1516년 지은 사랑채다. 보물로 지정돼 있으며, 운치 있는 흙돌담과 그 중간중간에 낸 쪽문들, 옥산천 변의 정자인 계정(溪亭)이 두루 어우러져 500년 세월의 깊이와 조선 중기 대학자의 고고한 기풍을 느끼게 한다. 산행 전이든 후든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이다.
국보 제40호인 정혜사지 13층 석탑은 1단의 흙기단 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신라시대 석탑 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양식이다. 몸돌이 층계를 이루면서도 절묘한 비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석탑이다. 신라시대 석탑 양식이 후기로 갈수록 층계가 많아지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13층에다 높이가 5.9m나 되는 것은 그 전례가 없다.
맛집으로는 느티나무식당이 괜찮다. 28번 국도 옥산리 입구에서 양동마을 쪽으로 1㎞쯤 가면 도로 왼쪽에 있다. 자연산 추어탕과 양푼이보리밥이 주특기이다. 1인분 8000원인 '기와장주물럭+된장찌개(아래 사진)'도 별미다. 인근에서 소문난 맛집인데, 시어머니의 40년 손맛을 이어받은 며느리가 운영하고 있다. 반찬 재료로 사용된 야채 대부분은 주인장이 직접 경작한 것이라고 한다. (054)761-7675
# 교통편
- 경주터미널서 옥산서원행 시내버스 이용
부산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경주행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약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편도 일반 요금은 48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50m쯤 가면 시내버스 종점이 나온다. 여기서 옥산서원까지 가는 203번 버스는 오전 6시20분, 7시30분, 9시15분, 10시30분 등에 있다. 1시간 안팎 소요. 옥산리 발 경주터미널 행 버스는 오후 2시40분, 4시40분, 6시1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내린 후 오릉네거리에서 좌회전, 영천 방향으로 간다. 금장교를 건너 금장교차로에서 포항 안강 방면으로 우회전, 68번 지방도를 탄다. 15㎞가량 진행한 후 안강교차로에서 영천 방면 28번 국도를 타고 6㎞쯤 가면, 옥산서원 입구 팻말이 보인다. 우회전 후 2.5㎞쯤 진행하면 독락당 앞에 닿는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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