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관 앞에 파고라를 만들고 있다.
그곳에는 9년쯤 된 등나무와 7년쯤 된 포도나무가 심겨져 있어서 봄에는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가을이 되면 포도나무가 하우스대로 만든 아치를 타고 덩굴을 뻗었고 그 가지마다 포도가 열렸다.
집을 드나들면서 손 닿기 쉬운 것부터 한 송이씩 따서 먹었다. 집을 나서면서 딴 포도 한송이는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즐거운 친구가 되어 지루함을 덜어 주었고, 집 안에 들어오면서 따 들고 온 포도는 식구들의 즐거운 간식거리가 되었다.
단맛이 좋은 포도는 사람도 좋아하지만 새도 좋아했다.
사람은 새를 쫒아가며 포도를 지켰지만 날개 단 새들에게서 온전하게 포도를 지키내는 일은 애초 불가능한 일, 애초 마음에 없었더라도 나눔을 익혀야만 편해진다.
사람과 새가 포도를 나누며 즐거움을 누리는 동안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온다.
포도나무는 밭으로 옮기고 등나무는 잘라냈다.
등나무는 9년쯤 된 것으로 묵은 밭을 정리하던 사람이 뽑아 버린 가느다란 줄기를 주워서 심은 것이다.
특별하게 관리를 해 주지 않아도 등나무는 잘 자랐고 해마다 꽃을 피우고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등나무는 집의 일부이기도 했다. 그것을 잘라버리기가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쉽다고 해서 남겨둘수는 없다. 뒤엉켜 뻗어나간 가지를 살린채로 지붕을 온전하게 덮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등나무 살리자고 비가 새는 지붕을 만들수는 없지 않는가.
등나무와 포도나무가 타고 오르던 현관 앞 아치를 철거해 내고 대신에 대형 파고라가 들어서게 된다.
완성되고 나면 20명 이상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올 것이다.
파고라에서는 바깥의 전경을 다 볼 수 있다.
밤 하늘의 별도 보고 달도 보면서, 개구리 소리를 들어가며 고기 구워 술잔을 나누며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봄 밤에는 개구리가 떼로 노래를 부른다.
어떤 이가 개구리 우는 소리를 "키엘케고르 키엘케고르 " 부른다고 해서 한참을 웃었다. 철학을 공부하는 이가 들은 봄의 소리이다.
시골은 계절에 따라서 색도 변하지만 소리도 다르다.
개구리와 맷비둘기의 짝 찾는 봄의 소리가 있고 여름에는 소쩍새, 부엉이 소리가 있다. 가을에는 단연 귀뚜라미와 풀벌레들의 합창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고요한 정적의 겨울 . . .
어느 계절이 가장 좋냐고 묻는다면, 답할 수가 없다.
계절이 주는 정취와 색은 개성이 강해서 우열을 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 와서 보고 느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