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 셋째날(담양)
여행 사흘 째 날인 10월7일, 5시경에 눈을 떴다.
집에 있었으면 주일 새벽미사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집을 나섰을 시간이다.
주일 미사를 궐 할 수가 없어 평소에 주말에는 여행을 삼가왔었고,
가게 되더라도 가까운 곳의 성당을 찾아가서 미사에 참례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간단히 화장을 한 후,
6시가 되자 ‘매일미사 책’을 꺼내서 남편과 함께 그날의 독서와 복음을 읽고,
사도신경과 보편지향 기도를 바쳤다. 그리고 주의 기도를 33번 바쳤다.
모닝콜이 어제보다 30분 이른 6시 30분에 울렸다.
7시에 식당으로 내려가 호텔에서 뷔페식으로 아침 식사를 한 후,
8시 30분에 버스에 짐을 싣고 담양으로 출발하였다.
나흘만에 처음 보는 맑고 파란 하늘이 이제 태풍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담양에 도착 해 처음 찾아간 곳은 소쇄원이었다.
소쇄원(瀟灑園)은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조선중기의 대표적인 원림(園林)으로
우리나라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절의가 풍기는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다.
원림(園林)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리면서
건물과 식물 등이 조화롭게 돋보이게 하는 조경 문화이고,
정원(庭園)은 인공적인 면이 가미된 조경문화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식 정원은 자연을 예술적으로 조경한 것이다.
소쇄원은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조성한 것으로
스승인 조광조(趙光祖)가 유배를 당하여 죽게되자
출세에 뜻을 버리고 이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양산보(梁山甫)의 호가 소쇄옹(瀟灑翁)이었기에
원(園)의 이름을 소쇄원이라 한 것이라고도 한것이며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다.
(설명 사진 참조)
소쇄원으로 들어가는 길 양편에는 키가 큰 대나무가 벽을 이루고 있었다.
소쇄원에 더 알고 싶다면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4839&cid=58840&categoryId=58856
소쇄원에서 잠시 이동하여 가사문학관으로 갔다.
이곳에서는 가이드의 설명 대신 영상물을 통해 전문 연구가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조선 시대 한문이 주류를 이루던 때에 국문으로 시를 제작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사문학이 크게 발전하여 꽃을 피웠다.
특히 전남 담양은 이서의 「낙지가」,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성산별곡」·「관동별곡」·「사미인곡」·「속미인곡」,
정식의 「축산별곡」, 남극엽의 「향음주례가」, 「충효가」,
유도관의 「경술가」·「사미인곡」,
남석하의 「백발가」·「초당춘수곡」·「사친곡」·「원유가」,
정해정의 「석촌별곡」·「민농가」 및
작자 미상의 「효자가」 등 18편의 가사가 전승되고 있어 가사문학의 산실이라고 부른다.
가사문학관에는 전시물도 많고 밖의 조경도 아름다웠는데
시간에 쫓겨 찬찬히 돌아볼 수가 없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고 스케쥴대로 시간을 엄수해야 하는
패키지여행의 아쉬운 점이다.
가사문학관을 나와 식사를 하기 위해 담양떡갈비 집으로 자리를 옮겨
떡갈비 정식을 먹었다.
담양 떡갈비는 프란체스코가 광주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한 번 사준 적이 있어서 이번이 두번 째이다.
내 기억으로는 그 때가 더 맛이 있었다.
이번 여행 내내 너무 배부르게 먹어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이 집이 댬양에서도 아주 유명한 음식점인 모양이었다.
점심 식사 후 대숲에 바람이 출렁이는 담양나무 숲길을 30분가량 산책했다.
이번 2박 3일 여행 일정의 마지막 코스이다.
담양 죽녹원 산책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여행의 계절인 10월의 황금 주말이었음에도 집을 떠난 사람들이 적었기에
서울로 올라오는 길도 여유로워 4시 30분에 압구정역에 도착했다.
작년에 6시에 도착했던 것에 비하면 1시간 30분이나 빨리 온 것이다.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향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무모하게 떠난 여행,
폭우도 맞아봤고, 강풍 속을 달려도 봤지만
23명 모두가 안전 사고 없이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것에 감사드렸다.
우리가 내년에도 또 갈 수 있을까?
우리 일행 중에 초등하교 동창 셋이 함께 온 분들이 있었는데
모두 83세라고 했다.
한 분은 남편도 같이 오셨다. 두 분 다 거동이 조금 불편한 편이라
어디를 가든 두 손을 꼭잡고 다니는데 인물도 깨끗하고
표정도 참 편안하고 아름다운 부부였다.
이 분들은 힘이들면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거나
차에 내려서도 적당한 곳에서 머물며 일행을 기다리다가 나중에 합류 하곤 하였다.
호텔 카페에서 늦도록 앉아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꽃보다 할베에서의 백일섭처럼 모든 코스를 다 따라 다닐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이분들을 보며 느꼈다.
또 인상 적이었던 것은 아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온 경우이다.
아버지는 나이가 우리 보다 위인 것 같았다.
비록 부자 사이에 별 대화가 없고,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아들은 스마트폰만을 보고 있었지만
밖에 다닐 때는 옆에서 세심하게 케어 해 드리는 것을 보며
효자 아드님을 두셨구나 하며 감탄하였다.
83세 되셨다는 그 여자 분의 말에 의하면 아직 70대는 기운이 팔팔 할 때라고 한다.
그분들을 보니 당분간은 더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내외 건강에 특별히 이상이 없다면 또 가고 싶다.
내년에 가게 된다면 3박4일 동부권 일주를 해 볼 생각이다.
지금부터 매달 조금씩 비용을 떼어 놓아야 겠다.
첫댓글 남도여행 리포트가 훌륭하고 대단하다. 이 글을 작성하느라고 더 꼼꼼히 살펴보면서 여행을 다녔었겠구나.
여행자도 많은 공부가 되었겠고, 읽는 독자들에게도 유익을 주고... 재미있었다.
동쪽으로도 서쪽으로도 답사를 하여 이렇게 여행기를 남겨주기 바란다.
기억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닌데다 하루하루 더 나빠지니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흐지브지 잊혀질 것 같아
기를 쓰고 작성한 것이에요. 여행사의 메뉴얼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찬찬히 머물며 느낄 시간이 없는데
엘리사벳이 사진으로 저장해 주어 그것들을 보며 겨우 짜 맞출 수가 있었어요.
가방 매고 걷는 고모 뒷모습 너무 예뻐요^^♡
풍광도 너무 좋구요!!!
사진으로나마 잘 봤습니다^^!!
저도 이렇게 다닐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강아지 때문이 아닌
사람들 많은 곳을 여러 사람들과 단체로
함께 움직이고 먹고 자고하는 걸 힘들어 해
가질 못해요....ㅠ
차만 같이 타지 먹는 것도 가족끼리 한 상에서 하고,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야. 차 안의 좌석도 다른이와는 같이 안 앉아. 3명이 가면 4좌석을 주지. 그래서 좀 비싸.
사실 그거
같은 시간에 차 타고
같은 시간에 헤쳤다가
같은 시간에 모이고
같은 시간에 밥 먹고 하는 것도
곤혹스럽긴한데
그래도
앞으로 차차 시도 적응해 보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