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 매일 천배를 하는 경혜의 절 이야기 / 한경혜
글/김덕길
이 책은 책장을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눈시울을 붉어지게 한다.
그녀가 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다. 절을 하는 내내 진심이 담겨서다.
하루도 빠짐없이 41년간 매일 천 번씩 절을 하며 살아온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나도 젊을 때 뜻한바 있어 108배를 해야지 하는 다짐으로 절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3일 째 몸살로 드러눕고 말았다. 운동도 하지 않던 사람이 젊은 혈기 하나로 급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건 아니야. 절은 나와 맞지 않아.’
포기는 쉽고 달콤한 휴식은 길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살았다.
어느 날 아침 운동 중 누군가 재활용장에 버린 책이 나를 바꿔놓았다. 바로 ‘오체투지’란 책이다.
오체투지란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가장 낮은 곳인 땅에 닿게 하면서 하는 절이다.
자기 자신을 무한이 낮추면서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절을 의미한다.
한경혜 작가는 돌이 지나 뇌성마피 판정을 받고, 일곱 살 무렵 더는 살 가망이 없다고 판정을 내린다. 술에 취한 채 인생을 포기하며 구타까지 일삼던 작가의 아버지는 결국, 어린 경혜와 동생 경아를 남긴 채 이혼을 하고 만다.
작가의 엄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성철스님을 찾아간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란 책을 남긴 성철 스님은 스스로 장좌불와를 8년이나 하셨다. 잠을 잘 때 누워서 자는 것이 아니라 앉아서 자는 것이다. 음식은 생뜨물과 솔잎을 주로 드셨고 생식을 하셨다고 한다.
성철스님은 삼천 배를 하지 않으면 불자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7살 뇌성마비인 어린 꼬마 경혜가 3일 동안 삼천 배를 끝낸다. 뼈마디가 뒤틀리고 살점이 부서지는 고통이 와도 살아야겠기에 어린 경혜는 이를 악물고 삼천 배를 완성한다. 그리고 마침내 성철 스님을 만나서 말한다.
“스님, 저 죽는대요. 언제 죽어요?”
“오늘 저녁에 죽어라.”
순간 목이 메이고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경혜는 법당에서 절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 큰 스님이 나보고 오늘 죽으래!”
펑펑 울면서 엄마에게 말을 하는데, 엄마는 절을 하는 내내 고개한번 돌아보지 않은 채 다시 말했다.
“그럼 어디 가서 죽어야 되는지 다시 가서 물어봐!”
“너그 집에 가서 죽어야지!”
“우리 집에는 돈도 없고, 어차피 죽으면 여기서 49재를 지낼 텐데, 나 여기서 죽을 랍니다.”
화가 난 스님이 그녀의 엄마에게 갔더니 스님이 죽으라 했으니 스님이 책임지라고 엄마가 말했다. 이에 성철 스님이 말한다.
“야이 가시나야. 그럼 니 오래 살아라.”
“그라고 하루에 천 배씩 꼭 절하그래이.”
작가는 그날부터 평생을 매일 천배씩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하고 있다.
절하기를 20년 할 즈음 비틀어지고 흔들거리던 몸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동생 경아가 수호천사처럼 붙어 다니며 같이 학교생활을 했는데, 고등학교까지는 같이 갈 수 없어서 그녀는 학교수업을 포기한다. 고등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해 단기간에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한다. 절을 하는 동안 혈액순환이 좋아져서 지능이 높아졌다고 저자는 확신했다.
미술대에 가고 싶었는데 그녀가 장애자라는 이유로 번번이 면접에서 탈락한다. 그래서 경영학과를 다니며 계속 그림을 그린다.
졸업을 하면 매일 만 배씩 백일 동안 절을 하는 백일기도를 할 시간이 없어 그녀는 죽을 각오를 하고 졸업식 다음날, 만 배 백일기도에 돌입한다.
매일 천배도 아니고 만 배를.....
저녁 11시부터 절을 하기 시작해 다음날 오후 5시가 되어야 겨우 만배를 채울 수 있는데, 이것을 백일동안 해야 한다.
만 배를 하는 동안 벌어지는 몸의 변화와 죽을 만큼 힘든 고통, 그리고 유서…….
절절히 써내려간 그녀의 이야기는 드라마보다 더 깊은 감동으로 난 눈시울을 붉혔다.
체험해 보지 않고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글이다.
그 모든 과정에 엄마라는 사람은 커다란 버팀목이었다.
모든 일상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그녀는 어릴 때부터 청소와 설거지 음식 만드는 일까지, 도시락 싸는 일까지 해결한다.
그녀는 매일 만 배씩 하는 100일 기도를 한 번도 아닌 세 번씩이나 실행한다.
그녀는 마침내 절을 해서 얻는 최고의 경지인 구경각에 도달한다.
백일기도를 한지 80일째, 눈앞에 보이는 모든 티끌이 없어지고 너무나 엄숙하고 청아하고 청정하고 이상한 신비로움에 쌓여 나는 이미 없어지고 눈에 보이는 원각과 함께 사물과 일체가 되어버렸다고 저자는 썼다.
‘구경’은 불교에서 보살이 수행이 원만하여 궁극적이고 완전한 지혜를 얻는 경지를 이르는 말이다. ‘구경’에서 1700공안 화두와 법게송, 선문답이 나왔고 팔만대장경도 이 자리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평소 우리가 ‘구경 가자’하는 말도 여기서 유래되었다.
이후 그녀는 시각장애인과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완주하여 칼라타파르 정상에서 만세를 부른다. 매일 천배를 하며 다져온 체력이 정상인도 힘든 히말라야 완주를 성공하게 만든 것이다.
어머니는 이후 은퇴하여 진영에다 직접 3년간 집을 지어 딸에게 선물한다. 엄마와 한혜경작가는 그곳에서 외국인의 한국생활체험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주말이면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행복한 생활을 한다.
영화 같은 이야기에 푹 빠져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손이 절로 가 후기를 쓴다. 은퇴하면 걸어서 전국일주를 하려고 생각중인데 이 책을 읽고 결심이 확고해졌다.
매일 만 배씩 백일동안 절을 하는 그녀를 보며 ‘그녀에 비하면 전국일주야 식은 죽 먹기 아닌가?’ 그래서 다짐한다.
은퇴하면 제일 먼저 걸어서 전국일주를 하겠다. 그 준비과정중 하나로 2024년 7월 1일 나는 매일 백팔 배 평생하기에 돌입했다. _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