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있는 사찰 해돋이 황홀함 머금은 해수관음도량 / 암자를 찾아서- ④ 여수 향일암

[백우]

                 해돋이 황홀함 머금은 해수관음도량

                              암자를 찾아서- ④ 여수 향일암

양행선 광주전남지사장 | noduc@hyunbul.com

승인 2014.08.01 21:48:54 현대불교

향일암 대웅전 전경.

659년 원효대사가 ‘원통암’으로 창건
2009년 화재 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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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년 원효대사가 ‘원통암’으로 창건
659년 원효대사가 ‘원통암’으로 창건

2009년 화재 소실 대웅전 최근 복원
매년 연말 일출 기도객으로 불야성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따뜻한 남쪽 나라 전라남도 여수(濾水)는 ‘물이 좋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항이자 손꼽히는 휴양지로 여수의 바다는 유인도 51개와 무인도 269개 등 총 317개 섬이 연꽃처럼 내려앉아 그야말로 넓은 바다에 꽃이 피어난 듯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 준다. 강풍이 세차게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언덕에 붉은 동백꽃이 피어나는 인상적인 오동도를 비롯하여 317개의 연꽃이 그려 놓은 한려해상국립공원, 검은 모래의 만성리 해수욕장, 그리고 임진왜란 때는 왜적을 막아 낸 군사적 요충지로 충무공과 관련된 유적지가 많으며,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장이 있다.

여수에서 돌산방향으로 차로 30여분을 가면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도량이자 해돋이가 황홀한 금오산 향일암(向日庵)을 만날 수 있다.

향일암에서 내려다 본 금오산의 형상. 마치 거북이가 경전(經典)을 등에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같다.

사찰이 위치한 금오산의 형상은 마치 거북이가 경사찰이 위치한 금오산의 형상은 마치 거북이가 경전(經典)을 등에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같다고 한다. 절은 이러한 금오산이 바다와 맞닿는 가파른 언덕에 법당을 짓은 아담한 암자이다.

향일암은 ‘해를 바로본다’고 해서 붙여진 사찰이름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해를 머금고 있는 사찰’이라고 한다. 향일암이라는 명칭은 금오산의 기암절벽 사이에 울창한 동백이 남해의 일출과 어우러져 절경을 빚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향일암을 오르는 길은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여수 돌산갓지를 판매하는 상점이 늘어서 있다. 그 길을 따라 경사로를 오르면 화엄사의 일주문과 함께 긴 계단을 만난다. ‘유서 깊은 기도처에 갈려면 인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속설처럼 길게 이어진 돌계단을 10여 분 오르면 금오산 중턱에 자리한 향일암에 도달한다.

절의 왼쪽으로는 왼쪽에는 중생(衆生)이 서원(誓願)에 감응하였다는 감응도, 앞바다에는 부처가 머물렀다는 세존도, 오른쪽에는 아미타불이 화현하였다는 미타도가 있다.

<여수군지>와 <여산지>에 따르면, 659년(백제 의자왕 19) 원효 대사가 원통암(圓通庵)이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고, 950년(고려 광종 9) 윤필(允弼) 거사가 이곳에 수도하면서 원통암을 금오암(金鰲庵)이라 개칭하였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1713년(숙종 39)에 당시 돌산주민들이 논과 밭 52두락을 헌납한 지 3년 뒤인 1715년에 인묵대사(仁默大師)가 지금의 자리로 암자를 옮기고 향일암이라고 명명하였다.

근래에 경봉스님이 영구암(靈龜庵)으로 고쳐 현판까지 써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향일암이라는 이름이 워낙 널리 알려져 현재는 향일암을 사용하고 있다. 원효대사가 처음 개창한 원통암은 관음보살의 원통자재(圓通自在)를 일컫는 말로 사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향일암은 관음신앙의 중심처이다.

매년 12월 말일이면 향일암은 일출을 보려는 탐방객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기도처서 만나는 최고의 일출과 월출

매년 12월 말일이면 향일암은 일출을 보려는 탐방객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남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로 꼽히는 이곳에는 해마다 ‘향일암 일출제’가 열린다.

남도의 바다 위로 촛불을 켠 듯 어둠을 밝히는 향일암의 일출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태양의 아름다움은 눈이 시리도록 바다를 바라보게 만든다. 기암절벽을 올라 거침없이 탁 트인 남도의 바다를 눈 아래로 내려다보는 일출은 일상적인 아침과는 다른 하루를 열어준다. 일출제에는 31일 자정을 기해 33회 타종식과 함께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향일암 일출이 최고라면 월출(月出)은 백미이다. 해가 진 저녁. 청명한 하늘이면 보름이 돼서야 비로소 둥근 달이 뜨는 것을 본다. 일출이다. 일출을 보기 위해 기를 쓰는 사람은 월출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일출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면 월출은 옷깃을 여미게 하는 힘이 있다. 이제 월출을 보면서 철야정진기도를 하는 맛에 취해보면 좋을 듯하다.

1개의 대웅전과 2개의 관음전, 그리고 해수관음

향일암은 관세음보살을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중 가장 중교한 곳이라면, 대웅전 좌측위로 30여 미터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관음전이다. 사찰에서는 상관음전이라 칭하는 이곳은 원효대사께서 수도도중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한 곳으로 향일암은 창건설화를 나타내는 관세음보살님을 모신 전각이다. 관세음보살은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중생과 같은 몸으로 나투시어 중생을 구제하신다. 어떤 어려움에 처한 중생이라도 그의 이름을 지극정성으로 부르고 의지하면 고난과 불행을 면하고 해탈케 하는 대승불교의 대표적 보살이다.

향일암 관음전은 남해바다를 앉아서 볼 수 있는 기도처이다. 관음 중에서도 해수관음이라 칭해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전면 2칸에 옆면 1칸의 맞배지붕으로 만든 건물은 소박하면서 조용해 기도하기에는 좋은 장소이다. 관음전에 모신 관음보살은 1991년에 구리로 만들어 조성했고, 관음탱화가 후불탱화로 조성돼있다.

해수관음상과 원효대사가 수행정진했다는 관음전.

관음전을 나오면 바로 좌측에 해관음전을 나오면 바로 좌측에 해수관세음보살상이 남해바다를 자애로운 눈빛으로 보고 있다.

“누구나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한 가지 소원을 이뤄준다”는 주지스님의 말처럼 좁은 공간에 늘 기도객과 관람객들이 붐비지만 108염주 한번 돌려볼 시간이 있다면 이곳이 적격이다.

대웅전 오른쪽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또 다른 관음전을 만난다. 향일암의 성보(聖寶)는 모두가 관음이다. 계단을 장식한 돌거북도 관음의 화신이고, 대웅전 처마의 용(龍)도 관음에 화신이다. 바다의 특성을 상징하는 용왕이 모셔진 전각에도 관음전을 붙인 것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중생이 원하는 모습이면 어떤 모습으로도 화신하는 관세음보살의 너그러운 품 덕분일 것이다. 용왕전이라 불릴 수 있는 이 관음전에는 1900년대 조성된 아미타불상과 신중탱화, 아미타삼존탱화, 독성탱화가 모셔져 있다. 향일암 대웅전은 2009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최근에 복원했다.

원효스님의 가르침 오롯이 전해져

향일암을 지나 위쪽으로 한참을 오르면 경전바위 또는 불경바위를 만난다. 이 경전바위가 생기게 된 것은 옛날 원효대사가 수도를 끝내고 이 향일암을 떠날 때 그 많은 불경책을 가져갈 수 없어 공중에 날려 보낸 것이 멀리가지 못하고 이곳에 경전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이 바위는 한사람이 흔드나 열 사람이 흔드나 똑같이 흔들리는 흔들바위로서 한번 흔들면 한권의 경전을 읽는 공덕이 있다고 한다.

저작거리에서 민초들의 고통을 함께했던 원효스님의 마음을 보면 스님의 가르침은 경전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원효대사가 경전을 던져 버렸어도 그 경전은 돌이 되어 다시 나타났듯이 형식과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삶과 실천이 자연과 함께 드러나 있음을 나타내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험난한 산새로 인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원효스님의 마음을 보면 스님의 가르침은 경전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님의 수행처인 관음전은 그 가르침을 오롯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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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보다 중생치유 기도처로”

여수 향일암 주지 우석 스님

“관광사찰보다는 관세음보살이 현신하여 중생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기도처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수 향일암 주지 우석 스님〈사진〉은 향일암이 신도들의 기도도량으로 지속되기를 바랐다. 최근 향일암은 일출과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많은 탐방객들이 방문을 한다. 단순히 경치를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불교의 가치관을 쉽게 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우석 스님은 “다양한 불교적 행사를 개최하고 일반인들이 불교에 귀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지역사회와 소통을 하는 사찰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수 향일암은 다문화가정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고, 사회복지법인을 통해 다양한 복지사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행선 광주전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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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관광지

▲ 흥국사

흥국사는 사적기에 의하면 1195년 보조국사 지눌 스님에 의해 창건됐다. 이후 원나라 침략 때 모두 불타고 사찰은 폐사가 됐다. 1560년 법수 대사가 학준, 신잠, 수인, 양희, 영두 등과 더불어 흥국사를 재건했다. 이때 법당과 전각을 복원하고 원정과 선방을 건립해 가람을 중건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는 흥국사에서 의승수군 400명이 조직됐다. 법수대사가 건립한 건물들은 임진왜란, 정유재란 당시에 모두 불타 없어졌다. 계속된 불사에 의해 혹은 예전과 모습이 달라지기도 하며 혹은 새롭게 조성하기도 해 현재의 흥국사를 이루고 있다.

▲ 오동도

여수시에 있는 섬으로 멀리서 보면 섬의 모양이 오동잎처럼 보이고, 예전부터 오동나무가 유난히 많아 오동도라 불리게 되었다. 현재는 곳곳에 이 섬의 명물인 동백나무와 조릿대의 종류인 이대를 비롯하여 참식나무·후박나무·팽나무·쥐똥나무 등 193종의 희귀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자생하는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데 그 때문에 ‘동백섬’ 또는 ‘바다의 꽃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섬의 위치는 여수역에서는 1.2㎞, 여수공항에서는 19.7㎞ 지점에 있다. 면적은 면적 0.12㎢, 해안선길이 14㎞이다.

[청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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