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수 100일 연속산행’ 기념, 번개산행기
1. 때 : 2011. 4. 10(일)
2. 곳 : 광교산 경기대 후문(10:12) - 형제봉 - 토끼재 - 노루목대피소 - 억새밭 - 통신소 - 통신소 헬기장 - 광교저수지 - 경기대 (15:45)
3. 참가 : 문수, 은수, 영수, 길래, 상국(5명) + (뒷풀이 웅식, 해균)
* 사진상 1번 코스로 올라 8번 코스로 내려온 광교산에서 제일 긴 길.
100이라는 숫자...
숨 쉬는 것 빼놓고 내가 100일 동안 뭘 계속해 본 것이 있을까? 가만 생각해 보니 없다.
아, 꼭 한 개 있다. 밤에 잠을 잔 것.
그러니까 숨쉬기 운동하고 밤에 잠자는 것 빼놓고는 100일 동안 연이어 한 것이라고는 없다. 적어놓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식사도 분명 한두 끼는 걸렀을 것 같다.
100일 기도, 이런 말은 들어봤겠지만 100일 연속 산행이란 말, 자네들은 들어봤나?
평소 산을 잘 다니지만 도대체 몸무게는 늘 그대로인 게 불만이었다는 문수가 2011년 새해 첫날부터 어제 4월 10일까지, 꼭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산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간 다닌 산이 총 32산. 산행거리는 대충 1,000Km 정도 되겠다. 서울과 부산을 왕복한 셈이다. 친구들과 같이 간 날도 있지만 혼자 다닌 날이 더 많았을 것이다. 독하기를 넘어 참으로 지독하다. 지난 1, 2월 날씨는 또 얼마나 추웠나? 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산을 찾아다닌 사나이 중의 싸나이 황문수. 친구들에게서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며 고만해라.’는 말도 들었지만 하루하루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 게 꼭 100일.
토요일, 들여다 볼 결혼식이 있어 평택을 다녀오느라 정기산행 불참. 저녁은 또 간만에 집에 온 딸애랑 식사를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갑자기 ‘일요일 혹시 산에 가는 친구가 있나?’ 궁금해서 산우회 싸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가오리’란 이름이 반갑다. 클릭을 해보니... 번개산행, 가오리가 입질하고 은수가 화답해서 산우회 게시판 한 구석에 ‘경기대 후문에서 아침 10시, 광교산’으로 잡혀있었다.
밤늦은 시각, 실례를 무릅쓰고 문자를 보냈더니 가오리는 못 온다 하고, 은수랑 문수가 콜을 한다. 광용이 일마도 안 본지 좀 된 것 같아, 같이 갔으면 해서 문자를 보냈더니 자기는 오늘 산에도 안 간 놈이 분당까지 와서 친구들과 긴 뒷풀이를 하고 있다. 5명이 돌아가면서 전화를 바꿔 빨리 나오라고 성화를 부린다. 밤 12시, 지금 나갔다간 약속했던 내일, 아니 오늘의 번개산행은 물 건너 갈 판. 산에 못 간 게 보름을 넘었는데, 아이고... 그만 하루 욕 먹고 말자.
일요일, 느긋하게 일어나 밥을 먹고 집을 나선다. 도시락을 싸려다가 머리를 굴린다. ‘광교산, 10시 출발, 발 빠른 문수와 은수라.... 1시경에 내려와서 점심을 먹겠구나.’는 생각이 든다. 배낭이랄 것도 없이 그냥 유치원생한테 어울릴 조그만 가방에 달랑 물 한통만 넣고 집을 나섰다. 마트에서 컵라면에 막걸리 한 통을 사 넣다보니, ‘에게, 의자도 안 가왔네?’ 갑자기 의자 받고 부산으로 튄 광열이 생각이 난다. ㅋㅋ.
- 100일 연속산행을 하게 된 계기를 준 은수와 기록의 사나이 문수.
버스가 뭘 이리 수지 동네를 뱅뱅 도는 지, 12분이나 지각이다. 버스가 도는 걸 아는 친구라 불평이 없다. 뱅욱이가 있었다면 엄청 쿠사리 묵었을 게다. 생각지도 않았던 새신랑 영수가 왔다. 4명이서 경기대 후문을 출발, 12시에 시루봉에서 길래를 만나기로 했단다.
대학은 왠지 풋풋한 향이 나는데 공립 유치원교사 공채시험에 1명이 합격했다는 플랭카드를 보고, 취업난이 저렇게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무겁다.
광교산, 날씨가 풀려 그런지 무슨 사람이 이리 많은지, 광교산에서 이렇게 사람 떼거리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형제봉까지 많은 사람 추월을 해가며 거의 논스톱으로 올랐다. 오이와 포도를 먹으면서 좀 쉬다가 길래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안 된다.
제법 코스가 길다. 경기대 후문에서 토끼재까지 7.9Km로 되어있다. 정상은 아직 1Km 남았고. 여차여차 겨우 길래랑 연락. 백운산 가는 길목에서 만나기로 하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결국 억새밭에서 만나 좀 가다가 바람을 피한 명당자리를 발견 오붓하게 식사
식사하며 난데없이 군대 이야기가 한참 이어지다가 길래와 문수는 전경 몇 기냐며 기수를 맞추어보고, 영수와 은수는 장교 출신이라 또 자기들 이야기. 이 때는 진홍이가 와야 구색이 맞는데(같은 날 논산에 입대했는데 나보다 군번이 1,000번 뒤라서 한참 쫄따구다.) 하, 일마 이거는 와 산에 안 나오노? 날씨 좀 따땃해지몬 온다 해놓고 감감 무소식이다.
대충 내려올 줄 알았는데 문수는 엄청 긴 길을 택한다. 완전 광교산을 빙 둘러 영동고속도로 밑 토끼굴을 지나 광교 저수지를 다 돌아 내려왔다. 4시경에 당구에 미친 해균이랑 웅식이를 아주대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아직 시간이 남았다.
새로 오픈한 깔끔한 식당에서 목살구이를 놓고 100일 연속산행을 축하하며 즐겁게 한 잔. 100일 연속산행이란 기록을 세우고 성취감과 함께 찾아온, ‘내일부터는 뭘 할까?’하는 생각에 빠진 문수더러 ‘108번뇌를 끊어야지.’ 하면서 8번 더 이어 산행하기를 주문하자, 문수, 빙긋이 웃는다. 마음이 동하는 모양이다. 아마 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각, 문수는 101일 연속산행이란 신조어를 만들어가며 어느 산을 돌아다닐 것이다. 요즘, 산에 가끔 여우가 출몰한다던데 잘 피해 다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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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100일 연속산행을 기념하는 번개산행을 공지할까 하는 은수의 말에 문수가 이렇게 답을 해놓았더라.
문수답다.
문수 왈.
기념하고 안하고에 그리 의미가 있나!
작년에 만났을 때 겨울여행(은수)의 한마디에 분발하여
새해부터 시작한 산행인데
작심삼일의 3일이 지나고, 5일이 지나다 보니
하는 김에 계속 빠트리지 않고 100번은 채우자고 하다 보니 오늘까지 이르렀네.
친구들의 관심과 격려가 고마울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