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얼지 않고 바람 차갑지 않은 겨울.
1월 9일 금요일 낮 12시 30분.
하늘 날씨는 구름 없고 기온은 3℃.
스물네 번째 맞은 보금회 신년회인데 괜스레 가슴 살짝 떨립니다.
해가 바뀌고 달력 바뀌어도 일상에서 달라진 것 하나 없는데도.
어쩌면 그건 2026년이 열리는
시작달이고 덕담 주고받는 들뜬
세간의 분위기 때문일지 모릅니다만.
24년 동안 이어오는 모임이고
24년 동안 줄곳 보아온 얼굴이고
20여 년 동안 드나든 낯익은 장소지만
늘 이맘때마다 느끼는 온도는
사뭇 다릅니다.
무슨 연유인지요?
오랜 세월에 빛 바랜 삶의 무게 때문일까요?
정녕 나이 탓으로 돌려야 할까요?
어쩌면 오늘 함께한 22명도 같은 생각이라 믿습니다만.
자주 나오던 몇몇 친구들 얼굴
보이지 않아 섭섭했습니다.
가슴병 지닌 데다 눈 고생하며 감기고생 겪고 있는 김주현,
통풍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안창조 회장의 근황에 모두 걱정했지요.
어서 일어나 함께 술잔 나눠야 할 텐데...
“우리쯤 되는 나이에는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제일이다.
가급적 병원 출입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먹어라.
다만 찬 음식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강성구 회장의 인사말에 한쪽 구석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정성영. 25년 동안 장기 집권하고 있는 천우회 회장.
친구들은 그가 늘 얼음물 가지고 다니며 마시는 데도 별 이상 없다는
'기이한' 사실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지요.
최첨단 현대 의학이라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경험칙상 알고 있지요,
우리는.
보성고 53회 신임 김일웅 회장은 건배사에서 ‘소화제’를 강조했습니다.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
민주주의 제1의 덕목이지요.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말.
이런 말 '여의도 망나니’ 들이 새겨 들으면 좋으련만...
뒤풀이 하는 곳 ‘앨 샌드위치’.
손님 없는 탓에 20명이 홀 전부를 차지.
아메리카노, 오렌지주스, 디카페인, 샘물, 카페라떼...
마시는 취향도 갖가지입니다.
1시간 넘게 식당에서 수다 떨었는데도 무슨 할 말 남았는지
여기서도 쉬지 않고 마냥 ‘이바구’가 이어집니다.
서비스로 내주는 ‘소스에 찍어 먹는 건강빵’은 먹을수록 입맛 당기는
별미 중의 별미구요.
이곳에선 도무지 시간 개념이란 것이 없습니다.
삶의 훈장 ‘80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복잡한 세상사의 처방’에
저마다 일가견을 설파하니 그럴 밖에요.
어쩌면 손님이 이 말 들었다면 정치 평론가들 모임이라고 착각했을 터.
눈치 밝은 친구가 주위 살피고 슬그머니 일어서지 않으면
열띤 분위기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성 싶습니다.
뭔가 미진했던 ‘주당’들이 2차 행에 나섰는지 말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오늘 밥값 대신 내준 강성구 회장님,
맛있는 커피 마시게 해준 김일웅 53회 회장님,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이 글로 만나는 친구들이여,
붉은 해 힘차게 떠오르는 천기 받아
올해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지낼수 있도록
큰 복 듬뿍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