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에 맛보는 타향(他鄕)에서의 <고향묵밥정식> ♡ 내 직장 근처에 얼마 전에 <안동묵집>이란 눈에 익은 간판 하나가 걸렸다 달리 눈에 익었겠는가! 여기서 야(也)하면 저기서 호(乎)할 만큼 지척(咫尺)의 땅에 안동(安東)이란 곶이 있어 평소 고향 같은 느낌을 늘 지울 수 없었던 바 인상 깊게 바라보게 된 건 당연하다 할 것이다 딱이 찍어서 예기 할 것 같으면 객지에서 예천(醴泉)사람이 영주(榮州)사람 만나듯 그렇게 반갑더란 예기다 꼭 음식 맛을 보기 위해서라기 보다가는 - 객지(客地)에 임하노라면 고향 까마귀도 반갑다고...,- 인사 차 한 번 들러보리라 마음먹고 어느 날인가 들러서 수인사(修人事)를 하게 되었는데 주인 남자의 고향이 <안동시 서후면(西後面)이란다 <안동시 서후면>은 <안동 유교문화의 박물관>이라 할 만치 유교문화 유적이 유난히도 많은 곳이다 나는 작년 여름휴가 때 이곳엘 들러서 그곳만의 자랑거리들을 두루 답사한 일이 있다 구수한 안동 사투리 그리고, 훤칠한 키와 튼실한 몸피에 소탈하게 생긴 주인 남자는 여태 총각이라는데...,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투박하게 생긴데 비하면 요리 솜씨는 참으로 일품이다 운두가 높은 냉면 대접에다가 고향땅에서 익힌 기술로 농도 짙게 쑨 주재료인 가늘게 썬 푸짐한 <메밀묵>위에 송당송당 썬 배추김치랑 계란(鷄卵)지단(鷄蛋)을 썰어 얹고 잘게 저민 <소고기>로 <꾸미=고명>를 했다 그 위에다가 멸치로 우려낸 얼음육수(肉水)를 넉넉히 들어부어 한 그릇 두 그릇 담아내는데, 그 위에 밥을 반 공기 가량 말아서 한 술 두 술 퍼 먹는 그 맛이 꿀맛이라! 바로 이 맛이다! 바로 이것이 고향 맛이다! 속으로 탄사를 연발하며 금 새 한 그릇을 비운다 마치 걸신(乞神)들린 사람처럼 말이다 오늘 점심도 그 곳에서 먹었다 그것도 <안동시 서후면>이 고향인 직장 상사(上司)와 함께 말이다 이분은 자기와 같은 고향이라고 수시로 이곳엘 들린다 했다 이 집의 주력(主力)인 <묵밥>뿐 아니라 다른 식단(食單)들도 모두 <고향식> 일색이다 이를테면 유일하게 안동에서만 제사상에 올린다는 문어(文魚)가 또, 이집의 특화(特化)상품이다 게다가 높다란 묵밥 그릇을 우러러 따라붙는 반찬들을 한번 살펴보자 이름만 들어도 정겨워 절로 앙증스러움이 느꺼운 <종지>에 쪽파를 송당송당 썰어 넣은 짭짜름한 조선 장물에다가 소금맛에 버금가는 토속 된장에 오늘은 오이 노각김치도 내어왔다 살짝 데쳐 썬 배추에 참깨가루로 무친 배추나물에 이맘때의 고향 별미(別味)랄 호박전까지 나왔다 이만하면 우리들 혀끝에 코끝에 그리고, 눈동자에 반백 년 익은 고향 맛이 아니겠는가! 오늘같이 더운 날 <안동묵집>이 아닌 우리 벗님들의 집에서 직접 조리해서 먹는 <예천묵밥 정식>을 한번 연출해보시면 어떻겠는가 싶네! <묵밥>은 저 칼로리 <다이어트식>으로도 그만 이라는데..., - 이규영 -
출처: 월호 원문보기 글쓴이: 이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