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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시리도록 사랑합니다. 당신을...
힘 내세요!
그리고 건강 유의 하세요...
당신과 내가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몸부림치며 붙잡았는데
무정한 하늘은 우리 딸을 데려가고야 말았지요.
참으로 힘든 세상,
드라마나 소설에서도 볼수 없었던 너무나도 힘든 삶.
당신과 나 겪고 말았네요...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추웠지요.
그래도 찾아오는 봄 햇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가슴 시리도록 춥던 추위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해님이 세상을 온통 따뜻하게 비추어 주고 있네요.
당신과 나 둘이 하나가 된지 10년이 되었는데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것 같군요.
그래도 마누라라고 옆에서 떡 버티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고 그저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렇게도 힘들고 그렇게도 춥게 살아온 우리의 삶...
밟히면 일어서고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는 잡초처럼,
질기디 질긴 질경이처럼,
넘어지면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끈질기게도 일어서는 당신.
힘이 들어도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잘도 견디며 살아오신 당신에게 그저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한 내가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네요.
우리 결혼해서
마음 편하게 살아본 날이 몇 날이나 될까요?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결혼 일 년째 된던 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받았지요.
사랑스러운 아들이 태어나던 그날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다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좋아했었지요.
그러나 그 행복은 잠시뿐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하던 아들이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지요.
세상은 우리보고 행복하지 말라고
그때부터 훼방을 놓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너무나 열이 심해서
개인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종합병원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보내주던 그날,
백혈병 아니면 종양이니
빨리 가라던 청천벽력과도 같은 그 말.
하늘이 무너진다는 그 말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지요.
어린 아들을 들쳐업고 지하철을 타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향하던 그때
우리는 얼마나 울었습니까?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목은 메이고
찢어지는 듯한 가슴의 통증을 느끼면서 하염없이
소리 없는 눈물만 흘리고 있었지요.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 우리를 힐끔거리며 바라보았지만
우린 의식하지도 못한 채 그저 울기만 했지요.
더욱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는
치료해서 결과가 좋으면 청소년기까지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3개월 이내라고.
당신과 나 병원 화장실에서
안방 인양 뒹굴며 두 다리 쭉 뻗고 울던 그날.
그때 그 심정 어느 누가 알까요.
어느 누가 느낄 수 있을까요.
그래도 봄은 오듯이 세월은 바뀌듯이
애타는 우리의 마음을
하늘은 읽으셨는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셨지요.
청소년기까지 치료를 해 주어야 한다는 말에
천하를 얻은 것 같던 그 기분...
아, 누가 알까요.
그렇게 해서 우리 아들은 18개월 때부터 병원생활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일 년이면 반을 병원에서 살아왔는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을
당신은 참으로 잘 견디어 주셨어요.
참으로 고맙습니다.
주위의 모든 분들이 어렵게 살아왔으니
앞으로는 좋은 날만 올 거라고 우리를 위로해 주셨지요.
그러나 하늘은 우리를 그냥 놓아주지 않았지요.
열심히 살아보려고 정말 열심히 살아보려 했는데
또 한 번의 크나 큰 고통.
내 집을 마련해 보겠노라고 조합아파트를 신청했는데
계약금 중도금 몸땅 사기 당해 버리고 말았지요.
이련 시련이 또 있을까요?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주위의 사람들에게서 나쁘다는 소리 듣지 않고
그저 욕심없이 착하게 살아왔는데.
하늘은 우리를 미워 하더군요.
우리는 두 손 붙들고 엉엉 울면서
다시 살아보자고. 죽지 않으면 살 수 있을 거라고.
지금부터 처음이라 생각하고 다시 살아보자고 맹세하면서
몇 날을 그렇게 울면서 살았지요.
아들의 병원생활. 또 그런 어려움.
참으로 힘든 세상이었네요 .
너무나 힘들어서 쉬고 싶은데 쉴 수도 없는 당신과 나.
세월을 원망하면서 돌아오는 세월을
다시 붙들고 살아보겠노라고 다짐했지요.
그렇게 우리 아들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동생 하나 낳으라고 했지요.
동생 생기면 아들도 건강해 질 거라면서.
그 말에 힘입어
우리는 예쁜 딸아이를 낳았지요.
정말 예쁜딸.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을.
우리는 하루하루가 즐거웠지요. 행복했지요.
천하를 얻은 것 같은 마음.
가진 것은 없지만 정말로 행복했지요.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때처럼 행복하고 살맛나는 날은
없었던 것 같네요.
우리 딸이 뱃속에서 병원생활. 젖먹이 때 병원생활.
아장아장 걸으면서 병원생활.
오빠 때문에
병원에서 살아온 시간이 집에서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것 같네요.
그래도 우리는 참으로 잘 견디어 왔어요!
그래도 고마운 것은 우리 딸이 감기 한 번 앓지 않고
잘 자라 주는 것이었어요.
있는 재롱 없는 재롱 다 피우며 우리를 웃고 살게 해주었지요.
동네 아줌마들도 여우라고
인천 여우라고 다들 예뻐해주시고 귀여워해 주셔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랐지요.
유난히 멋부리기를 좋아하고, 치마를 좋아하고
머리끈. 반지. 귀걸이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내 딸.
네 살 때
한글 읽고 쓰기를 끝내고 구구단을 완벽하게 외우던 내 딸.
너무나 똑똑하게 자랐지요.
정말 행복 하다고 돈은 없지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짐하며 살아가던 그 어느 날,
또 한 번 하늘이 무너졌지요.
그렇게 건강하던 내 딸이
감기 한 번 앓지 않던 내 딸이
오빠와 같은 병명을 선고받았지요.
아! 누가 알리오! 하늘은 알까요? 날아 다니는 새들은 알까요?
우린 믿을 수가 없다고 아닐 거라고 부정하고
원망도 해보았지만 현실이었지요.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움켜쥐며 그날 참으로 많이 울었지요.
그래서 병원생활이 또다시 시작되었고,
이제는 두 아이 모두 병원생활.
여덟 살, 다섯 살.
서로 엄마를 차지하려고
엄마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지요.
셋이 한 침대에서 지낸 병원생활.
그런 세월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간호를 하던 그 시절.
그때 당신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병원 생활하는 우리 셋한테 미안해서
두 다리 뻗고 이불 펴고 마음놓고 잘 수가 없어서
베개만 놓고 잔다고.
드라마나 소설 같은 데서 하얀 밤을 지샜노라 하는 말을
당신은 겪어 보았노라고.
정말로 하얀 밤을 보냈노라고
마음 편히 자본 적이 없노라고 했을 때
콧날은 시큰하고 찢어지는 가슴을 움켜쥐며
어찔할 바를 몰랐답니다.
당신, 정말로 마음 고생 많았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무도 없는 빈방에
불도 켜지 않고 울던 날
이 몇 날 이던가요.
저에게 그랬지요.
남들처럼 술이라도 마실 줄 알면
정신없이 마시고 미쳐 버리고 싶다고.
그래서 날마다 병원에 전화하고
일 주일 이면 몇 번씩 먼길을 찾아오고.
자식들보고 돌아 갈때면 울고
아이들은 아빠와 헤어지기 싫어서 울고.
우리 식구 흘린 눈물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도 살아보려고 발버둥쳐도
하늘은 절대로 우리를 그냥 놓아주지 않더군요.
병원에서 지낸 지 6개월만에
하늘은 우리 딸을. 예쁜 우리 딸을 데려가고 말았지요.
당신과 내가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몸부림치며 붙잡았는데
무정한 하늘은
우리 딸을 데려가고야 말았지요.
참으로 힘든 세상,
드라마나 소설에서도 볼수 없었던
너무나도 힘든 삶.당신과 나 겪고 말았네요.
주위의 모든 사람들 이제는 좋은 날 있을 거라고
이보다 더한 일이 또 있겠느냐고
힘내어 살아보라고 위로를 해주지만
그 누가 우리의 아픔을 알까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하지만 당신과 나, 말이 없어도 알 수 있잖아요?
힘 내고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가요.
사랑하는 우리 딸은 곁에 없지만
사랑하는 아들이 있잖아요.
우리 맹세했잖아요.
남은 아들 잘 키워서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모든 아이들 생각하며 도우며 살아가자고 그랬잖아요.
그것만을 우리 딸이 바랄 거라고..
지금도 그 독한 항암제와 싸우고 있던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잊을 수가 없어요.
얼마전 당신의 지갑에서
우리 딸이 병원에서 아빠께 카드 보낸 걸
간직하고 계신 걸 우연히 읽게 되었어요.
'아빠 읽어보세요.
아빠 생일 때 반지 사줄게요.
엄마 말 잘 듣고 오빠와 싸우지도 않고 있어요.
소뼈 국물도 잘 먹고 있어요.
빨리 나아서 아빠한테 갈게요.
아빠 집 잘 보고 있어요.'
그 글을
당신은 얼마나 꺼내보고 또 꺼내 보았는지 다 달았더군요.
우리딸은 항상 우리 곁에 있어요.
이제는 힘내세요.
우리 아들 잘 치료해서 훌륭하게 키우자고요.
동생이 오빠 지켜줄 거예요.
잘 키워야
자신처럼 아픈 아이들 도우며 살 수 있잖아요.
참으로 힘든 세월 잘 견디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병원생활을 얼마나 더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힘들게 살았으니까
이제는 하늘에서 보너스를 줄지도 몰라요.
분명 우리 아들 건강 되찾게 해줄 거예요.
우리 악한 일 한 적 없잖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일만 하며 살자고 맹세했잖아요.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보자고요.
가슴 시리도록 당신을 사랑합니다.
힘 내세요!
그리고 건강 유의 하세요...
아! ~ 너무나도 절절한 사연...
아직까지 이겨내온 세월.
그 속에 감추어진 슬픔과 고통이얼마나 컷을까요?
주인공의 말처럼...
하늘의 보너스를 받으셔서 남은 여생은 행복하시기를,
그리고...
십자가의 사랑이 전달되어...
저, 영원한 하늘에서 주인공의 온 가족이,
먼저 간 사랑하고 사랑하는 예쁜 따님을 만날 때...
이 땅에서의 그 처절했던 고통은....
눈 녹은듯이 씻어지겠지요...
꼭. 하늘에서 뵈어요 ~~~
우리 구주 예수그리도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에... 반드시 힘 센 천사가
따님의 무덤에서 사랑하고 사랑하는 예쁜 따님을
주인공 부부와 아드님과 만나게 해 주실 거에요..
우리 주님 께서는요...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