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마음놓고 걸어볼 만한 산이 없을까.”
발 맛을 안다면 산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가을산은 단풍구경 억새구경이 인기라지만, 그래도 땀흘리며 오르는 ‘원초’적인 산행 재미를 능가할 수는 없다. 걸음의 미학은 아침저녁으로 싸늘한 바람이 이는 이맘때 더 절실해진다. 아무리 걸어도 등허리만 촉촉해질 정도여서 좀처럼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산꾼들의 이야기.
이번 주는 함안의 오지, 투구봉과 광려산(匡慮山)으로 찾아간다. 함안군 여항면과 마산시 내서읍에 걸친 광려산은 낙남정맥의 연봉으로 700m급 능선이 어깨를 잇대고 있다. 정상을 중심으로 동으로는 마산의 대산, 무학산으로 뻗어가고, 서쪽에는 여항산 서북산이 곧추서 있다.
산행코스는 원점회귀로 ‘함안군 여항면 내곡마을~다리삼거리~취수탱크~능선~헬기장~바위전망대~700m봉~투구봉(상투봉·725m봉)~광려산~다리삼거리~내곡마을‘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약 5시간.
버스에서 내리면 도로 너머 내곡마을 표지석이 보인다. 포장도로를 따라 내곡교를 건너면 마을로 들어간다. 가을걷이가 끝나 가는 들녘을 가로질러 20여분 가면 내곡동회관(경로당)이다. 하루 두 차례 들어오는 버스는 회관앞 공터에서 돌아나간다.
회관을 지나면 돌담길이 시작된다. 기왓장을 인 옛집이 많아 유달리 고풍스런 고샅길이다. 길섶 감나무에는 예쁘게 물든 주홍빛 홍시가 가을 햇살을 받고 있다. 저수지둑이 보일 즈음 삼거리를 만난다. ‘기도원’나무 푯말을 지나 왼쪽 저수지길을 따른다. 오른쪽으로는 작은 시멘트 다리가 놓여 있다. 저수지로 올라서자마자 길이 꺾이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취수탱크가 보인다. 취수탱크와 포구나무 사이로 숲길이 나 있다. 이곳이 들머리다.
10여m 오르면 무덤 2기가 보인다. 가운데로 가로지르면 반남 박씨묘. 무덤이 잇따라 나온다. 20여분 오르면 산허리를 가르는 임도에 닿는다.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10여m만 발걸음을 옮기자. 왼쪽 절개면으로 오르막길이 보인다. 절개면 높이가 2곒가량 되므로 오를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절개면에 올라서면 여주 이씨 무덤이 기다리고 있다. 무덤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치받이길이 시작된다.
급·완경사가 이어지며 20여분 올라간다. 비탈이 끝나면 길 좋은 능선이 있다. 홍송이 좌우로 아름드리 자라고 있다. 약 15분 뒤 폐헬기장, 무덤을 지나면 삼거리다. 이 갈래길이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반드시 옅은 오른쪽 길로 비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