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에 세존께서 대중을 거느리시고 큰 들을 지나가는데,
어떤 한 여자가 모래 방천에서 '사람 살리라.'
외치거늘, 세존이 그곳에 이르러 보시니,
그 여자의 윗도리는 밧줄로 결박되어 있고 아랫도리는 모래에
파묻혀 있는지라. 세존에 제자로 하여금 그 결박한 것을 풀 게
하신 후 광명을 놓으시니 그 여자의 묻힌 몸이 저절로 솟아올라
땅에 앉게 되었다.
아란이 여쭙기를,
"저 여자는 무슨 일로 땅에 묻혀 고생을 하였습니까?"
세존이 대답하시기를,
"그는 그 여자가 당할 일이니 당자에게 물어보라."
아란이 그 여자를 보고 묻기를,
"그대는 어찌 해서 그러한 액난을 당하였는가? 바른대로 말하면 우리
부처님이 그대를 좋은 길로 인도하실지니라."
여자가 정신을 차려 자초지종 설명하여 말하기를,
"여러분께서 죽을 목숨을 살려주시고 또 앞길을 인도하신다니
추호인들 어찌 거짓말을 하오리까. 나는 본시 아무 동리에 사옵는데,
아이를 배어 만삭이 되었습니다. 친정에 가서 해산하리라 하여 남편과
함께 어린 것을 데리고 가는데, 항하수 물가에 이르니 마침 큰 비가
지나간 뒤여서 흙탕물이 흘러내려 깊이를 짐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날이 저물어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그만 수풀 속에 들어가 하룻밤을
드세우고 밝은 날 아침에 건너가자 의논한 후, 그날 밤은 강언덕에서
자게 되었는데, 밤중에 남편이 벽력같은 소리를 질러서 깜짝 놀라
깨어보니 어스름한 달밤이라 잘 보이지는 않으나, 커다란 독사가
달려와서 남편의 목을 물어 죽였습니다.
만삭된 여자의 몸으로 무인지경에서 큰 일을 당하고 보니 그만 눈앞이
캄캄하여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서 남편의
신체를 모래사장에 대강대강 묻어놓고 다시 일곱 살 짜리 어린 것을
보고 타이르기를,
"이 물을 한꺼번에 건널 수가 없다. 너는 이곳에서 앉아 놀게 되면
내가 먼저 두 어린 것을 데려다가 저 건너 편에 앉혀놓고 다시
건너와서 너를 업어 갈 터이니 꼭 이 곳에 앉아 기다려라."한 후,
다섯 살 짜리를 등에 업고 세 살 짜리는 치마에 싸고 물을 건너는데,
물이 깊은 듯하므로 왼편 손으로는 등에 업힌 것을 받치고 바른
손으로는 아랫도리 옷을 거머 쥐고 또 치마에 싸인 아이를 위해서
치마귀를 입에다 물었습니다.
물 가운데 이르러 조심조심 건너는데 이쪽 언덕에 있던 어린 것이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가 남으로 깜짝 놀라 흘끗 돌아보니, 커다란
호랑이가 난데 없이 달려와서 이런 것을 공기 받듯이 놀리고 있습니다.
엉겹결에 "이 놈!" 하고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입이 벌어지면서 치마
폭이 쑥 빠지면서 안았던 어린 것이 그만 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걸 어찌하나 하고 두 손으로 건지려고 왼쪽 손을 떼는 동시에 등에
업혔던 어린 것이 또 물에 떨어졌습니다.
불과 이틀 동안에 남편은 독사에게 죽고 맏이는 호랑이에게 상하고 두
놈은 고기 배를 채우고 보니, 내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이 있겠습니까.
그만 물에 엎어지려는 찰나에 다시 생각한 즉, 고족한 남편으로 자식
세 놈까지 일시에 잃고 보니 내가 따라서 죽고 보면 한 집안은 영영
문을 닫을지라 내가 모진 목숨을 붙여 복중(腹中)에 있는 자식을
보호하여 천만다행으로 남자가 출생하면 그 집 향화를 잇게 하리라는
한 가닥 희망으로 네 부자의 시체도 돌아볼 여지가 없이 깊은 물을
간신히 건네서 친정으로 향하는데, 마침 우리 동리 사람들이 나오므로
친정부모소식부터 물어보았습니다.
대답하기를,
"부인의 친정댁에는 그저께 밤에 불이 나서 부모님은 화염 중에 나오지
못하고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너무나 가엽다."
고 위문을 하옵디다.
그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저, 갈 바를 몰랐습니다. 그러는 중에
화적떼 십여명이 나타나서 그 괴수 되는 놈이 말하기를,
"그 여자를 보니 무슨 걱정이 있는 듯하나 얼굴을 보니 그대로
쓸 만하다. 내가 상처 후에 사람을 구하는 중이고 너도 중로에서
상부를 하였다 하니 그도 천생연분이다."
하며, 이 길로 따라 가자 하옵디다.
정신없는 중에 이 게 웬일이냐 하며 여러 가지로 거절하였지만 강약이
부동으로 하는 수 없이 끌려갔습니다.
도적굴에 들어간 후로는 출입을 못하게 깊이 가둬두고 밤으로는 산
밖으로 내려가 도적질을 하여 오곤 하였습니다.
어제 저녁에 괴수놈은 또 나가고 혼자 있는 중에 해산기미가 보이는데,
방이 춥고 해서 부엌으로 들어가 가마솥에 물을 가득 붓고 장작을
많이 지펴 놓고는 들어와서 아이를 낳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밤중은 되었는가 봐요. 혼자 아이를 낳고 있노라니, 밖에서
나팔소리가 나며 괴수놈이 문 열어라 소리를 지르는 모양입디다.
아이를 낳고 몸이 괴로워서 어릿어릿하는 판에 그 놈이 문을 얼른 열지
않는다고 성을 내며 문을 박차고 들어와서 그만 매질을 하려 듭니다.
"여보시오. 당신도 보다시피 아이를 낳지 않았습니까. 내 몸이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니 그만 용서하시오."
한 즉, 웬 도적놈의 씨를 내가 받아 키울 듯하냐 하며 그만 발목쟁이를
들어 부엌문밖으로 내치는데 물이 펄펄 끓는 가마솥으로 떨어졌습니다.
"여보시오. 아무리 당신 자식이 아니기로서니, 끓는 가마에 집어
넣을 수가 있습니까."
"어, 끓는 가마에 들어갔어. 그러면 잘 되었다. 어린 고기맛이 썩
좋으니 익거든 건져다가 술 안주나 해야겠다."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요. 어쩌면 사람의 고기를 먹으리까?"
"흥, 네가 맛을 못 본 말이로구나. 노부터 맛을 보여야지."
하며, 그만 아이를 건져 칼을 가지고 들어와서 살을 비어주며
먹어보라고 야단입니다.
세상천지에 누가 제 자식 고기를 먹느냐고 한 즉, 그만 달려들어 입을
벌리고 쑤셔 넣고는 하는 말이,
"만일 씹어 삼키지 않으면 이 칼로 네 목을 찔러 죽이겠다."
고 위협을 합니다.또 겁이 나서 어쩔 줄 모르는 판인데, 별안간 문밖에
서 불빛이 환하여 지며 대포소리가 '쿵'하는 동시에 관군이 달려듭니다.
괴수놈도 겁이 나는지 그만 즉은 아이를 이불 덮어 한쪽으로 밀어
붙이고 사시나무 떨 듯 벌벌 떨고 있습디다.
관군이 달려들어 포승으로 결박지으며 또 나를 잡아다가 일으키고
하는 말이,"도적놈의 계집도 잡아다가 조사할 일이 많다."
하고 한 밧줄에 꿰어 몰아내니, 무어라 발명할 겨를도 없습니다.
동구 밖으로 끌러 나와 이곳에 이르니 날이 환하게 새는데, 그 중에
상관되는 자가 말하기를,
"도적놈은 땅에 파묻어 버리고, 계집년은 특별한 죄가 없으니, 윗도리
결박한 체로 무릎이나 땅에 묻어 왕래인으로 보게 하여 참괴심을 내게
하라."하고, 도적놈만 저곳에 파묻고는 나는 아까 그 모양으로 발을
빼지 못 할만큼 묻고 가 버렸습니다."
말을 마침에 아란 대중이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돌아와 여쭙기를,
"저 여자는 전생에 무슨 죄업을 지어서 그와 같은 고통을 받습니까?"
세존이 대답하시대,
"세상일이라는 것은 모두 제가 짓고 제가 받는 것이니라. 이 여지의
과거사를 말할 터이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과거 무수 겁에 낭일 장자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재물이 누가만이나
부부같이 오십년광이 가까웠지만 일점 혈육이 없는 고로 하루는 그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말이,
"내가 시집 온지 삼십여년에 한낱 자식이 없고 보니 조상의 향화를
누가 받드오리까. 내 생각에는 젊은 사람을 맞아드려 후사를 보시면
좋을까 하나이다."장자가 대답하기를,
"자식없는 사람이 소실을 얻는다고 자식을 본다 하면 세상에 무자식할
사람이 있겠소? 그러나 부인의 말이 그러하다면 시험삼아 얻어
보시었다."하고,
젊은 사람을 드려 세웠더니, 얼마 아니 되어 과연 일남(一男)을 낳게
되니, 골격이 청수한지라 장자 극히 사랑하고 점차로 본처를 소박하니
본처가 다시 생각하기를, '저 자식이 만일 장성할진데 우리집 재물은
모두 저 모자에게로 돌아갈지라. 나 홀로 개밥에 도토리가 될 것이라.
차라리 그 자식을 죽여 없애는 것만 같지 못하다.'
하고, 기회를 엿보더니 어느날 마침 장자는 외출하고 그 어미는
이웃집에 갔는지라,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하고 그만 철침을 가져
자는 아이의 머리 숨통을 내려처서 직사를 시켰다.
한참 있다가 그 어미가 돌아오니 어린 것이 죽어 있는지라, 본처의
소행임을 짐작하고 실성통곡하며 꾸짖어 가로대,
"이 악독한 년아, 어쩌자고 남의 자식을 죽였느냐?"
한즉,본처가 변명하기를,
"그게 무슨 말이냐! 네 자식이 곧 내 자식인데, 내가 죽일 리가 있느냐.
자식이 아니고 설사 남이라 하자. 사람이 어찌 사람을 죽이겠느냐!
내가 만일 죽였다면 얼마 안 있어 급병을 얻어 죽은 후에 다시 인간에
태어날지라도 내 남편이 길 가다가 독사에 물려 죽고, 자식은 호랑이가
물어갈 것이며, 또 나의 부모는 불에 타서 죽을 것이고, 다시 자식이
있다면 끓는 가마에 삶아 그 고기를 씹을 것이고, 나는 다시 강도놈의
계집이 되어 산채로 흙에 파묻힐 고통을 당할 것이다!"
하며,명천 일월과 토지신령과 제천 신장은 모두 증명하였으니,
이 일을 밝혀주옵소서."
하고 손벽치며 발악하니, 이웃사람이 모였다가 그 변명이 지독함을
듣고 모두 이번 참척은 어린 것의 급병이지 본처 소행은 아니라 하였다.
그리고 며칠이 못되어 본처는 급병으로 죽어 무간지옥에 들어가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다가 이 세상에 태어남에 제가 지은 악담인연으로
꼭 그와 같이 벌을 받았을 것이다.
오늘 저 여자는 목석과 다를 것이 없는 불쌍한 중생이니 당분간은
부근 촌락에 소개하여 소복을 시켰다가 다른 날 영산법회로 데려가서
삭발위승하고 불법인연을 맺게 하라."
하시니,아란대중이 부처님의 위덕에 감탄하고 그 말씀대로 봉행하니라.
『 옴마니반메훔 』
두 집에 한 자식이 되다.
세존이 그 길로 제자들을 데리고 한 곳에 다다르니 한 자식을 두
집에서 서로 빼앗아 가려고 하여 부처님께 해결하여 주실 것을
발원하거늘, 세존께서 각각 그 소회(所懷)를 설명하라 하셨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여쭙기를,
"저는 하수 북촌에 있는 사람이옵는데 먹을 것은 넉넉하므로 세상에서
백만장자라 이르옵니다. 그러하오나 오직 자식이 없어서 우리 부부가
명산대천에 기도하와 늦게 한 자식을 두었습니다. 세 살이 되어 그
어미가 데리고 하수를 건너 친정으로 가는대, 배에 오르자 실족하여 그
아이가 물에 떨어졌습니다. 물결이 급함으로 건져낼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 어미가 가슴을 치며 물속으로 뛰어들고자 함에 뱃사람들이 구호해서
집으로 돌아와 실성통곡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그만하면 알아 듣겠다. 또 저 사람이 설명하라."
"예, 저는 하수 남촌에 사는 아무개올시다. 역시 재산은 넉넉하오나
또한 자식이 없어서 부부가 서로 개탄하더니, 일전에 집안 하인이
그물을 가지고 하수에 나아가서 큰 고기 한 마리를 잡아왔기로 그
고기를 작파하오니, 그 속에서 옥동자가 뛰어 나오며 어미를 부르옵니다
우리 부부가 십분 다행하여 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의논하기를,
"이는 반드시 용왕이 우리 무자함을 불쌍히 여겨서 내여주신 것이다."
하고, 쥐면 깨질까 불면 날아갈까 주옥같이 기르는 중에 수일을 지내서
저 사람이 찾아와서 하는 말이,
"이 아이는 우리가 잃었던 자식이 분명하니, 칠보를 얼마든지 아끼지
않고 갖다주마."하며 아이를 데려가겠다 하였습니다.
나는 말하기를,
"그대의 자식이 틀림없다 할지라도 남 모르게 내가 데려온 것도
아니겠고, 고기 뱃속에서 얻은 바이니 나의 복력(福力)으로 생긴 바라,
어찌 내어 주겠느냐, 하여 서로 경쟁이 되었습니다.
그 송사가 지방관리로부터 조정에까지 이르렀사오나 한쪽으로
처결되지 못하옵고 다만 국왕께옵서는 하교하시기를,
"오직 부처님은 삼계의 자부시라, 나아가 예배하고 그 연유로 발원하면
반드시 특수한 처결이 있을 것이다."
하옵기로, 저희들은 속히 결정하여 주심을 희망하와 오늘날 길을
떠나려고 하던 차에 마침 이와 같이 강림하시오니 너무나 감격하사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이 각각 후사를 위하여 다투는 모양이니 두 집에서 각각 장가를
드리게 하고, 그 아들은 남북촌에 한 달씩 있게 하여라. 그리다가
남촌 며느리에게 자식이 나거든 그 집 후사를 잇게 하고, 북촌
며느리에게 자식이 나거든 역시 북촌 후사를 잇게 하라."
하시니, 두 사람이 말하기를,
"그는 제일 공평한 처분이시라."
하며, 그만 화해하고 각각 돌아가니,
아란이 그것을 보고 여쭙기를,
"이 아이는 전세에 무슨 복덕을 지었기에 두 장자의 집에 한량없는
부귀를 누리게 되옵니까?"
세존이 대답하시기를,
"이 아이가 과거 비바시불(佛) 때에 처사되어 살생계를 가졌고, 또
금전을 변통하여 그 부처님께 시주한 공덕으로 물에 빠져도 죽지
않으며 두 장자에게 한 자식이 되어 무량복덕을 받게 되었느니라.
또 이 아이가 두 장자에게 숙세 은혜를 받을 적에 생각하기를,
'오는 세상에 그 집 자식이 되어 은혜를 갚으리라.' 하고 원을
세웠으나 불연(佛緣)이 있어 진세(塵世)인연은 일생뿐만 남았으므로
한꺼번에 두 집 자식이 되어 과거은혜를 갚게 되는 바, 오래지 않아
한 집에 한 아들씩을 나아 후사를 잇게 하고 나의 법중(法中)에
출가수도하여 나한과(羅漢果)를 얻으리라."하시더라.
옴마니반메훔은 관세음보살님의 육자진언(六字眞言)이다.
진언은 그 뜻을 묻지 말고 오로시 마음을 비우면서 소리내어 외운다.
윤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데 큰 도움을 얻는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