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차 안에서 선교
97년 12월 7일 아침, 일어나 창 밖을 보니, 날씨는 잔뜩 흐리고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지산성당 가두선교 봉사자 13명은 동대구역에서 승차한 후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대전 유천동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장 가롤로씨외 저희 봉사자들은 열차 안에서부터 선교의 불이 붙었습니다. 문 아딸리아씨는 옆좌석의 손님이 세번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싹싹하고 친절하게 친분을 나눈 후에 선교책을 전하였고, 저는 그분들 중에 전라북도에 산다는 한 아주머니께 선교책을 전하고 「자기 소개서」를 써달라고 부탁하였더니 기꺼이 써 주었습니다. 함께 간 박 로사 단장님을 비록하여 열차에서 저희 봉사자들은 네장의 자기 소개서를 받았답니다. 저희가 탄 8호차뿐 아니라, 다음 칸으로 건너가서 핸드백에 넣어간 책까지 모두 다 전했습니다. 좌석이 없어 서 있으면서도 책을 받아들고 열심히 읽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흐뭇했습니다.
2) 유천본당 교우들과 함께 선교
유천동 성당에 도착해 보니 가두선교 나갈 준비가 좀 미비하였지만 저희 지산성당 가두선교 봉사자들은 그분들을 도와서 선교나갈 준비를 함께 하였습니다. 우리 봉사자들을 앞세워 모두 12개조로 나눠 자기 거주지 지역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저와 이 베로니카 단원은 그분들이 구체적으로 활동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먼저 활동사례를 발표하였습니다. 그 후 저는 유천본당 다윗의 탑 Pr. 단원 3명과 한 조가 되어, 현재 살고 있는 성당 가까운 동네로 방문선교를 갔습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어느 쌀가게였습니다. 함께 간 교우들이 이곳 주인 아주머니와는 평소에 가까이 지내는 사이였지만, 지금까지 30년동안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해왔음에도 천주교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 교우들은 그분에게 "대구에서 마침 선교 봉사자가 오셔서, 오늘 용기를 내어 이렇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며 저를 소개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주님께 간절히 기도 드렸습니다. "주님, 오늘 하루를 온전히 주님께 봉헌합니다. 이분들께 성령을 내려 주시어 신앙의 빛을 비추도록 용기를 주소서." 이 쌀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백내장을 앓고 있었는데, 곧 수술을 할 예정이라면서 완쾌되면 꼭 성당에 다니겠다고 하며 순순히 입교하기로 승낙했습니다.
다음으로 유천동 성당에서 가까운 어느 집을 방문하고 보니 이 댁에 출가한 딸과 동네 아주머니 몇 분이 모여 있었습니다. 저는 선교를 잘 할 수 있도록 이렇게 사람들을 미리 모아주신 주님께 먼저 감사를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유천동 성당에서 여러분께 인사드리러 나왔습니다." 인심이 좋아보이는 주인 아주머니가 "날씨도 추운 데 수고하십니다." 하며 저희들을 따뜻한 방 안으로 좀 들어오라며 반겨주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참이 지났습니다.
저는 함께 간 교우에게 선교책을 한 권씩 전해 보라고 했습니다. 책을 받은 주인댁과 출가한 딸을 비롯하여 모두가 관심을 가졌으며 「자기 소개서」 세 장을 써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가까운 곳에 사는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자기는 개신교에 나가지만 아들과 며느리가 천주교 신자였다가 현재 냉담중이니, 꼭 연락해서 다시 나가도록 해달라며 저희들에게 간곡히 방문 요청을 해왔습니다. 저는 그댁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유천본당 염 젬마 단장에게 전해주며 꼭 방문해서 회두시키도록 부탁했습니다.
선교를 하다보면 이같이 쉬는 교우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날 선교 중에 또 한 분의 가정을 방문하였습니다. 냉담하는 교우집이었습니다. 이 가정은 2년전에 남편의 사업이 실패하여 단칸 방에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두 딸을 데리고 너무나 힘들게 살아왔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큰딸이 서울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어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며 지금은 그나마 주님께 감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희들은 이 가정을 위해서 어려운 가운데 함께 해주시는 주님께 간절히 기도 드렸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고통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지혜와 힘을 반드시 주실 것입니다." 하며 그분에게 위로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분은 저희들에게 시골에서 가져온 감홍시를 권하며, 이제 곧 성당에 나가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IMF시대에 지금은 누구나 다 어렵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분수를 모르고 사치와 낭비에 흘렀던 자신의 삶을 반성합니다. 지금 당하는 이 고통을 언젠가 축복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해주실 분은 오직 주님뿐임을 믿고 사니까 평화스럽고 기쁘게 지낼 수 있음을 실감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야말로 신앙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구원의 말씀을 전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날 유천동 성당 가두 방문선교 활동에 50여 명이 참석하여 천주교에 관심있는 분 67명한테 「자기 소개서」를 받았고, 저희 조에서는 16분의 「자기 소개서」를 받아서 유천동 성당에 전달했습니다. 유천동 성당 교우들도 이번 활동으로 선교하면 된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습니다.(98. 1. 11)
대구 지산성당 그리스도의 모친 Cu. 단장 김순자 유스티나(053-782-0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