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메이저 입식격투기 단체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범한 무신이 두 번째 대회를 개최한다.
지난 6월 열렸던 '무신 1' 대회는 국내 스타파이터들이 대거 출전한 가운데, 해외 메이저단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큰 규모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무신은 두 번째 대회에서 더 큰 도약을 노리고 있다. '무신 2' 대회는 오는 26일 올림픽 제2 체육관에서 열린다.
↑ 고준일 기자
주최측은 '무신 1' 대회에서 드러났던 단점들을 보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기 당일 두 경기 취소, 화끈하지 못했던 경기, 빈 관람석' 등 몇 가지 드러났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베스트 KO상 도입, 1회 대회 티켓소지자 무료입장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
또한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위해 방송사를 XPORTS에서 MBC ESPN으로 변경했으며, 대회장도 장충체육관보다 큰 올림픽 제2체육관으로 옮겼다.
이번 대회에는 '무신 1'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던 오두석, 김동현, 최두호 등이 출전하며 박병규, 이성현, 김성욱, 문보람 등은 처음으로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 선수로는 K-1 맥스에서 활약했던 세르칸 일마즈가 출전한다.
또한 지난 대회에서 예상치 못한 일로 링에 오르지 못한 버터 빈과 한충은 이번 대회에서의 승리를 통해 아쉬움을 달래겠다는 각오다.
신일본킥복싱 챔프 박병규, 11년 만에 국내 대회 출전
한국인 최초로 해외 격투기단체에서 챔피언에 등극한 박병규(32, 한국)가 11년 만에 국내 대회에 모습을 선보인다. 박병규는 2000년 신일본킥복싱에 문을 두드린 후 40전 이상의 경기를 소화한 끝에 2008년 마침내 챔피언에 등극했다.
오랜 기간 해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국내 팬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를 국내 최고의 파이터로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신일본킥복싱협회는 일본의 중견 입식격투기단체 중에서도 선수층이 두텁고, 강자들도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박병규는 이번 대회에서 우찌야마 유스케와 격돌한다. 우찌야마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박병규 본인조차 잘 모를 정도로 베일에 가려진 선수다. 기량 면에서는 박병규가 월등히 앞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수는 있다.
그것은 바로 체급. 박병규는 평소 -61kg급에서 활동했으나 이번 대회에는 -70kg급에 출전한다. -70kg급은 우찌야마가 활동하는 체급으로 박병규는 체격은 물론 힘에서도 불리한 조건을 갖고 싸워야 한다.
그러나 박병규는 "나이나 체급,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최선을 다해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칠 것이다"라고 말한다. 박병규가 어떤 경기를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4차원 복서' 버터 빈, 문보람 상대로 노익장 과시할까?
손에 맞는 글러브가 없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것이 납득이 가는 사실일까? 믿기 힘들겠지만 '무신 1' 대회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180cm, 180kg의 육중한 몸매를 가진 버터 빈(40, 미국)은 '무신 1' 대회에서 송민호와 맞붙을 예정이었다. 주최측은 대회 전 버터 빈의 손에 글러브 착용을 테스트 했었지만, 아쉽지만 그 손은 오른손 이었다. 버터 빈의 왼손은 오른손보다 3~4cm 가량 컸다.
출전을 준비하던 버터 빈은 대기실에서 장시간 글러브와 진 빠지는 승부를 벌였지만 결국 그의 왼손에 맞는 글러브는 주최측은 물론, 국내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버터 빈은 출전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버터 빈은 이번 경기에서 문보람(24, 한국)과 맞붙는다. 복서로서의 타이틀, 전체적인 경험에서는 버터 빈이 월등히 앞서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코 쉬운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큰 체격으로 인해 스텝이 느리기 때문. 더욱이 마흔이 넘은 버터 빈의 체력이 어느 정도일지 미지수다. 만약 문보람이 스텝을 활용해 아웃복싱 전략을 펼친다면 버터 빈 입장에서는 답답해질 수 있다.
버터 빈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한국 선수는 내 적수가 못 된다. 앞으로 5년간 한국 선수에게 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큰소리쳤다. 자신감 넘치는 버터 빈이 링 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제 그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잊혀져 가던 '태권파이터' 일마즈, 무신 링에 뜬다
약 5~6년 전 K-1 맥스에는 화려한 발차기를 선보이며 링을 휘저었던 터키의 한 태권파이터가 있었다. 주인공은 세르칸 일마즈(34, 터키). 일마즈는 무에타이와 킥복싱이 주류를 이루는 K-1 맥스에서 태권도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파이터다.
태권도의 발차기를 기반으로 한 일마즈는 K-1 맥스에서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던 마사토와 맞붙어 물러서지 않는 경기를 펼친 바 있다. 태권도에 복싱기술까지 겸비한 일마즈는 태권파이터가 링 안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2004년 이후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그가 국내 입식격투기 단체를 통해 팬들에게 다가온다. 일마즈는 '무신 2' 대회에서 권아솔(24, 한국)과 격돌한다. 상대인 권아솔은 그동안 종합격투기에서 활동했지만 '타격 스페셜리스트'라 불릴 정도로 타격에 재능이 있다. 특히 지난 '무신 1' 대회에서는 권민석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전력만 본다면 일마즈가 앞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일마즈가 지난 5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 없기 때문. 일마즈는 과거 -70kg급에서 활동했지만,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75kg 계약체중 경기를 요구했다. 이는 몸 관리를 예전만큼 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신의 링은 태권파이터들을 배려한 것으로 K-1의 링보다 다소 넓다. 뒤차기, 뒤후리기 등 화려한 공격을 즐기는 일마즈에게 안성맞춤인 셈이다. 격투팬들의 기억 속에 서서히 잊혀져가던 그가 어떤 경기력을 선보일 것인가? '무신 2' 대회가 열리는 26일 올림픽 제2체육관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