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은 꽃피는 3월말이나 4월초에 갈려고 계획하였다.
그러나 3월말 태국친구와 오천금강길을 동행하느라 미루어지고 2박3일을 내야하므로 계속 미루어지다가 드디어 장마전 시간이 되어 출발했다.
아침부터 게으름 피우다 고터까지 25km 달리니 벌써 힘 다빠졌다.
9시40분쯤 도착했으나 남원가는버스는 금방 간 듯
다음차는 10시 20분. 남원까지는 3시간 20분 걸린다.
들판은 모내기가 다 끝나 푸르름이 더해가고
전국이 가물었다고해도 먼지 풀석이는건 아닌듯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 익산순천거쳐 오수IC에서 진출하여 남원버스터미널에 도착.
짜장면보다는 짬뽕이 좋아보여 한그릇 먹고 물 채우고 출발.
주천면사무소까지 냅다 달려 문자좀 보고 이제 출발이야.
육모정있는 춘향묘까진 힘들이지 않고
여기서부터 오르막 시작. 어느정도가다가 고기삼거리에서 내리막 이겠지하는 생각은 쓸데없는 생각이었고
구룡계곡따라 10%넘는 업힐에 오늘은 끌바할바엔 쉬어가겠어하는 바람에 시간만 지체되고
자전거 페달이 두개인 이유를 알아가면서 땅만 쳐다보다가
이구비 돌면 끝일까했는데 고개끝은 보이지도 않고
아 정말 울려고 왔는가 산소부족으로 머리 터질것같다.
이정표라도 있음 좋겠는데 네이버는 엉터리 수치만 남발하고
한병넣은 물은 떨어진지 오래.
고기삼거리까지는 그저그런 길인줄알았는데 정말 최악이다.
드디어 고개위 무조건 콜라원샷이다했는데 식당은 영업안한지 오래인듯 먼지만 풀썩. 조금 더 가서 구룡휴게소는 사람이 없다.
일단 냉장고에서 콜라부터 먹고 빈병들고 주인찾아 기웃기웃
이천원쯤 놓고갈까 하다가 쥔 발견하고
'오미자 한잔 먹으러 들어 왔는데 쥔이 없어서 콜라부터 한잔 했어요
'오미자 한잔 하실래유?
'오미자를 한잔해야 살 것 같아요
아 오미자가 이렇게 맛있었구나 하면서 한잔하고
얼마냐고 물었더니 오미자는 서비스란다. ㅋ ㄱㅅ
정말 곱게 늙어가시는 쥔 아줌마 보러 다음에 또 와야겠구만
다음엔 성욱이 델꼬 여기 펜션에서 주무실란가
이것저것 한마디라도 더 말섞어 보려고 수작부리다가
너무 쉬었어 이러다간 산속에서 잘지도 몰라하면서
뱃속에 물 가득 채우고 두병 더 채우고 다시 출발.
여기서 정령치까진 6km.
죽었다 깨어나도 한시간에는 가겠지? 하면서
고기삼거리까진 내리막을 신나게 달리지만 어차피 올라갈길 왜 내려가는거야 하면서 짜증도내고
고기삼거리는 민박 펜션 식당이 많은 곳
여기서 필요한것 충분히 보충해야 함
조금 올라가면 고기댐.
비쩍 말랐으면 사진 찍었을텐데
세상 아무리 가물었다고해도 고기댐은 찰랑찰랑.
그래도 업힐이 아까보다는 낫다.
몇구비 더 돌고 끝내 끌바보다는 쉴바가 나아 하면서 정령치 도착.
정상에서 으레 듣는말
우리 차타고 올라올 때 봤는데 무쇠체력이시네요
그런말 필요없고 사진 하나만 찍어주셈
셀카는 아무리 잘찍어도 잘 안나오네요
잔차들고 만세를 부르다가 컥 6시 되었네
달궁삼거리까지 열심히 내려가서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 이거이 문제로다.
내려가는건 낼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그래도 지금 상태로 성삼재넘다간 처녀귀신이 친구하자고 할거야
2km쯤 신나게 내려가 오늘은 어디서 잘까?
보기좋은 지리산식당에서 원래 5만원인데 4만원에 해준다는거
3만원하고 저녁 낼 아침까지 5만원에 흥정끝.
정읍옹동에서 개인택시하다가 달궁에 들왔다는 쥔남자와 이런얘기 저런얘기하다가 일찌감치 취침.
좀 늦었다.
남원까지는 3시간 20분 걸린다.
호남고속도로 익산순천고속도로를 거쳐온다.
첫느낌은 익숙하지 않다.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설레임이 있다는 뜻.
남원에서 주천가는 길.
신난다. 방학이라 신난다.
지리산 소리만 들어도 싹 날아간다.
주천면사무소.
여기서부터 오늘 시작이다.
지금시간 세시 다섯시까지 정령치 찍고
성삼재 6시 구례 7시.
그러나 그것은 계획일 뿐
육모정과 춘향묘
육모정은 동네선비들이 놀았던 곳.
춘향묘는 진짜?
여기서부터 구룡계곡이다.
정령치가 13km.
금방 가겠네 했지만...
고기삼거리까진 그냥 그런 길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고기삼거리까지 한시간했는데 이건 아니다.
거울을 보면서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
그니까 애초에 이런 길을 왜 만드냐고요
발이 안올라간다.
왼발이 내려가는 것은 오른발이 올라가얀다는 것을 깨달음.
아 이식당은 문 안열었다.
너땜시 죽을지도 몰라.
고기삼거리 조금 못 미쳐서
구룡펜션에서 콜라를 원샷하고
오미자는 이쁜 쥔아줌마의 서비스
쩌어 아래 보이는 것이 고기댐이다.
쩌그서부터 올라왔다고라.
고기댐은 고기삼거리 조금 지나서 있다.
육모정에서 고기삼거리는 아닌 것 같다.
운봉거쳐 오는게 좋겠다.
아 드디어 목적지가 보인다.
저어기가 정령치.
이제 살았다.
정령치 1172m.
트랭글에 나타난 수치만 900m 상승. 근데 트랭글을 좀 늦게 켰다.
아마 1000m쯤 상승시키지 않았을까.
정말 죽음이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
정씨에게 여기를 지키래서 정령치란다.
정령치까지 한시간 늦었다.
그니까 결론은 오늘 20km 밖에 못 왔다는 말씀.
달궁삼거리까지 6km쯤 신나는 내리막.
달궁삼거리는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경계.
여기서 성삼재까지 올라가려면 5km
2km 내려가면 달궁.
내려간다는 것은 내일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뜻
올라갔다 구례까지 가기에는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다.
2km 신나게 내려와
오늘은 달궁 지리산식당에서 숙하기로...
남자쥔이 정읍사람이란다.
급 친해짐.
남원 - 육모정 7.79km
육모정 - 고기삼거리 6.89km
고기삼거리 - 정령치 5.94km
정령치 - 달궁삼거리 5.84km
달궁삼거리 - 달궁 2.69km
오늘거리 30km
누적거리 30km